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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Dec 18. 2020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 이유

언제는 연말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나요?

누군가가 '올해는 연말 분위기 정말 안난다'라고 했다. 그야 올해는 판데믹 때문에 연말 분위기란게 있을  없는 상황이니 그렇긴 하지.

근데 생각해보면 연말 분위기란건  안났다. 올해는 판데믹이라서 다들 갇혀 지낸다는 명확한 이유라도 있었지만 올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연말때마다 '연말 분위기 안나네'라는 말을 해왔음을.

이런 얘기가 어디  두해도 아니고  전해도 했고  전전해도 했고  전전전해도 했고 10 전에도 똑같은 얘길 했다. 그럼 연말 분위기란건 대체 언제 났던 걸까? 아니 연말 분위기를 느꼈던 적이 있기라도 한걸까?

진실은 아마 다들 나이를 먹어서 그런걸거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연말 분위기라는  자체가 어릴때 느꼈던 기분 아닌가 말이다.  '연말 분위기'라는 것도 대충 파티라거나 축제스러운 분위기인데 이런걸 온전히 느낀 적이 일생에 얼마나 되겠나.

 재미있는 것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것은 무겁고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무게를 감당하는  어디까지나 현재지 과거나 미래는 해당이 없다. 따라서 삶의 무게에서 자유로운 과거나 미래는 언제나 미화되고 아름답게 전망된다.

하지만 진심으로 되돌이켜보면  아름다웠던 과거도 실상은 삶의 무게에 짓눌리던 시기였고 아름다울거 같은 미래도 마찬가지다. 현재가 되기 전엔 아름답고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재가 되면 고통스럽고 현재에서 밀려나면 다시금 아름답게 여긴다. 결국 연말 분위기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 더하자면 과거엔 잉여 생산물의 부족으로 평소엔 빈곤하다 특정일을 정해 몰아서 소비함으로 행복을 느꼈지만 현대는 만성적 잉여 과잉의 시대라 딱히 명절이나 축제가 아니더라도 부족할 일이 없기에 명절과 평시의 차이를  못느끼는 문제 또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한 시간이 지나서 삶의 무게에서 자유로워지면 미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쯤엔  좋게 기억할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노라고. 정작  당시엔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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