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물'맛을 모른다

워터 소믈리에, 우주비행사, 신학자, 그리고 갓난아기의 물에 관하여

by BREWOLOGY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혀가 타들어가는 감각, 갈증.

모든 생명의 첫 번째 기억이자 마지막 욕망. 우리는 갈증으로 세상을 배우고, 물 한 모금에 세상을 잊습니다. 물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는 그 '맛'을 궁금해하지조차 않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물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나에게 갈증이란 무엇인가'라고.


이번 《Brewology》의 탐험은, 가장 원초적인 감각인 '갈증'을 나침반 삼아, 가장 투명한 미스터리인 '물'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입니다. 이 여정의 끝에서, 당신은 아마 평생 처음으로 진짜 '물맛'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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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우주: 워터 소믈리에의 실험실 - 텅 빈 무대 위의 미네랄, 그 미세한 춤에 대하여]


솔직히 말해, 나도 '물맛'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 그냥 다 똑같은 물이지, 무슨. 하지만 워터 소믈리에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알던 것은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에비앙은 왜 부드럽고, 페리에는 왜 날카롭게 느껴질까? 그 비밀은 물이라는 텅 빈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미네랄'에 있었다. 워터 소믈리에는 물 한 모금에서 칼슘의 단단함과 목 넘김, 마그네슘의 씁쓸한 여운, 실리카의 매끄러운 질감을 읽어낸다. 정말이지, 이건 거의 초능력에 가깝다. '없음'이라고 믿었던 맛의 세계. 그곳에서 펼쳐지는, 0.01%의 미네랄이 연주하는 가장 섬세한 교향곡을 감상하기 위해, 당신의 혀를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악기처럼 조율해볼 시간이다.



워터 소믈리에의 한 줄 인사이트:
"가장 훌륭한 물은 '맛있는' 물이 아니라, 음식의 맛을 '빛나게 하는'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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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우주: 우주비행사의 조종실 - 단 한 방울의 무게]


지구에서는 공기처럼 흔한 것. 하지만 고도 400km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곳에서 우주비행사가 마시는 물 한 방울은, 동료의 땀과 소변, 숨결 속 수증기를 정제해 만든 것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처음엔 좀 찝찝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생명 그 자체의 무게를 가진다. 닫힌 우주선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순환의 고리인 셈이다. 극한의 공간에 놓여봐야, 비로소 우리는 당연한 것들의 진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우주비행사의 눈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푸른 행성이 얼마나 거대한 기적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주비행사의 한 줄 인사이트:
"우주에서는,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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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우주: 신학자의 기도실 - 씻어내는 것과, 채워지는 것]


왜 인류는 수천 년간 가장 중요한 영적 순간에 늘 '물'을 사용했을까? 기독교 세례식의 성수(聖水)부터 힌두교도들의 갠지스강 목욕, 이슬람의 정화 의식 '우두(Wudu)'까지. 종교는 달라도 물의 역할은 놀랍도록 같다.


물은 더러움을 '씻어내는' 가장 강력한 상징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은 역설이다. 죄와 부정을 씻어내어 '비움'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장 신성한 것으로 다시 '채워지는' 것. 신학자의 눈을 통해, 물에 담긴 '정화'와 '거듭남'의 의미를 파헤치다 보면, 당신이 샤워를 하며 무심코 흘려보내는 그 물 한 줄기에, 인류 수천 년의 기도가 함께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신학자의 한 줄 인사이트:
"인간은 물로 몸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화의 의식을 통해 마음을 바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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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우주: 갓난아기의 요람 - 세상의 첫 번째 맛]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자궁 속 '양수'라는 따뜻한 바다에서 10개월을 보냈다. 우리의 첫 기억, 첫 감각, 첫 세상은 모두 물이었다. 맛을 배우기 전, 언어를 배우기 전, 심지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물의 맛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그 기억을 떠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갓난아기가 태어나 처음으로 젖을 빨기 전 느끼는 갈증, 그 원초적인 감각을 빌려 상상해볼 수는 있다. 우리 모두의 시작이었던 그 '첫 번째 맛'의 기억. 어쩌면 우리가 평생토록 물을 찾는 이유는, 가장 안전하고 완벽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그리워하기 때문은 아닐까.


갓난아기의 한 줄 인사이트 :
"갈증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첫 번째 증거다."


[피날레(Finale): 당신의 잔에 담긴 우주]


이제, 당신 앞의 투명한 물잔을 들어보라.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당신이 딛고 선 땅과, 당신이 올려다보는 하늘과, 당신이 태어난 바다와, 당신 자신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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