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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Feb 19. 2020

무능한 사람은 자신의 무능을 파악할 능력도 없다

더닝-크루거 효과의 더닝 크루거 효과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지 몰라도 개뿔 아는 것도 없는 인간이 자신감은 뿜뿜하는걸 볼때 자주 언급되는 걸로 들어라도 본 적은 있을 것이다. 아래와 같은 그래프와 함께 말이다.


아마 이 그래프는 본 사람이 제법 될 것이다. 이 그래프의 경우 가로축이 '능력(Competence)'로 되어 있으나 그래프에 따라 지혜, 지식, 경험으로 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되건 이 그래프가 튀어 나올 경우 '어설프게 아는 놈이 자신감은 더럽게 넘친다'라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근데 알못들의 넘치는 자신감을 비꼬기 위해 쓰이는 이 그래프에 아이러니가 있으니... 정작 더닝-크루거 효과란 표현을 만든 장본인인 데이빗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저런 그래프를 그린 적도, 쓴 적도 없다는 사실이다.


아 물론 더닝-크루거가 그린 그래프가 있긴 하다. 그런데 그게 뭐냐면...


이런 그래프랑...



이런 그래프들이다. 처음에 본 그런 그래프와 비슷한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더닝-크루거 효과 그래프라고 알고 있던 것이야말로 더닝-크루거 효과의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아이러니다.


말 나온김에 더닝-크루거 효과가 무엇인지 한번 다시 검토해보자.


더닝-크루거 효과란 말은 이들이 99년에 발표한 논문인 "Unskilled and Unaware of It: How Difficulties in Recognizing One's Own Incompetence Lead to Inflated Self-Assessments"에서 비롯되었다. 이 논문을 극단적으로 짧게 요약하자면'무능력한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을 파악할 능력이 없다'정도로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모든게 그렇듯이 이런 극단적인 요약은 제대로 이해한게 아니므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닝과 크루거는 유머, 논리적 추론, 문법능력의 항목으로 테스트를 시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점수가 전체에서 어디쯤에 있을지에 대한 설문을 같이 시행하면서 이를 백분위로 평가했다. 전체 집단을 순서대로 100개로 쪼갠 것이 백분위므로 백분위에서 80이라면 그 아래로 80%, 그 위로 20%가 존재한단 얘기다. 즉, 100분위에서 80이란 얘기는 상위 20%라는 얘기.


그래서 실제 성적의 분위수를 그래프로 그리면 기울기 1의 우상향하는 직선이 된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실제 자신의 능력과 점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를 막상 보자면 위의 그래프 처럼 나오는 것이다.


그래프 하나만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첫번째 테스트는 유머였는데 여러 농담들을 선정하고 이것을 코메디언들에게 보내 농담의 재미에 따라 1에서 11까지 등급을 평가하게 했다. 코메디언들은 타인을 웃게 만드는 유머의 전문가들이기에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높은 평가가 나오는 유머는 좋은 유머이고 낮은 평가가 나온다면 나쁜 유머일 것이다. 더닝과 크루거는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등급을 매긴 유머들을 제시하고 참가자로 하여금 유머의 등급을 평가하게 한 것이다.


이렇게 나온 결과에 따라 참가자를 그들의 성적에 따라 4개로 쪼갰다. 1/4분위는 상위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이고 4/4분위는 하위 25%다. 그리고 이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유머 능력을 평가하게 했는데 그 결과가 재미있다.


