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에서 삼다수까지, 과시와 불안을 먹고 자란 생수시장
이번주 돈슐랭의 주제는 생수시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생수산업은 마케팅의 절대적인 승리 그 자체입니다. 원래 물은 돈을 주고 사먹는게 아니죠. 사람들이 공짜로 이용하는 것을 돈을 내고 구매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생수산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는데 선진국들은 깨끗한 식용수를 매우 저렴하게 구할수 있는데도 사람들이 생수를 사먹는다는게 특이한 점이죠. 생수산업의 마케팅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현실입니다.
생수를 본격적인 산업으로 만드는데는 본 영상에서 언급했듯이 페리에의 공이 매우 컸습니다. 일단 초창기 페리에의 마케팅 문구가 '테이블워터(미네랄워터)계의 샴페인'이었습니다. 이건 생수를 소비자들에게 어떤 포지션으로 두고자 하는지 의도가 읽히죠. 실제로 로랑-페리에와 페리에 주에라는 유명 샴페인도 있는 만큼 반사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고요.
페리에는 사람들이 가진 과시욕과 스노비즘을 잘 공략했습니다. '테이블워터계의 샴페인'이 먹혀든 것도 20세기 초에 영국 중산층 이상의 계급에서 프랑스풍이 유행을 탄 덕분이기도 했거든요. 그렇기에 프랑스에서 온 물은 더욱 특별하게 사람들에게 소비됐던거고요.
세계대전 이후에 페리에를 인수했던 귀스타브 르벤은 이 기조를 더 강화했습니다. 페리에가 1970년대에 미국으로 진출할때 광고와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그때 당시 이미지화한게 특별한 사람들은 특별한 물을 마신다는 거였죠. 유창한 프랑스 발음의 '페히에~'와 함께요.
이와 더불어 육상 등의 스포츠 대회 후원에 나서면서 마케팅을 강화하여 건강을 챙기는 특별한 사람들은 페리에를 마신다는 이미지를 강화해나갔습니다. 당시는 미국 여피족들의 전성시대였고 육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나이키 같은 브랜드들이 힘을 받던 시기기도 했으니 아주 적절했습니다.
그렇게 페리에가 전세계적인 생수시장을 만들고 후발주자들이 각자의 포지션을 잡은게 바로 현재의 생수시장인거죠.
원래 차별화가 힘든 산업에선 얼마나 매끄러운 스토리를 만드느냐가 브랜드의 차이를 결정합니다. 페리에는 그걸 달성했기에 시장을 창조해냈고 에비앙은 페리에가 만든 시장 위에 더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서 성장할 수 있었죠.
다만 생수시장에는 비판도 많습니다. 우선 누구보다도 환경적 이미지를 이용하면서 환경비친화적인 산업이란게 그거죠.
생수업계는 산과 빙하, 바다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깨끗한 이미지를 입힙니다. 하지만 생수업계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죠. 때문에 수돗물을 소비하는게 더 친환경적이란 얘기가 나온지 오래 되었습니다.
사실 국내 생수시장도 소비자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안을 먹고 자란 시장입니다. 삼다수의 경우는 해외 생수 브랜드들의 마케팅 기법을 아주 적확하게 벤치마킹하여 이용했기에 1위로 등극할 수 있었고요.
우리나라 수돗물의 안전성은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돗물 냄새란 것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초에 수돗물과 생수의 차이를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구분해 매는 사람은 1/3이고요. 심지어 끓일 경우엔 더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라면을 끓일때 조차 생수로 끓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불안이 과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실상 생수와 수돗물의 차이는 맛의 차이 정도 뿐이죠.
생수산업은 마케팅 역사상 가장 완벽한 승리로 꼽을 수 있는 산업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생수에 돈을 쓰는 것은 불안과 과시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잘 파악한 덕분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소비하면서 그 부분을 인지할 필요는 있습니다.
https://youtu.be/neZgS5-ck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