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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브랜든 May 12. 2017

세계는 좁고 할 것도 많다

적극적으로 도전하라

세계 경영을 외치던 대우 그룹 김 우중 회장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란 책을 읽고 진취적 도전을 하며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하지만 넓게만 보이던 세상이 요즘은 엄청 좁아 보인다. 어릴 적에 그렇게 크게 보이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몇 십 년 만에 찾아 갔을 때 너무 작아 보여 실망스러운 것처럼 세상이 넓다고 표현하던 시대는 가고 이젠 글로벌 빌리지의 시대가 도래했다. 5대양 6대주를 갈 수 있는 세계 일주 비행기 티켓도 400만원이면 살 수 있고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무리를 이끄는 그룹이 한국인 이다.

     

나는 21살 때 유럽 배낭여행을 혼자 떠났다. 실제적으론 겁이 많았지만 유럽으로 혼자 떠나는 것에 대해 겁을 먹지는 않았다.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벨기에 브르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이탈리아 베니스, 로마를 지나 오스트리아 빈, 스위스의 취리히와 제네바, 독일에 프랑크푸르트, 베를린을 지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그리고 프랑스의 파리를 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세계 명작 동화에 나오는 동화 속 나라들이 현실에 존재했고 그 현실 속에서 내가 참여해 보는 기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은 역시 ‘무소유가 주는 참 자유’였다. 모든 배낭여행 일정이 마치기 3일전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몽마르트 언덕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덩치 큰 프랑스인이 나를 보며 목마르지 않냐고 물어봤다. 목마르냐는 thirsty란 단어는 영원히 잊지 못할 단어이기 때문에 귀에 쏙 박혔고 그 친구를 따라서 생맥주 한잔에 4000원이란 이야기를 믿고 뒤 따라 갔다.

     

Thirsty란 단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제대로 경험 했었다. 일본인 친구가 계속해서 나보고 30살이냐고 물어서 계속해서 21살이라고 대답했었다. 포기하지 않고 4번이나 물어보는 멍청한 일본인이라 생각하며 나는 계속해서 나이를 대답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리를 옮겨버리는 그 친구의 눈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Are you thirsty?”“너 목 마르지 않아?”를 나는 “Are you thirty?” “너, 30살이니?”로 이해하고 “ I am twenty one years old”“난 21살이야”만 열심히 외쳐댓으니 일본인 친구가 대화를 포기하는 게 너무 당연한 에피소드 같다.  

     

다시 프랑스 파리로 타임을 돌려보자. 어두컴컴한 지하 술집으로 들어가서 실내를 보니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덩치 큰 4명의 흑인과 백인이 온 몸을 문신한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고, 프랑스 여자답게 생긴 깡마르고 예술적으로 예쁜(?) 여인이 내게 다가왔다. 뭔가 잘 못 돌아간다는 생각에 그 여인에게 내 상황을 이야기 했다. “나는 가난한 백팩커이다. 로마에서 돈을 많이 써버려서 수중에 돈도 없고 목이 말라서 생맥주가 선불로 4000원이라고 하기에 여기에 들어왔다” 웃으면서 그녀는 걱정 말라 며 혼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서 다시 정신을 가다듬으며 어서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돌아왔을 때 덩치 큰 백인 한명이 계산서를 나에게 내민다. ‘오마이갓 75만원이다’다시 한번 열심히 내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 덩치가 내게 말한다. “너 파트너가 마신 와인 값이다” 너무 말도 안 된 상황이었지만  4명의 덩치 앞에서 얼마 남지도 않은 지폐들을 다 털어주고 동전 몇 개를 가지고 그 술집을 빠져 나왔다.돌이켜 생각해보면 90년대 초반에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몽마르뜨 언덕 근처 바가지 술집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에펠탑조차 입장료가 없어서 못 올라가고, 잠 잘 곳도 없어서 밤기차를 타고 예정에 없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없게 되니 더 이상 두려움도 없어지고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덩치 큰 흑인이 칼을 들고 있어도 용감히 그에게 길을 물어볼 용기가 생겼던 것은 무소유가 주는 용기이자 혜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운 좋게도 나름 빨리 유럽 배낭여행도 하고 155여개 민족이 모여 사는 다민족 국가 호주에 살게 되면서 세계가 넓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좁은 세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생각나면 언제든지 방문해서 볼 수 있고 해외에 사는 사람들과도 언제든 교류 할 수 있는 ‘친구’의 개념이 만들어졌다.

유치원 1년을 정규 과정으로 인정하는 호주에선 13년간의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까지 졸업해도 빠르면 21살, 보통은 22살이다. 그 나이에 보통 취업하기 전에 세계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 1년에서 2년 정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세상을 경험한다. 물론 요즘은 초등 학교때부터 영어캠프다 어학연수다 해서 해외에도 많이 나가고 가족들과 해외여행 하는 한국 사람들도 넘쳐 나는 것 같다. 20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워킹할러데이 비자로 갈 수 있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많고 많다. 나는 이러한 기회들을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서점에만 가 봐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깨달음을 책으로 출판한 다양한 세대의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즐비하다.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본인이 살고 있는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준비를 해보자. 먼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시작하자. 처음부터 다른 나라에 갈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부터 새로운 도시에 가서 혼자서 주말을 보내보자. 익숙한 친구들 만나는 일을 잠깐 멈추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추진해 보라.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숫자가 2016년 통계를 보면 200만 명이 넘어갔다고 한다. 그들과의 만남을 추진해보자. 한국에서 적은 돈으로 원어민과 친구 맺어서 할 수 있는 일도 넘친다. 평안함을 떨쳐버리고 익숙함을 내려놓는 순간, 넓게만 느껴지는 세계가 좁디좁은 촌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영어로도 Global Village라고 한다.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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