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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Mar 09. 2021

포장마차와 스타트업 : 규제 바깥의 혁신

규제를 회피하는 것은 혁신이라 할 수 있을까?

포장마차와 스타트업 : 규제의 바깥

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존재했던 포장마차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들이 포장마차를 그리워 하는 것은 자신의 젊었던 시절을 보냈던 공간이 포장마차라 추억하는 것임을 안다.

 포장마차가 추억의 공간이   있었던 것은 저렴한 가격이다. 가격이 무기가 되었으니까 사람들이 몰려들고 거기서 추억을 만들었던거다. 지금의 포장마차는 옛날처럼 싸지 않으니 추억이 되지 않는 것이고.

포장마차가 그때 저렴할  있었던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불법이니까.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으니까. 어디 건물에 들어가 있는게 아니니 임대료가 없고 세금도 내질 않는다. 설비투자비도 적게 들어가는데다 필요한 장비나 시설을 갖출 필요도 없다.

이러면 극도로 고정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운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극도로 낮아지게 되고 가격책정이 매우 손쉬워지고 가격의 허들도 낮아진다. 사실상 재료비에 적당한 인건비와 이윤만 붙이면 되는거니까.

, 많은 이들이 사랑한 옛날 포장마차의 아름다운 가격은 법의 영역의 바깥에서 비용을 외부화해서 달성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임대료 내고 세금 내는 사람은 이러면 호구 밖에  되겠나? 포장마차에 대한 단속도 바로 여기에서 기원한다. 단속하지 않으면 포장마차가 거두는 이익만큼 사회적 손실이 되니까.

그런데 나는 스타트업들이 포장마차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정확히는 정말 기술로 솔루션을 제공한 스타트업이나 기술기업들 말고, 기술의 목적이 규제의 우회와 회피에 있고 이를 통해 달성한 가격 절감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곳들 말이다.

이런 곳들은 보면 자기들이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소비자들에게 효용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데  논리면 건물 임대 하지 않고 도로에다 좌판 까는 것도 혁신이고 화장실이 없는 것도 혁신이다.  혁신을 통해 포장마차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이란 효용을 제공한 셈이니 포장마차의 무제한적 증가를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게 안하지 않나.

이런 스타트업들은 포장마차만큼이나 책임에서 가볍다. 규제를 회피했고 규제 바깥에서 애매하게 포지션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규제가 불필요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규제는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규제 때문에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회피형 스타트업들은  때문에 이용자에 대한 보호가 없거나 미비하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책임이 아니라 사용자의 책임이 된다. '저희는 그저 플랫폼이라서'라는 말이 통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요즘의 포장마차들이 옛날처럼 싸지 않은 것은 재료값 자체의 인상도 있지만  지자체에서 제한된 구역에서만 영업을 하도록 하고 나름대로 확실히 비용을 청구하고 있어서다. , 제도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니 발생한 정상화가 가격의 인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규제회피형 스타트업들은 제도에 편입된 순간부터 혁신이 없다는 올드비즈니스와 크게 다를  없는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나는 이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혁신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포장마차와 이들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계속 의문을 던지게 된다. 한쪽은  배우지 못했고 나이 드신 분이 운영하기에 철거해야한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반대쪽은  배운 젊은 사람이 기술과 혁신을 외쳐대기에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서로 차이가 없다면 대우가 이렇게 달라야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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