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준 May 06. 2021

몰락하던 한국 코카콜라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LG생건이 바꾼 한국 코카콜라 이야기


몰락이란 단어만큼 코카콜라와 매칭이 안될 거 같은 단어는 없죠. 하지만 국내 한정으론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한번 꺾인 이후로 회복되기는커녕 감소세인 매출, 5년 연속 영업이익 하락, 4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 한때 한국 코카콜라가 겪었던 몰락의 흔적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68년에 한국에서 정식 생산한 이후 80년대까지 인기 절정이었지만 91년에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사고가 발생하면서 타격을 입기 시작했거든요.


사실 코카콜라는 콜라가 아니라 원액과 시럽을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전 세계 각지에 있는 보틀링 업체에다 판매하면 보틀링 업체들이 이걸 음료로 만들어 파는데 이걸 보틀링 시스템이라 합니다. 코카콜라가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핵심 시스템이죠.


이때 당시 국내에 보틀링 업체는 4군데가 있었습니다. 전라도의 아귀, 경상도의 짝귀... 가 아니라 부산/경남 지역의 우성식품, 전라 지역의 호남식품, 대구/경북/충청 지역의 범양식품, 그리고 서울/경기 지역의 한양식품(두산음료)이요.


그런데 두산전자가 페놀 유출 사고를 일으키면서 전국적으로 두산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던 거죠. 이 사건은 두산그룹으로 하여금 B2C 사업을 싹 정리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한양식품에서 생산하던 코카콜라도 불매 대상에 들어갔고요. 문제는 다른 지역 보틀러들, 특히 페놀 유출의 직접적인 피해 지역 보틀러였던 범양식품이 같이 얻어터졌단 거죠.


90년대 중반 들어서 코카콜라는 보틀러 통합 정리를 시도하면서 국내의 4개 보틀러사도 통합을 시도했습니다. 이때 각 사에 제안한 금액은 각각 4천억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 그래도 소비재 불매 운동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고민 중이던 두산 입장에선 땡큐를 외치고 팔았습니다. 우성식품과 호남식품도 조건을 받아들였고요. 범양식품만이 여기에 불복하고 법적 소송에 나서 보틀러 계약을 좀 더 지킬 수 있었고 그 사이에 815콜라를 개발해서 시장 점유율 15% 정도를 차지해버립니다. 여기에 97년부터 국내에 시작된 팹시맨 광고가 빅히트를 치면서 팹시의 점유율도 급상승했고요.


2000년대 들어선 웰빙과 건강 바람이 불면서 콜라가 건강의 주적으로 꼽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매출은 주저앉고 영업이익도 계속 하락세를 찍다 2004년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04년부터 한국 코카콜라 보틀링이 매물로 계속 올랐던 게 바로 이 이유였습니다.


이걸 인수한 게 바로 차석용 부회장이 사장으로 부임했던 LG생건이었는데요. 인수금액이 고작 3850억 원이었습니다. 10년 전에 지역 보틀러 하나를 인수하는데 쓴 금액보다 더 적은 금액이었던 거죠. 당시 코카콜라 보틀링의 상태가 얼마나 안 좋았는지를 반증하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상태가 매우 심각했던 한국코카콜라 보틀링을 인수 다음 해인 2008년부터 반전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지금도 얘기가 나오는 '차석용 매직'의 시작이었죠.


그 실적 전환의 비결이 무엇이냐에 대해 말은 많습니다. 직원들의 인식을 바꿨다, 제품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기업문화를 바꾼 덕이다 등등.


그런데 저는 실질적인 비결은 다른데 있다고 봅니다. 납품 실적을 월말에 몰아서 하지 말고 월초에 땡겨서 하게 만든 거죠.


원래 어느 영업조직이든 월별 목표치가 하달되면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그리고 보통은 월말에  채웁니다. 원래 마감이 닥칠수록 효율이 오르는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월말로 갈수록 어떻게든 실적 채우기 위해서 물량을 떠넘깁니다. 이게 속칭 '밀어내기'.


근데 아무리 납품관계라지만 그냥 떠넘기는 게 쉽습니까? 이럴 땐 급 한쪽이 인센티브를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월말에 납품가를 할인해서 넘기는 거죠. 그럼 물량 실적은 어떻게든 맞출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밀어낸 물량 소화하느라 월초엔 납품 요청이 없습니다. 그러면 또 월말에 몰아서 실적 채우느라 또 납품가 깎아서 넘겨야 합니다. 악순환인 거죠.


LG생건이 한국코카콜라 보틀링을 인수한 후에 직접적으로 손을 본 게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우선 월 단위 목표를 주 단위로 쪼개고 월의 마지막 주는 목표치는 일부러 낮게 잡아둔 겁니다. 월말에 몰아서 넘기느라 납품 단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상을 막아버린 거죠. 이 결과 같은 양을 팔아도 생산원가는 그대로인데 매출은 느니까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 겁니다.


또한 상시적으로 수요가 높은 게 코카콜라다 보니 주 단위 생산, 유통이 재고관리에도 더 강점을 부여해 예전처럼 막 가격 깎아 팔지 않아도 잘 팔리게 된 거죠.


여기에 코카콜라가 가진 브랜드 파워와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바탕으로 매년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덕분에 코카콜라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개선된 거죠.


물론 LG생건 측은 코카콜라의 가격 인상과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의 실적 개선은 별 관련이 없다고 주장합니다만 코카콜라음료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게 코카콜라인데 가격 인상이 실적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하는 건 무리수이죠.


이 외에 이야기는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kMULWZHZs_w


매거진의 이전글 매운음식과 사회적 스트레스의 관계는 사실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