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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Dec 23. 2020

스타필드 하남 : 집적의 실패로 인한 공간의 낭비

계열사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한 집중의 실패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는 와중에 운전 연습삼아 여기저기 포인트를 찍어서 다녀오고 있다. 덕분에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애매했던 곳들을 가보게 되었는데 요즘 종종 가는 곳이 스타필드하남점이다. 장거리 운전연습에도 적당하고 가면 주차 연습도 하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그동안 말로 듣고 소문으로 듣고 사진으로 보던 스타필드를 가보고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는데... 몇번의 방문 후 감상을 남기자면 참 애매한 곳이다.

대체적으로 뭐가 있다 만 느낌이고 들어가다 만 느낌이다. 대형복합쇼핑몰 답게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있긴 하지만 대형복합쇼핑몰이란 컨셉에 맞게 '여기에 다 있네'라는 느낌이 아니라 '있긴 하네'라는 느낌에 가깝다.

브랜드와 매장이 들어가다 만 느낌이 극대화되는 포인트는 스타필드의 주요 이용자나 방문객층과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들이 목격되기도 해서였다. 아무래도 그런 이질적인 브랜드 매장이 존재하다보니 '이게 여기에 왜 있어?'라는 느낌과 함께 뭔가 모를 허전함을 더욱 키운다.

이러한 허전함은 스타필드 지하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도 똑같이 느꼈던 부분이다. 코스트코와 동일한 창고형 매장 답게 구성되어 있지만 구비된 상품군은 많이 허전하다.

내가 생각하는 대형 창고형 매장의 매력은 '다양한 상품의 대량 구비'로 시각적 만족감의 충족에 있다. 상품군의 다양성은 온라인을 못이긴다. 하지만 대형 창고형 매장은 그 정도까지 다양하진 않아도 일정 이상의 다양함과 대량을 통해 시각적으로 소비자를 압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각적 만족이 대형 창고형 마트를 방문하는 이유가 된다. 온라인의 사진과 글귀로는 채울수 없는 기쁨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마트 트레이더스엔 그게 없었다. 대형 창고형 매장에서 '이것도 없네'라는 감상을 느낀다면 대형 매장이 가져야 할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거다. 예를 들어 일전엔 일하면서 간식으로 먹을 과자를 쟁여두러 코너를 돌았는데 기쁘게 지갑을 열 생각을 하고 코너를 돌았음에도 상품 가짓수가 기대보다 적었고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이곳에서 이 부분은 확실히 기대 이하였다.

이런 허전함은 같이 붙어 있는 신세계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도 동일하게 느꼈던 부분이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스타필드와 연결된 신세계백화점과 트레이더스 등의 서로 다른 매장들이 카니발리제이션을 막기 위해 서로 겹치지 않게 상품군을 구성했기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서로 겹치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니 브랜드는 마치 지역균형개발로 전국 여기저기 분산시켜놓은 공기업마냥 여기엔 이거 저기엔 저거 식으로 흩어져 있고 동일 상품군 또한 서로 겹치지 않게 이 공간엔 이런 가격대와 이런 카테고리를, 저 공간엔 저런 가격대와 저런 카테고리로 쪼개진 상태다. 그러다보니 대형복합쇼핑몰이라는 거대한 공간이 주어야 할 장점과 매력이 퇴색된 것이다.

대형복합쇼핑몰의 존재 의의는 집적을 통한 클러스터링에 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상품군의 다양성과 편의성으로는 온라인몰의 존재를 따라가기 어렵다. 대형복합쇼핑몰은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만의 요소에 더해 실제로는 온라인보다 다양하지 않아도 인간이 보고 인지할 수 있는 다양성의 한계 정도까지 상품과 브랜드를 집적함으로 체험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온라인몰의 정반대 측면에 위치한 쇼핑 공간이다.

그런데 제대로 집적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독립된 쇼핑 공간에다 흩어놓았으니 앞서 언급한 '채우다 만 느낌'과 '허전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워낙에 쇼핑 공간이 크고 넓다보니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렇게 된 것은 서로 다른 계열사 간의 알력과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통합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신세계 그룹 내에서도 백화점 계열과 이마트 계열이 서로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문제였겠지만 말이다.

원래 스타필드의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반반씩 지분을 보유하던 곳이었다. 이후 2017년 6월에 백화점측에서 이마트에 지분을 완전히 넘기면서 현재는 교통정리가 된 상황이다. 아마도 이 문제를 내부적으로도 인지했기에 이루어진 정리로 보인다.

그렇기에 스타필드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감상은 하남점이 아니라 다른 지점을 가보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벌써 하남점이 오픈 후 4년이 넘었으므로 입점 브랜드와 상품군의 변경/교체가 이뤄졌을 수 있고 현재가 코로나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의 침체가 영향을 주었음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하지만 역시 아쉽긴 하다. 1호점이 가지는 상징성과 하남점의 규모가 다른 모든 점포를 압도할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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