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아베베의 기도

한 알의 씨앗, 그 4년간의 침묵과 기다림

by BREWOLOGY

제 이름은 아베베입니다. 커피가 처음 태어난 땅, 이 높은 카파(Kaffa)의 바람 속에서 평생을 커피 농부로 살아왔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커피의 모든 것이 저 광활한 '땅'과 기후에서 온다고들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모든 신비로움의 진정한 시작점이 되는, 더 작고, 더 경이로우며, 어쩌면 더 깊은 믿음을 요구하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바로 제 손바닥 위의 '씨앗' 하나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작은 씨앗을 '타임캡슐'이라 부르더군요. 이 안에는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귀한 혈통의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저희 에티오피아의 씨앗들은 조금 다릅니다. 저희의 씨앗은 '헤일룸(Heirloom)', 즉 이름 없는 야생의 별들과 같습니다. 우리는 무엇이 나올지 정확히 알고 심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게 씨앗 한 알을 땅에 묻는 행위는, 마치 '흙 속에 하나의 질문을 묻는 일'과 같습니다. "너는 과연 누구이며,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냐?"

그리고 그 대답을 듣기까지, 우리는 꼬박 4년이라는 시간을, 그저 숨죽여 기다려야만 합니다. 오늘 저는 당신에게, 그 4년간의 신성한 침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모든 씨앗은 빛이 아닌 어둠 속에서 자신의 첫 운명을 결정합니다. 우리는 가장 건강한 씨앗을 골라(이를 '파치먼트'라 부릅니다), 축축한 흙 속에 조심스레 묻어줍니다. 그러면 씨앗은 가장 먼저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아 단 하나의 '뿌리'를 아래로 뻗어 내립니다.

이것은 생명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 아니라, 도리어 가장 깊은 흙의 기억 속으로 파고드는 겸손한 인사와 같습니다. 씨앗은 뿌리를 통해 이 척박한 땅과 첫 대화를 시작합니다. "제가 여기서 살아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품고 있는 그 야생의 기억을 제게 나누어 주시겠습니까?"


이 첫 1년 동안, 흙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흙 아래에서 벌어지는 이 조용한 대화야말로, 앞으로 이 나무가 맺을 열매의 모든 맛을 결정하는, 가장 장엄한 순간입니다.

흙과의 대화에서 허락을 받은 씨앗은, 비로소 땅 위로 두 개의 여린 떡잎을 밀어 올립니다. 이것은 자신을 심은 농부와 자신을 받아준 흙에게 건네는 첫 번째 '응답'과 같습니다.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우리는 다시 기다려야 합니다. 2년, 그리고 3년이 지나도록 이 작은 묘목은 오직 자신의 키를 키우고 가지를 뻗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태양의 뜨거움과 바람의 서늘함을 배우는 것이지요.


이 시간 동안, 나무는 단 한 송이의 꽃도, 단 한 알의 열매도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나무가 부리는 욕심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일지도 모릅니다. 위대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자신의 내면을 먼저 단단하게 채우는 '침묵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잡초를 뽑아주며, 나무가 스스로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뿐입니다.

결실이란, 우리가 원할 때 억지로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충분히 성숙했을 때 스스로 뿜어져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임을, 이 3년의 침묵이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4년째가 되는 해, 건기가 끝나고 첫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기적은 일어납니다. 약속이나 한 듯, 4년을 침묵하던 그 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온 가지를 새하얀 눈송이 같은 커피꽃으로 뒤덮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 꽃들은, 세상을 아득하게 만드는 달콤한 '재스민' 향기를 뿜어냅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순간은, 단순히 아름다운 '탄생의 예고' 그 이상입니다.


이것은, 4년 전 제가 흙 속에 묻었던 그 '질문'에 대한 최초이자 최후의 '대답'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헤일룸'은, 바로 이 첫 꽃의 향기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비로소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녀석은 강렬한 재스민 향을, 어떤 녀석은 레몬그라스 같은 상큼한 향을, 또 어떤 녀석은 꿀처럼 달콤한 향을 피워 올립니다.

저는 그 향기를 맡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아, 너는 4년의 침묵 끝에,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왔구나!" 우리는 4년 만에, 그 '이름 없는 별'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기다림이란, 텅 빈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이 마침내 그 자신의 대답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는, 가장 가슴 뛰는 믿음의 여정임을 이 꽃들이 증명해 냅니다.


이제 당신이 마시는 그 커피 한 잔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으신가요?

그 안에는, 수백 년을 이어온 유전 정보도 담겨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한 이름 모를 농부가 4년 전 흙 속에 묻었던 '간절한 질문'과, 마침내 꽃으로 피어난 '기적 같은 응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당신이 커피에서 "음, 꽃향기가 나네" 혹은 "과일 맛이 느껴지네"라고 말하는 그 순간, 당신은 4년의 침묵을 견뎌낸 한 그루의 나무가 마침내 세상에 들려준 그 첫 번째 자기소개에, 가장 완벽한 화답을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그 약속의 열매가 붉게 익어갑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그 4년의 응답을 우리가 얼마나 경건하게 손으로 거두어들이는지, '수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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