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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Jul 22. 2020

M2의 증가가 통화가치의 하락을 부르는가?

화폐수량설에 대한 재검토


요즘은 리딩방이나 텔레그램 방에서 M2얘기가 화제인 모양이다. 광의통화인 M2가 역대급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까 돈이 많이 풀리고 그로 인해 화폐가치하락이 발생할거란 얘기다. 그러니까 쉽게 정리하자면 돈 많이 풀려서 인플레이션 터지고 그 덕분에 자산가격 폭등한다는 얘기다.


흠... 뭐 일단 M2가 그 사람들 주장대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건 사실이다만 이게 그 말처럼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서 말이다.


돈이 많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어빙 피셔의 화폐수량설에서 나온 주장인데 이것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MV = PT


여기서 M은 통화량, V는 유통속도, P는 가격수준, T는 거래량을 말하는데 그래서 우변의 PT는 총 거래액이 된다. 그러니까 통화와 그 유통속도의 곱이 총 거래액과 일치해야 한다는 심플한 내용이다. T를 거래량이 아닌 생산량 Y(실질 GDP)으로 바꿔도 문제가 없는데 이 경우 PY는 명목 GDP가 된다.


이 심플한 화폐수량설에서 통화량이 중요한 것은 V와 Y를 단기 불변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셔를 비롯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V는 제도나 관습에 의해 변하는 것이기에 단기적으로는 변하지 않는 상수라 보았고 Y 또한 생산요소와 생산기술에 의해 결정되는 단기불변의 상수로 인식했다. 따라서 이 가정대로라면 좌변의 M이 증가할 때, 우변의 P도 같이 증가한다. 이게 통화량이 증가할 때 인플레이션(통화가치의 하락)이 발생한다는 주장의 이론적 기반이다.


이후에 밀턴 프리드먼의 신화폐수량설의 경우는 화폐수요에 초점을 두고 전개하나 V를 단기 불변 혹은 매우 안정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피셔의 화폐수량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통화량의 증가가 화폐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V의 단기불변성에 기반한 주장이란걸 알 수 있다. 그러면 정말로 V가 단기불변인가?



밀튼 프리드먼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엔 V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던게 맞다. 그런데 이게 80년대 이후부터는 그닥 맞지 않는 말이 되었다는게 문제다. 특히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V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더 멀리 보면 사실상 2000년대 이후로 V는 장기하락세다.


V가 하락하는 상황에선 M의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명제가 기본 가정부터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M2가 어지간히 증가하는 것 정도론 인플레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



우리나라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앞서 화폐수량설의 등식을 기억하고 있다면 V를 구하는 방법은 명목 GDP를 통화량으로 나누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M2의 유통속도를 그려보면 위의 그래프가 나온다. 미국만큼 급격하게 V가 하락하진 않아도 꾸준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걸 볼 수 있다.


V가 통화량과 GDP가 나온 이후 구할 수 있는 사후적 지표임을 감안하면 사실 이는 V가 하락해서 통화량이 물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게 아니라 그냥 통화량이 더 이상 물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하나의 증거로 보는게 나을 것이다. 실제로 M이 P에 미치는 영향은 2000년대 이후에 들어서는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다. 애초에 화폐수량설이 지금에 비해 자산이 다양하지 못한데다 만성적 공급 부족의 시대에 등장한 것임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그래서 M2가 증가했다고 해서 '화폐의 가치가 하락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아 물론 M2의 증가와 주택가격은 상관관계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화폐가치가 하락해서 주택가격이 올랐다고 해석하는건 대충 결과에 맞춰 그럴듯하게 끼워 맞춘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에 있어 통화량에 포커스를 두던 것도 옛날 옛적의 일이고 지금은 금리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데다 통화수요에 영향을 주는 경제변수들도 다양해서 통화량 자체가 내생적이다. 따라서 통화량만 보고 돈의 가치가 오르네 떨어졌네 이렇다 저렇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지금 현재에선 안맞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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