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컨슈머를 양산하는 별점 평가제의 문제
별점 평가라는 제도는 많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매우 직관적이다. 별 5개, 혹은 10점 척도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상품/서비스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기에 그 어떤 것보다 매우 직관적이다. 길게 살펴볼 필요 없이 별점을 확인하면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수준을 알 수 있으니까.
이것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에 2000년대 이후 모든 플랫폼 기업들은 이 별점 평가제를 매우 긍정적으로 여기고 활용해왔다. 하지만 단점 없는 제도는 없다고.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이 평가가 권력이란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이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별점 평가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는 용도로만 쓰이는게 아니다. 나의 기분을 맞추지 않는 자, 나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자를 적극적으로 응징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의문이 든다.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무기로 활용되는 평가는 과연 제대로 된 평가라 할 수 있을까? 이걸 그대로 방치하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블랙컨슈머를 방치할수록 시장은 움츠러든다. 어쩌면 이게 현재 우리 시장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평가는 분명 가치있지만 모든 평가가 가치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별점 테러가 이슈다. 배달앱 등에서 업체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선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점을 최하점으로 주는 행위다. 이것뿐만 아니라 귀책 사유가 본인에게 있음에도 그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는 이유로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없는 문제를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게 진짜 문제다.
별점 평가란 게 무엇일까? 음식점이라면 가격과 맛 등을 고려해 그 가게의 가치를 별점이라는 지표로 매기는 것이고 영화 또한 연출, 시나리오, 메시지 등을 고려해 그 영화의 가치를 별점으로 따지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별점 평가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도 매우 유용한 도움을 주는 좋은 점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이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는 말이다.
내가 내리는 별점 평가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평가자는 그 자체로 권력을 쥐게 된다. 사람들 또한 자신이 이 알량한 권력을 쥐고 남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 점이 문제가 된다. 평점을 무기 삼아 사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서비스 잘 주면 별점 잘 드릴게요’는 평점이란 권력으로 횡포를 부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평점 잘 받고 싶으면 내 요구를 수용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건 갑질이 아니라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이며, 나는 남들보다 똑똑한 소비자일 뿐이다’라는 사고 논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악평과 함께 평점으로 보복이 가해진다는 점에서 별점 평가를 권력으로 악용했다는 것이 명확해질 뿐이다.
별점 평가는 더 나아가 상대방이 나의 기분과 비위를 맞추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나쁘게 변하고 있다. 내 잘못이 있지만 기분이 나쁘니까 1점,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으니까 1점. 이는 더 나아가 내 생각과 다르고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별점 테러를 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되게 했다. 즉 내 생각과 기분에 반하는 행위자를 응징하기 위한 ‘정당한’ 권력 행위로 변질된 것이다.
별점 테러는 책임감 없는 인간에게 아주 작은 권력이라도 쥐어지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소비자에게 이러한 권력을 쥐여 준 플랫폼들이 이런 문제를 거의 방관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점 평가가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손쉬운 시스템이고 장점이 많다는 것도 알지만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를 방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크다.
현재 서비스 산업 종사자의 비율은 70%를 넘긴 지 오래다. 평점이란 권력의 악용이 늘어날수록 70%가 넘는 사람들이 더 큰 고통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해악도 더욱 커질 것이다.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무기가 된 평가를 과연 평가라 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