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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May 12. 2021

낭만을 경계한다

낭만적 이상은 현실에 적용될 수 없다

낭만이 가진 아름다움과 여유를 좋아한다. 그게 나의 마음에 주는 안정과 여유를 좋아한다. 하지만 낭만이 현실에 개입하는 것은 무척이나 싫어하고 경계한다.


낭만은 대체로 과거회귀적이다. 현실은 너무나 물질적이고 타락하고 아름답지 못한 것으로 가득하기에  대안으로 과거를 가져오는 것이다. 과거엔  좋았는데, 과거의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과거가  순수했는데, 과거가  좋았지...


낭만이 가진 과거회귀적 모습은 우디 앨런의 대표작  하나인 '미드나잇  파리'에서도  드러난다.  영화는 낭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정말 매혹적으로 그려냈는데 정작  낭만 속에 사는 사람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자꾸 과거를 그리워 한다. 주인공이 1920년대를 그리워하고 1920년대의 사람은 1890년대를 그리워하고 1890년대의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그리워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낭만이 지향하는 과거는 진짜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현실을 제거하거나 왜곡한 과거다. 이것은 낭만이 과거회귀적인 이유이기도 한데 현재에서 겪고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현재가 과거가 되면서 해결되었거나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가 아름답지 못한 것 또한 트라우마가 현재의 문제로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란 것을 생각해보자.


이 때문에 과거는 대체로 나쁜 부분이 사라지고 좋은 부분만 남아 사람들의 낭만을 자극한다. 이렇게 낭만화된 과거를 현재와 비교한다면 당연히 낭만화된 과거가 현재보다 우월하고 좋고 아름다우며 현재는 타락했고 병폐가 많은 것으로 비치게 된다.


낭만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거나 현재의 대안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의 문제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있는 눈이 없다. 낭만이 무엇 때문에 낭만적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낭만에 맞추어 현재와 현실을 왜곡한다. 하지만 낭만화된 과거는  그대로 왜곡된 과거이기에 현재와 현실로 실현될  없다. 현재와 현실이 되는 순간 낭만이 외면해왔던 현실적 문제가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현재이기에 아름답지 못하고 겪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낮은 평가를 받는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낭만에 빠진 이상주의자들이 낭만화된 과거를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을 싫어하고 경계하는 것이다.


정작 이렇게 문제거리이자 천박하고 타락한 현재 또한 몇십년이 지나면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될 것이라는 걸 뻔히 아니까 말이다.


1980년대에 가정집에 흔했던 플라스틱 쟁반은 당시에도 꽤 촌스러운 물건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이사할때 다들 내다버리는 물건 1순위였다. 지금은 멋지고 아름다운 빈티지 아이템 취급이다. 쟁반이 변한게 아니다. 더 이상 그 쟁반이 우리의 일상에 있지 않고 흘러 지나간 낭만이 되었기에 평가가 바뀐 것이다. 이게 다시 일상에 들어오면 다시금 촌스럽다고 버려질 것이다.


낭만은 낭만으로 머물러 있게 해야 하는게 그런 이유다. 현실과 사회에 낭만을 끌어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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