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은 하이트진로의 마케팅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가장 대중적인 폭탄주 중 하나인 소맥. 이 소맥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다. 특히 최근에 개미는 뚠뚠에서 나온 소맥의 탄생에 관한 짤이 여기저기 화제가 되면서 이야기가 많다.
일단 소맥이란 지금의 용어로 인기를 끈 것은 2000년대부터다. 하지만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의 탄생 자체는 1980년의 언론통폐합때로 많이 언급하고 있다. 언론통폐합을 비판하며 소주와 맥주를 섞어 통폐합주라고 부르며 마셨다는게 그 내용이다.
그런데 내가 글감용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소맥에 관한 재미있는 기록을 하나 발견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바텐더들도 어리둥절할, 소코라테스, 맥소웰, 박카스 등 절묘하기 이를데 없는 이름을 갖는 새로운 칵테일 종류가 지난 수삼년동안 한국에서는 개발되었다. 소주파 주당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 국산칵테일의 믹서법을 소개한다면 소코라테스=소주+코카콜라. 맥소웰=맥주+소주. 박카스=소주+박카스." - 경향신문, 1978. 1. 10.
소맥의 탄생을 1980년의 언론통폐합 당시 언론통폐합주로 잡는 자료들이 많은데 이 기록에 따르면 그보다 더 빠르다. 소맥이란 용어 자체는 2000년 이후에 등장했지만 70년대 중반부터 알중러(?)들이 소맥을 마셔오긴 했다는 것. 다만 저 이름들이 이후에 구전되지 못한 것을 보면 대중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맥주가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고급주에 해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김동환 소장님이 '개미는 오늘도 뚠뚠 챕터4'에서 소맥의 탄생에 대해 언급한 짤이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내용 자체는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긴 하나 방송에서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가 잘못되었다는 걸 이야기해야 겠다.
방송에선 이 내용을 컨펌하기 위해 "소맥, 황금비율을 찾다"라는 책 제목과 표지문구를 보여주며 사실이라고 했지만 실은 그 책은 소맥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2011년 하이트진로 통합 법인 탄생에 관한 이야기다. 그걸 맥주(하이트)와 소주(진로)를 섞는 황금비율로 비유한 것이 제목일 뿐 이 표지는 소맥을 하이트진로가 만들었다는 것이 사실임을 증명하지 못한다.
소주와 맥주를 섞는 문화는 훨씬 예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술을 본격적으로 섞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에 오십세주(백세주+소주)가 유행을 타면서 부터다. 2002년만 하더라도 일반 술집에서 오십세주를 달라고 주문하는게 매우 익숙한 풍경이었 때다. 그때 이후로 사람들이 다양하게 술을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
소맥의 대중화가 하이트진로의 마케팅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가설로 평가한다.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한 시점은 2005년 7월인데 그때에도 직장인들 사이에선 소맥을 제법 마시긴 했었던 걸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마무리를 위해 정리하자면 소맥의 탄생 자체는 1970년대 중반, 소맥의 대중화는 2000년대다. 소맥을 하이트진로가 마케팅을 위해 대중화 시켰다는 이야기는 그냥 하나의 가설 정도로 보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