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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Jan 31. 2020

플랫폼 기업들의 마켓메이킹과 혁신

플랫폼의 생각법


2010년대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플랫폼 비즈니스라 부르는 것들이 발흥한 시기이자 우리의 삶에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 같다. 그리고 이제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우리의 삶을 떼어놓기가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당장 내 경우가 그렇다. 장을 볼 때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을 이용하고 좀 여유로운 시간대에는 유튜브를 보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 그리고 어디 모임을 나갔다가 택시가 더럽게 안잡힐 때는 다 포기하고 타다를 부르기도 하며 지방에 일이 있어서 갈때는 숙박업소 예약 사이트보다 에어비앤비를 먼저 검색해본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플랫폼 비즈니스들과 접촉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실상 2010년대에 부각되는 기업 중에서 플랫폼 기업이 아닌 곳을 찾아보기가 드물다. 그렇다면 플랫폼 기업은 대체 무엇이길래? 또 무엇이 특별하길래 이처럼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 이야기할 [플랫폼의 생각법]은 플랫폼 기업이 무엇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해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립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정확히 무엇이 플랫폼 기업의 조건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나도 플랫폼 플랫폼 이렇게 이야기해왔지만 누가 나에게 "플랫폼 기업이 갖춰야 할 조건이나 정의가 무엇일까요?"라고 물으면 어버버버 할것이다.


[플랫폼의 생각법]에서는 우선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 3가지로 정의내리고 있다.


우선 양면 시장지향이다. 양면 시장지향이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서 시장을 조성하고 연결하는 지향성을 말한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중개상, 중간상인이라 부르는 자들의 역할과 비슷하지만 이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게 바로 두번째 특징인 개방성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플랫폼의 접근성을 높여 제한없이 양자 모두를 플랫폼으로 유인하여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생산자와 소비자로 규모를 이루고 시장을 장악하는데 목표를 둔다. 중개상과 중간상인들의 비즈니스들이 오프라인에 근거를 두고 있기에 입지와 공간 등의 한계로 개방성이 떨어지며 시장 장악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명확한 차이점에 해당한다.


마지막 특징이 바로 추구가치와 수익의 분리다. 일반적인 비즈니스들은 시작부터 제대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비즈니스를 애초에 오픈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수익 모델이 없는데 어떻게 기업이 돌아가겠나? 그런데 웃기게도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게 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초기부터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할 경우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방식 대신 플랫폼을 이용해야 할 이유를 막는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그 때문에 플랫폼 비즈니스들은 개방성을 통한 시장 장악을 완료할 때까지 추구하는 가치와 수익 모델은 구분하여 운영하게 된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것은 바로 VC의 존재 덕분이기도 하다.


이 책이 말하는 이러한 특성을 내 나름대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의내려보자면 '온라인에 기반한 마켓 메이킹 비즈니스'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이 마켓 메이킹이기에 원래는 없던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며 마켓 메이킹을 하려면 규모가 필요한 만큼 개방성을 염두에 두고 마켓 메이킹이 이루어질 때까지 거래 자체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일단 마켓 메이킹이 이뤄지고 제대로 안착을 하면 거래에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 수익을 미래로 지연시킬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바라본다면 플랫폼들을 이해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플랫폼의 생각법]은 이렇게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의내린 후에 이러한 방식으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우버, 유튜브, 위챗 등의 사례를 분석해 나간다.


책에서 소개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양면시장을 타겟으로 하여 개방성을 통해 규모를 이뤄가면서 시장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이 만들어낸 마켓을 기반으로 수익을 낸다.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 애플 등은 중계를 통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전통적인 마켓 메이커들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대로 애초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래와 교환에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은 그 거래에서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애플에서 어? 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애플이야말로 대표적인 제한적 개방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애플 제품 특유의 호환성에 치를 떨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케이스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데 이는 마켓 메이킹에 초점을 두면 이해가 더 쉬워진다.


다른 비즈니스들은 말 그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마켓 메이킹을 해야했기에 개방성이 강제되지만 애플은 강력한 브랜드와 매니아층이 기반이 되어 있기에 그 자체로 이미 마켓 메이킹이 된 상황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이미 시장을 만든 상황에서는 양을 늘리는 것보다 퀄리티 컨트롤이 좀 더 중요하기에 이러한 제한적 개방이 훨씬 무게감 있는 선택지가 된다.


개방성은 규모를 늘리는데 분명 도움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 또한 벌어진다는 점에서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마켓 메이킹이 이미 이뤄진 애플의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유튜브에 대한 부분이다. 유튜브 파트에서는 유튜브처럼 영상 컨텐츠를 취급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넷플릭스를 같이 두고 비교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넷플릭스는 플랫폼이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소비자의 진입은 자유로운 반면 생산자의 진입은 매우 제한되어 있고 넷플릭스 자체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이 아닌 직접 생산자의 역할 또한 수행하기에 넷플릭스는 플랫폼이 아니라 서비스 기업이라는게 그 설명이다. 넷플릭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생각해온 입장이었기에 이런 방식의 분류는 새로웠고 또 납득이 가는 분류이기도 하다.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결국 플랫폼 기업의 핵심은 마켓 메이킹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들은 시장을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창출한 시장을 지배하기에 신산업에서 등장하여 막대한 규모와 영향력을 갖춘 기업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기술을 통해 강력한 진입장벽을 갖추고 자신이 창출한 시장의 왕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기업은 작은 차이로 자본을 유치하여 더 빠르게 규모를 확장하여 규모 자체를 진입장벽으로 만들어 왕이 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규모의 확대가 핵심이다.


그렇기에 플랫폼은 소비자들과 각국 정부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기도 하다. 지금이야 마켓 메이킹과 이미지를 위해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이들이 언제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른다는게 소비자들과 정부가 은연중에 경계를 하는 이유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우위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책은 그런 다양한 기술에 대해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우위와 규모가 책에서도 이야기하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제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슘페터는 혁신과 기업가의 초과이윤을 긍정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순환의 일부이다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슘페터가 쓴 '경제발전의 이론'에 의하면 한 기업이 혁신을 이루면 그 혁신으로 균형상태를 깨면서 독점적 위치를 획득하고 그걸로 초과 이윤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독점 상태의 초과 이윤은 창조적 파괴라 부르는 혁신을 유발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혁신은 이후 금새 모방이 되면서 혁신의 효과가 사라지고 새로운 균형상태로 돌아온다. 즉, 슘페터에 의하면 창조적 파괴는 경쟁자에 의한 모방이 뒤따라야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를 플랫폼 기업들과 연관지어서 생각해보자. 분명 플랫폼 기업들은 그들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독점적 위치를 획득한다. 여기까지는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와 비교해봐도 문제가 없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과 비즈니스들은 태생적으로 경쟁을 허락하지 않는 독점체제를 지향한다. 슘페터 시기엔 없었던 온라인 비즈니스이기에 생긴 영향이자 문제다. 즉, 규모로 경쟁자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태생적 본질이기에 슘페터가 이야기한 경쟁자에 의한 모방이 쉽게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것이 소수의 사람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바라보며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스콧 갤러웨이가 쓴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같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플랫폼 기업들의 사고방식과 비즈니스를 설명하고 있다면 [플랫폼 제국의 미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명암 중에서도 암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할 것이다. 어떤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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