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베베의 손길

한 알 한 알, 4년의 약속을 거두는 손길

by BREWOLOGY

제 이름은 아베베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저는 4년 전 흙 속에 묻었던 하나의 '질문과, 그 4년간의 기나긴 침묵 끝에 마침내 나무가 들려준 '첫 번째 대답에 대해 이야기했지요.


그 하얀 커피꽃으로 온 농장이 뒤덮였던 황홀한 순간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찬란했던 '첫 번째 대답'은, 며칠 만에 겸손히 사라져 갔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앞으로 아홉 달의 시간을 더 견뎌내야 할, 작고 단단한 '초록색 열매'가 맺혔습니다.


4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꽃이 '질문'에 대한 '첫인사'였다면, 이 초록색 열매는 '완전한 응답'을 향한 또 다른 인내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오늘 저는, 그 아홉 달의 인내가 마침내 붉은 체리로 응답하는 순간, 그리고 그 응답을 우리가 어떻게 손으로 거두어들이는지에 대한 '수확'의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이 초록색 열매는 비바람을 견디고, 따가운 햇볕을 양분 삼아 조금씩 자라납니다. 옅은 노란색이 되었다가, 수줍은 오렌지색을 거쳐, 마침내 4년이라는 시간의 모든 에너지를 응축한 듯한 짙고 붉은 '피의 색'이 되었을 때, 나무는 비로소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이제, 저의 대답이 완전히 준비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응답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시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제 농장의 커피나무 앞에 선다면, 아주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될 것입니다. 분명 '하나의 가지'인데도, 그 위에는 세 가지 시간이 함께 매달려 있습니다. 방금 막 붉어진 '오늘의 열매(붉은 체리)'가 있는가 하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내일의 열매(초록색 체리)'가 있고, 심지어 시간을 놓쳐버린 '어제의 열매(검붉은 체리)'가 함께 달려 있습니다.


기계는 이 세 가지 시간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기계는 그저 가지에 달린 모든 것을 한 번에 훑어 내릴 뿐입니다. 그것은 '수확'이 아니라 '약탈'입니다. 그렇게 거둬들인 열매는, 4년의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그저 쓰거나 덜 익은, 날카로운 소음을 낼 뿐입니다.


바로 이 순간, 능숙한 '커피 농부의 손'이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손은 단순히 열매를 '따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4년의 시간을 기다려준 나무의 응답에 '화답'하는 가장 섬세한 악기입니다.


제 거친 손가락이 가지를 부드럽게 훑고 지나갈 때, 저는 나무와 대화를 나눕니다. 제 손은 압니다. 어떤 것이 "저를 데려가세요"라고 속삭이는, 완벽하게 익은 붉은 보석인지 말입니다. 그 열매는 아주 작은 손길에도 기꺼이 제 몸을 내어줍니다.


하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초록색 열매는, 제가 힘을 주어도 가지를 놓지 않고 버팁니다. 그러면 저는 그 열매에게 속삭입니다.

"아직 너의 시간이 아니구나. 조금 더 기다려주마."

그래서 우리는 오늘 수확한 나무를 3주 뒤에 다시 찾아와야 합니다. 어제는 초록색이었던 그 '내일의 열매'가, 오늘은 완벽한 붉은색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이것이 제가 말하고 싶은 '위대한 평범함'입니다.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혀 열매를 따는 일은 지극히 평범하고 고단한 노동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 바구니에 담긴 이 붉은 열매들은, 그저 '커피'가 아닙니다. 이것은 나무와의 수많은 대화 끝에, 가장 완벽한 순간만을 골라 담은 '존중의 결정체'입니다.


당신이 마시는 한 잔의 커피에서, 만약 불편한 쓴맛이나 떫은맛 없이, 오직 잘 익은 과일 같은 깨끗하고 달콤한 여운만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 이 위대한 평범함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4년의 기다림에 더해, 그 응답의 순간을 서두르지 않고, 가장 완벽한 때에만 하나하나 손으로 거두어들인 어느 농부의 땀과 철학에 당신이 화답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붉은 보석들이 제 손에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이 열매는 아직 '과일'일 뿐, 우리가 사랑하는 '씨앗'은 저 붉은 껍질과 달콤한 과육 속에 숨어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붉은 체리의 껍질과 과육을 제거하고 그 안의 영혼(씨앗)을 꺼내는, '가공'과 '태양'의 이야기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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