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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Jan 09. 2020

월 230만원이 중산층이라고? 응 아니야~

처분가능 균등화 소득과 중산층의 기준에 대하여


누군가 당신에게 월 230만원이 중산층 소득의 기준점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거 같은가?더 나아가서 이 기준으로 월 114만원-344만원이 중산층의 소득 범위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거 같은가?


미친놈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라는 말이 입 밖으로 바로 튀어 나왔다면 당신은 정상인이다. 그리고 저 말을 마음 속으로만 하고 입 밖으로 뱉지 않았다면 당신은 매우 예의바른 문화 시민이자 문화인이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게 당연한 것이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590원으로 이걸 월급으로 환산할 경우 179만 5310원이 나온다. 최저임금보다 65만원이나 적은 소득이 중산층의 커트라인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왜 이런 소리를 하는가하면 한 기사가 아침부터 나를 빡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제안하는 한국 중산층 소득(2018년 기준)은 월 114만8500~344만5500원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 기준 '처분가능 균등화 중위소득'이 월급 약 229만7000원(연간 2756만원)인데, OECD 통계는 중위소득의 50~150%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 지쟈쓰... 오... 아마 이걸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와 같은 빡침을 느꼈을 것이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라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 기사를 읽고 든 빡침의 포인트는 아마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다. '제발 기준 다른거 섞어서 비교 안했으면 좋겠다'가 내 빡침의 포인트다.아무리 우리나라가 쓰까의 나라라지만 이건 좀 심하지.


자, 기사에서 쓴 소득 통계는 '처분가능 균등화 소득'이다. 이게 뭐냐면 가구간의 소득 비교는 노이즈가 많다. 때문에 이 노이즈를 제거하고 어느 정도 보정한 소득 데이터를 말한다. 그래서 저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처분가능 균등화 소득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가구 소득을 비교하는 일은 단순 비교를 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가구가 있는데 두 집의 가구 소득이 월 500만으로 동일하다고 하자. 그럼 이 두 가구의 경제적 수준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가?되게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두 집이 똑같이 버니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치만 땡~ 틀렸다.


가구의 소득을 판단할때는 가구 소득의 규모 자체도 중요하지만 가구원의 숫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앞선 예에서 A는 1인 가구이고 B는 5인 가구라고 가정해보자. 이래도 두 가구의 경제적 수준이 동일해 보이는가? Nooooooooooooooooo~


4인 가구 가구주인 다스 베이더의 절망...


같은 500만원을 벌어도 1인 가구인쪽이 5인 가구인 쪽에 비해 훨씬 잘 산다. 그렇기 때문에 가구간의 소득을 비교할때는 소득만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원수를 같이 고려해서 비교해야 한다. 1인 가구는 1인 가구끼리, 4인 가구는 4인 가구끼리, 이런 식으로 묶어서 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매우 번거롭고 활용이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구의 소득을 가구원의 수를 고려해서 보정을 가해줘야 한다.우리나라는 OECD의 기준에 따라 보정을 가하는데 바로 가구의 소득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눠 계산하는 것이다. 소득에다가 가구원수 루트 씌워서 나누는거다. 이렇게 보정을 가하면 조금 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해진다. 이걸 '균등화'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균등화를 한 소득을 '처분가능 균등화 소득'이라고 하는 것이다.


앞서 든 예를 다시 한번 끌어와보자. 1인 가구의 경우 1에 루트를 씌워봤자 1이므로 1인 가구의 균등화 소득은 그냥 월 500만원이다. 그런데 5인 가구라면 다르다. 5의 제곱근은 약 2.236이기에 이를 500으로 나누면 223.6이 나온다.



그러니까 가구 소득만 보면 1인 가구인 A나 5인 가구인 B나 비슷한 경제적 수준일지 몰라도 가구원수를 고려한 균등화한 소득으로 보자면 B는 223.6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균등화한 소득으로 비교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에도 부합한다. 그래서 이렇게 가구 소득의 비교는 균등화를 거친 소득으로 비교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앞서 매경에서 끌어다 쓴 통계가 뭐였더라? 처분가능 균등화 중위소득이다. 세금이랑 사회보험료 등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을 균등화시켜 개인화한 소득 지표다. 그러니까 저건 가구수 보정을 쳐서 개인화한 소득이기에 가구수가 서로 다른 경우 그만큼 역보정을 해줘야 한단 얘기기도 하다.