하위 25%의 실제 점수에 따른 평균 백분위수는 12다. 그러니까 100명 중에서 아래에서 12번째 정도란 얘기. 그런데 이들이 평가한 자신들의 유머 능력은 56이다. 100명 중에 44등 정도로 스스로를 평가한 것인데 이는 실제 성적에 비해서 자신의 능력을 44%p나 과대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과대평가의 경향은 하위 25%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상위 25%에 해당하는 그룹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그룹에서 자신의 실제 성적에 비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성이 발견된다.다만 실제 성적이 나쁠수록 그 과대평가의 수준이 커질 뿐이다. 반대로 상위 25%에 해당하는 사람은 실제 성적에 비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위 25%가 자신의 능력을 막 부풀려 인지하는 것마냥 자신의 능력을 막 후려치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실제 성적보다 조금 낮게 평가할 뿐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유머 뿐만이 아니라 논리적 추론과 문법에서도 동일하게 발견이 되었다. 이것이 보여주는 바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두가 자신의 실제 능력과 평가하는 능력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실제 성적이 나쁠수록 자기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과대평가의 수준은 커진다.


더닝과 크루거의 연구는 이게 끝이 아니다.


하위 25%에 해당하는 그룹과 상위 25%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을 다시 소집해서 다른 참가자들의 답안지를 제공하고 채점을 해보게 한 것이다. 그리고 채점 후에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능력을 다시금 평가하게 했다. 그러니까 타인과 비교를 했을 때, 자신의 능력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 결과가 또 재미있다.


우선 상위 25%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의 답안지를 보고 채점을 하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문제를 많이 맞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채점 후에 자신의 능력을 평가할 때, 전보다 자기 자신을 덜 과소평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위 25%는 뭐가 답이고 뭐가 오답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답안지를 보고 채점한 것이 제대로 된 채점일리가 없었다. 그 때문에 채점 후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재평가에서 여전히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유능한 사람들은 남들이 다 자기만큼 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실제 능력에 비해 과소평가하는데 반해서 무능한 사람들은 유능과 무능을 분별할 능력조차 없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한 객관화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제보다 자신을 훨씬 더 과대평가한다. 무능이 메타인지의 결여를 낳는 것이다.


더닝과 크루거는 여기서 더 나아가 능력의 개선이 메타인지능력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테스트하기로 한다. 일단 앞선 다른 시험들처럼 논리적 추론을 주제로 참가자들에게 시험을 치르고 스스로의 성적과 능력을 평가하게 한 후에 참가자들 중의 절반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논리적 추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다른쪽은 관계 없는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교육이 끝난 후에 다시 한번 이들에게 자신의 성적과 능력에 대해 재평가하도록 한다.


우선 논리적 추론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그룹의 경우 재평가에서도 평가의 변동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논리적 추론에 대한 교육을 받은 그룹의 경우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하위 25%에 해당하는 그룹의 경우 자신이 무엇을 맞췄고 무엇을 틀렸는지에 대한 판단을 전보다 잘 하게 되어 자신의 성적에 대한 평가 능력이 향상되었다. 즉, 하위 그룹이 교육을 통해 그만큼 유능해졌다. 그래서 스스로의 능력을 평가할때도 전보다 덜 과대평가하게 되었다. 능력의 향상이 메타인지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상위 25% 그룹 또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성적에 대한 예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에 있어 전보다 덜 과소평가하게 되었다. 자기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함으로 인해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닝과 크루거의 설명이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우리가 머리속으로 알고 있던 더닝-크루거 효과란 것이 실제 더닝-크루거 효과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능력의 부재는 곧 메타인지의 부재이기도 하다. 뭐가 답이고 뭐가 틀린 것인지를 알아야 타인과 비교해서 자기 자신의 수준과 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텐데 그럴 능력조차 없으면 메타인지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무능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무능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면 그만큼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더 잘 파악하게 되는데 이는 무능을 깨우치는 것이야말로 그만큼 유능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니 더닝과 크루거의 연구가 엄청나게 히트를 친 거다.

오오... 더닝... 오오... 크루거...


99년에 나온 더닝과 크루거의 이 논문은 후에 더 많은 연구를 불렀는데 그러한 연구에선 더닝과 크루거가 정리한 것과 다른 것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걸 여기다 바로 쓰자면 너무 기니까 이건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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