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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Nov 09. 2020

비 확률 80%일때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인간은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만약 기상청에서 내일 비가 올 확률을 80%로 전망하고 예보했을 때, 비가 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이나 뉴스 댓글창의 반응이 아주 볼 만할 것이다. 이런 예측과 실제의 차이를 두고 사람들은 기상청이 아니라 구라청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내일 비가 올 확률이 80%인데 막상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 예측은 맞는 예측일까? 아니면 틀린 예측일까?


보통은 틀린 예측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비 올 확률이 80%인데 비가 오지 않는게 왜 틀린 것일까? 비 올 확률 80%는 비가 오지 않을 확률 20%를 의미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건 우리가 확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흔한 착각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저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무엇일까?

"저것만 가지고는 알 수 없음" 이다. 진짜 답을 알려면 80%로 예측한 날을 100일을 모아서 실제로 비가 온 날과 비가 오지 않은 날을 헤아려 봐야 한다. 실제로 비가 온 날이 80일이라면 이 예측은 맞은 것이고 80일보다 적거나 많다면 틀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부정확하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확률을 안다고 해서 그 결과를 알 수는 없다.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이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내가 동전을 던졌을때 어떤 면이 나올지 알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비 올 확률 80%를 안다고 해서 내일 비가 온다 오지 않는다를 알 수는 없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우리는 그저 그것을 확률로 추정할 뿐이다.


매경에 보냈던 원고의 주제가 바로 이 내용이다.

확률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우리가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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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기상청에 또 속냐!`


기상청에서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비가 오지 않은 어느 날, 내 카톡방에서 올라온 일기예보에 대한 불신이 잘 드러난 대화다. 일기예보에 대한 불신을 가진 사람이 내 친구뿐만은 아닐 것이다. 기상예보 관련 뉴스나 게시물에서 기상청과 일기예보의 부정확성에 대한 욕을 쉽게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은 날씨, 그중에서도 비는 확률로 표기된다는 점이다. 주요 날씨 앱을 보면 비 예보가 있는 날이나 시간대는 비 그림과 함께 확률이 같이 표기된다. 실제로 기상캐스터들의 언어를 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태풍이 상륙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확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예상된다` `~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표현을 쓴다. 확률이란 가능성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가능성이란 확정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80% 확률을 열 번 중에서 여덟 번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서 `두 번은 틀리는 것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이면 대부분 `당연한 얘길 왜 하느냐`란 반문이 뒤따른다. 하지만 비 올 확률이 80%라고 했을 때 비가 오지 않고 맑으면 대부분 기상청이 또 예측에 실패했다는 반응을 보인다. 비 올 확률 80%가 비가 오지 않을 확률 20%를 포함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좀 더 엄밀히 설명하자면 비 올 확률이 80%라면 그와 같은 기상 조건의 날이 100일 있을 때 80일은 비가 내리고 20일은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비가 예상되는 날에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가 틀린 것은 아니란 얘기다.


기상청의 예보가 틀렸다고 할 수 있는 순간은 비 올 확률 80%로 예측한 날 100일 중에서 실제로 비 온 날이 30일인 경우다. 이걸 두고 예측이 `부정확하다`고 말하며 각국 기상청이 슈퍼컴퓨터와 알고리즘을 보강해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바로 이 정확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슈퍼컴퓨터와 예측 알고리즘이 있더라도 내일의 날씨를 예상할 수 있을 뿐, 맞힐 순 없다. 비 올 확률이 80%가 아니라 99%라 하더라도 정작 내일 맑을 경우 이것은 틀린 예측이 아니다. 미래는 확률로 예측할 수 있을 뿐이며 이 확률은 우리에게 가능성을 말하지 확실성을 말하진 않는다. 기상청이 늘 틀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80% 확률을 100%란 확실성과 동일시 여기기 때문이고 사후의 데이터 검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미래를 예상하고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떠한 결과를 보고 `내가 예측한 대로 되었다`고 쉽게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예측과 예상을 입에 올리는 것에 비해 예상을 구체적으로 하거나 사후 검증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디테일과 사후 검증이 없는 예상은 사후확증편향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예측하고 예상했다면 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가.


세상에 확실성이 없기 때문에 가능성은 언제나 양면을 가진다. 그리고 이 양면 중 어느 면이 나올지를 결정하는 것은 운이다. 이 때문에 설령 한쪽 면의 가능성이 99%라고 하더라도 1%의 가능성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결과로 평가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자영업자부터 거대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까지 모두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예상은 그 자체로 언제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갈 가능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예상과 다른 결과에 대해 예상을 내린 측을 들볶는 것은 비 올 확률이 80%인데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것과 같은 확률에 대한 무지다. 중요한 것은 `그 80%의 예상이 정말 80%가 맞는가?`이다.


예측은 불확실성과 싸우기 위한 수단이다.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대응할 수 없다.


https://m.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9/91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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