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준 Dec 16. 2020

학습만화가 뭐 어때서?

학습만화를 비난하는 독서교육가들


어쩌다가 보게 된 학습만화와 독서에 대한 기사. 학습만화는 공부가 아니라 놀이의 일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독서를 하려면 제대로 된 책을 읽게 해야하고 학습만화는 마치 TV나 게임처럼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사 내용 중엔 이런 얘기도 있다.


대표적인 이가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 저자 최승필이다. 대치동 학원 강사였던 그는 아이들의 독서법에 문제를 느끼고 ‘언어능력 집중하는  읽기에 대해 집필하고 강의한다. 최승필은 “학습만화 탐독까지 가면 아이의 독서가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언한다. “얄팍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고, 오만함이 자리해 호기심이 사라진다 것이다. 호기심이 사라져  읽기가 힘들어진 아이를 두고 “독서 인생이 끝난 이라고  박았다.


독서치료연구소를 열어 아이들을 상담·심리치료 하며 최근 『시냅스 독서법』(매일경제신문사)을 낸 박민근 소장은 “학습만화는 독서가 아닌 유튜브 시청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림으로 이어지는 전개, 얼마 안 되는 문자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독서로 분류할 수 없고 영상 시청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학습만화에 빠지면 책하고는 멀어지게 된다. 마치 밥 대신 마약만 먹는 것과 같다”며 “한국 청소년들의 독서량 통계에서 학습만화를 빼버리면 거의 남는 게 없다는 현실이 문제”라고 했다.


흠...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든 주장이다.


최승필씨가 지적한 "얄팍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고, 오만함이 자리해 호기심이 사라진다"라는 내용은 학습만화를 읽었을 때에 얻게 되는 부작용 같은게 아니다. 이건 그냥 책 한두권 읽는 성인들도 흔하게 저지르는 문제이며 더 나아가서 책 한권 안읽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경우를 더 많이 본다.


과연 이런 성인들이 학습만화를 읽어서 이렇게 된 것일까?

이건 그냥 얄팍하게 아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경향성일 뿐이다.


사실 저러한 독서의 제일 문제점은 독서를 재미로 하는게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으로 시키는 것에 있다. 지금 내 주변의 다독가들을 봐도 이들은 재미로 책을 읽는 것이지 무언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고 책을 읽지 않는다. 언어능력이나 지식 같은 것은 재미로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얻게된 부수적인 효과 같은 거다.


나도 책을 적지 않게 읽는 사람이니 독서에 관해서 한마디를 얹을 수 있겠다.


내 경우엔 하더라도 만화든 뭐든 보다가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 흥미를 다른 분야로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역사 만화를 보다가 흥미를 느끼게 되어서 그 역사를 주제를 다룬 게임으로 넘어가기도 했고 그 게임에서 더 큰 흥미를 느껴 다시 책으로 돌아와 독서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을 꿰뚫는 것은 흥미로 시작해서였단거다.


학습만화는 그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적정한 매체에 해당한다. 애초에 활자를 읽는 것은 많은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활자책을 쥐어주면 싫어하게 된다. 흥미를 느끼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그 다음으로 흥미를 느꼈으면 이것을 확장하게 이끌어주는 것이 그 다음이다. 책을 읽는 사람의 수준에 맞는 책을 권하거나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서 흥미를 이어가면서 계속 책을 읽게 해줘야 한다. 이것까지 수행해야 하는 것이 진짜 독서 교육이 해야할 역할이다.


문제는 이게 가능한 사람은 매우 소수다. 왜냐? 대체로 독서로 아이들을 타박하지만 실상은 많은 부모들도 책 안읽긴 마찬가지라서다. 2019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책을 1년에 1권 이상이라도 읽은 성인의 비중은 55.4%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30-40대의 경우는 전체 평균보다 독서인구 비중이 68%, 57%로 그나마 좀 높긴 하지만 1주일에 책을 한번 이상 읽는 습관적 독서가의 비율은 전자책까지 포함해도 17.2%에 불과하다는게 현실이다.


이처럼 부모세대도 독서와 거리가 먼 삶을 살기에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게 제대로 될 리가 없거니와 자녀의 흥미에 걸맞는 책을 권해줄 독서능력 또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책을 읽는다고 쳐도 자녀의 교육방법론을 다룬 실용교육서적을 주로 읽는데 그친다면 이 또한 독서능력에는 큰 도움이 되기 힘들다.


즉, 학습만화에서 그 다음으로 못넘어간다면 이건 독서교육 그 자체의 문제란 얘기다. 이걸 애먼 학습만화를 문제 삼고 있으니 보는 입장에선 기가 차는 일이다. 여보세요 그게 독서교육이 해야할 일인데 학습만화 탓을 하면 어떡합니까?


독서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언어능력 향상과 문장능력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다. 수많은 독서가들이 과연 언어능력 향상을 위해 책을 읽었을까? 물론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얻게 되는거지만 이건 일년에 책 한두권이 아니라 많은 책을 장기간 동안 계속 읽어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수지타산이 안맞는 일이다. 오히려 여기에 타겟을 두고 독서를 시키면 흥미가 떨어져서 이후에 다시는 책을 읽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학습 만화를 보면 호기심이 사라져 아이의 독서 인생이 끝난다는 최승필씨나 학습만화를 보는 것이 밥 대신 마약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이야기한 박민근 소장이나 독서에 대해 너무 쉽게 단언하는 오만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책을 읽으려면 결국 흥미를 이어갈 수 있어야한다. 사람은 흥미로 움직인다. 그걸 억지로 읽으라 한다면 금방 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 것이다. 지금 1년에 책 한권 읽지 않는 반절의 성인들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능력주의의 빈 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