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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May 08. 2021

소비 트렌드 기사를 볼 때의 주의사항

평냉에 발 돌리는 2030?



소비 트렌드에 관련된 기사를 읽는 것은 미시적인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다만 이런 기사를 읽을땐 주의사항이 있다. 위의 기사는 그 주의사항을 논하기에 매우 좋은 기사다.


평양냉면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오른게 사실이고 나 또한 간만에 가서 가격표를 보면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소비 트렌드를 짚는 기사로서 이 내용은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MZ도 그렇고 2030을 묶어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사회/문화적인 부분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비에 있어서 MZ를 통으로 묶거나 20과 30을 분리하지 않고 다룬다면 그 기사 내용은 그냥 무시해도 좋을거다.


특히나 MZ보다 2030에서 더욱 명확한데 이는 20과 30은 소비에 있어선 완전히 다른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20과 30이 소비에서 완전히 다른 것은 이들이 가진 구매력의 차이 때문이다. 2018년 기준 대졸 신입의 평균 연령이 30.9세다. 남녀의 차이가 조금 있긴 하나(남성은 약 32세, 여겅은 약 30세) 대체로 30세를 기준으로 취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소득을 벌어들이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구매력이란 측면에서 20과 30은 묶어서 다룰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다른 세대가 되는 것이다.


물론 20 중에선 부모의 소득빨로 30 못지 않은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긴 하나 20과 30을 묶어서 다룰 정도는 아니다. 때문에 20과 30을 묶어서 소비트렌드를 설명하려면 오류가 커진다. 해당 기사에서도 정작 30대의 이야기는 없다는게 이를 잘 보여준다.


두번째로 원가 이야기를 얘기하는 내용들은 대체로 그 알맹이가 없다. 15년 전부터 얘기가 나왔던 '커피 한잔의 원두 원가가 300원인데 10배가 넘는 가격에 팔고 있다'와 같은 내용들이 아무런 가치있는 정보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게 이를 잘 보여준다.


저 위의 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냉면의 원가를 따지는데 메밀면의 원가만 계산하고 이걸 기준으로 너무 올랐다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육수와 편육의 가격을 생각해도'라는 말로 나머지 부분을 대충 퉁 쳐버리고 얼렁뚱땅 결론을 내려버린다. 육수의 원가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건 육수를 어떻게 내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냉면 매니아들은 누가 뭐래도 냉면의 핵심이 육수라는 걸 잘 안다. 면은 사실상 차별화가 거의 없는 부분이지만 육수는 그 냉면집의 정체성이자 브랜드를 결정짓는 요소다. 그리고 이 육수를 만드는데 많은 인건비가 들어간다. 고기를 넣고 끓이고 거르고 끓여낸 육수간의 비율배합을 맞추고 등등. 냉면 매니아라면 다들 아는 부분이다.


그래서 매니아들이 가격 때문에 등을 돌린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매니아들이 누구인가? 어지간하면 가격으로 문제를 삼진 않을만큼 가격 저항이 낮은 소비자집단이다. 어떻게 만들고 그것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른 소비자들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격 저항이 낮은 것이다.


사실 원가 이야기가 나오는 글은 딱 한가지 가치있는 정보만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원가 따질만큼 소비계층이 크게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커피와 치킨이 이 논란의 주요 소재거리가 되었는데 실제로 이때 커피와 치킨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기사 중간에 비교하는 국밥은 애초에 만드는 방법이 냉면과 달라도 너무 다르며 나도 국밥 좋아하지만 국밥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에도 한계가 있다. 애초에 모든 걸 국밥으로 대체하는 밈이 20대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이건 냉면 매니아들의 반응도 아니고 그냥 구매력이 다른 세대보다 낮은 20대의 반응일 뿐이다.


결국 저 기사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는 평양냉면이 모두의 식품이 되었을 정도로 이제 대중화되었단 것 정도다. 소비 트렌드에 관한 기사를 읽을땐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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