처분가능 균등화 중위소득이 229만 7천원이란 얘기는 이건 일단 1인 가구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물론 1인 가구 수준으로 생각하더라도 중산층의 커트라인이 월 114만원이란게 황당할 수 있을텐데 1인 가구에 저소득 노인인구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따라서 1인 가구만 놓고 보자면 월 114만원을 넘기는 경우 1인 가구 중에서는 중산층의 수준은 된다는 얘기기도 하다.


자 그럼 여기서 당신이 만약 4인 가구라면? 4의 제곱근은 2니까 저기서 2를 곱해주면 된다. 그러면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459.4만원이고 OECD 기준(중위소득의 75-200%. 그렇다 2018년 기준으로 OECD의 기준도 이렇게 변경되었다)에 따른 중산층의 범위는 약 343-916만원이다. 그러니까 4인가구의 월소득이 229.7만원보다 낮으면 빈곤층이고 689.1만원 이상이라면 부유층이다.


처분가능 균등화 소득은 전 가구를 동일한 숫자로 맞춰 보정한 숫자이므로 실제 활용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처분가능 균등화 소득을 제대로 사용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범위를 충분히 커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기사의 문제점이라면 이런 균등화 소득의 특이성에 대한 설명이나 재보정 없이 일괄비교를 했다는 것에 있다. 균등화 소득은 그냥 세후 소득 같은 것이 아니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균등화 소득을 통해 중산층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이런 것은 필수적이다. 같은 소득이라도 가구에 따라 가구의 경제적 여유가 다른데 어떻게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겠나?


그리고 중산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따위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게 설문으로 사람들에게 중산층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할때 발생하는 제일 큰 문제는사람들이 중산층의 기준을 아주 제멋대로 자의적으로 정하는데 있다.일반적으로 경제적 분류에 따라 소득 계층을 나누면 빈곤층, 중산층, 부유층으로 나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에 자의적으로 별도의 계층을 마구 집어넣는다. 어떤 사람은 서민이란 계층을 창조해내서 중산층과 빈곤층 사이에 집어넣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빈곤층보다는 좀 나은 계층으로 저소득층이라는 계층을 창조해내서 넣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 기준 전부를 적용해서 빈곤층-저소득층-서민-중산층-부유층 으로 분류를 하기도 한다.


각각이 인식하는 계층 분류가 제멋대로고 기준 또한 엉망 진창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중상층 이상으로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건 진짜 중산층이 아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중산층일 뿐이다.이걸 중산층의 기준으로 여긴다는 것은 듀오에서 매년 발표하는 이상적 배우자의 모습을 배우자의 평균적인 조건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


내 경우는 신장부터 탈락이군... (통곡)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이미지가 이상적일 뿐 현실과 다르다는 것은 다음의 설문에서도 드러난다.


"중산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도 정부가 사용하는 OECD 기준안과 달리 소득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중산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답변은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82.2%·중복 포함)이었다. 그다음으로 '상당한 수준의 소득과 자산'(67.9%), '평균 이상의 교육 수준'(36.9%) 등이 뒤를 이었다."


사람들이 중산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게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인데 이게 사람들의 매우 큰 착각이다. 미안하지만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여유로운 생활은 불가하다. 지출은 소득과 비례하여 상승한다. 지출을 매우 쉽게 늘리는 인간의 특성상 돈을 어지간히 많이 벌지 않는 이상 소득 이상으로 쓰는 돈도 많이 늘어나기에 늘 자신의 생활이 빡빡하다고 여기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고소득은 굉장히 높은 업무강도가 동반되기에 돈은 벌어도 자신의 생활이 여유롭지 못하다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저'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 중산층을 결정짓는 요소로 꼽았다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의 중산층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이 가능하려면 초고소득층에 노동에서 자유로운 계층이어야 한다. 이게 어떻게 중산층인가?


이걸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이란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 것임을   있다. 상류층은 일단 자기가 오르지 못할 나무라 생각하기에 제쳐두고 각자 자신이 누리고 싶어하는 이상적인 삶의 수준을 '중산층'이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있다.

사람들의 이상적 지향점이 어떻게 중산층이   있겠나. 그래서 다들 자기가 서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럼 OECD 정의하는 중산층의 경제적 기준은 정확하게 어떻게 되느냐? 2020년을 기준으로 심플하게 계산하면 산식은 다음과 같다.



이걸 계산했을  나온 금액이 기준점으로  기준 금액의 75%-200% 범위 이내의 월소득이 중산층의 경제적 기준이다.


중산층에 대한 경제적 기사는 중산층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저러한 기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중산층과 현실에 대한 인식 왜곡만을 부추길 뿐이다. 기사 내용도 틀렸고 사람들의 인식은 더욱 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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