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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Aug 20. 2020

요가복과 레깅스는 아웃도어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아웃도어엔 있고 요가복에는 없는 경제적 표상

블로그 이웃이시기도 한 붉은노루님과 요가복, 아웃도어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난 것을 옮겨본다.


지금이야 아웃도어 붐이 꺼지고 폭삭했다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 붐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패션계를 아웃도어로 뒤덮을 정도의 기세로 모두가(정확히는 10대와 중장년층) 아웃도어를 입던 시대였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스트리트 패션의 시대가 되었고 요가복과 레깅스가 아웃도어의 뒤를 잇고 있다만.


표면적인 부분만 보자면 요가복/레깅스와 아웃도어는 굉장히 다른 걸로 보이지만 '어떤 옷인가?'를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비슷하단 것을 알 수 있을거다. 이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편의성'이다. 원래는 운동을 위해 나온 옷이지만 워낙 편하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입는다. 그러니까 (아마 이 표현을 기분 나빠할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상에서 요가복과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젊은 사람들과 사시사철 등산복을 입는 장년층이 본질적인 측면에선 크게 다르지 않단 거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양쪽 다 원래의 목적이 가진 시장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크게 확장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요가복/레깅스가 높은 시장성으로 평가받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요가복과 레깅스는 아웃도어가 전성기에 올랐던 그 위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이건 뭐 답이 어느 정도 나온 문제인거 같다. 일단 중장년층의 인구비중이 청년층보다 많고 남녀 불문의 패션이었던 아웃도어에 반해 요가복과 레깅스는 주로 여성 시장이다. 이 점에서 인구란 시장 규모의 한계가 요가/레깅스쪽이 좀 더 분명한 편이다. 그 때문에 요가복 브랜드들이 남성 시장도 공략하고자 젝시믹스 같은 곳은 근육근육의 대표주자 김종국을 모델로 삼은 것이기도 하다.



구매의 빈도수에서는 요가복/레깅스가 그만큼 더 많이 사고 더 자주 사긴 한다. 하지만 상품의 평균 단가가 아웃도어쪽이 배로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차이는 쉽게 좁혀질 것이라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인구적 시장 규모의 한계는 수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고 안착한다면 시장 규모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웃도어가 산이 어디든 가까이 있고 날씨와 계절의 변화가 혹독한 한국이란 환경에 매우 적합했던 것을 생각하면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서 요가복/레깅스는 아웃도어보다도 나은 점도 유리하다.


다만 한가지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아웃도어는 그냥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기능성 의류이긴 하나 국내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그 기능들이 과잉으로 떡칠된 옷이 바로 아웃도어였다. 왜 그랬을까? 아웃도어는 단순히 등산복이 아닌 입은 자의 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옷이라서다.


이걸 가장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이 당시 아웃도어의 주된 소비 계층 중의 하나였던 10대 들이었다. 어느 브랜드를 입느냐가 또래 집단에서의 위상을 결정했던 것을 기억해보라. 10대도 아는 것을 10년 전의 40-50대들이 모를 리가 없다. 브랜드와 라인에 따라 구매력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웃도어임을 생각해본다면 과하다 못해 넘쳐나는 기능들은 그 가격을 정당화 시켜줄 근거였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들던 원천이었음은 물론이다.



다시 요가복과 레깅스로 돌아오자면 아직까지는 그러한 경제적 표상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있다 하더라도 주된 구매자들인 20-40 여성들이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고 말이다. 이것은 경제적 지위를 드러낼 방법이 아웃도어 외엔 그다지 마땅치 않은 10대와 장년층과는 달리 20-40 여성의 경우는 굳이 요가복이 아니더라도 많기 때문이다. 애초에 소비의 주력 세대가 20-40 여성 소비자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수출이란 변수를 제외한다면 요가복 시장은 아웃도어 시장이 이르렀던 고점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트렌드도 변할 것이다. 지금의 요가복 브랜드들이 그 이후에도 생존할 수 있을지 여부는 그 확장성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웃도어의 확장성이 낮다는 점에서 요가복/레깅스는 좀 더 유리하다.


아웃도어처럼 높이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더 멀리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산업 전체에도 좋은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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