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마르셀의 불꽃

4년 이상의 이야기를 '불'로 번역하는 순간

by BREWOLOGY

제 이름은 마르셀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로스터(Roaster)', 혹은 '배전 장인(匠人)'이라고 부릅니다.

제 작업실은 흙과 물, 그리고 차가운 침묵의 공간이 아닙니다. 대신, 타오르는 불과 뜨거운 금속, 그리고 공기의 힘만이 존재하는 '변화'의 공간입니다.


제 앞에는, 안드레아스가 거친 바다를 건너 지켜낸 '생두(Green Bean)' 자루가 놓여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씨앗'이 아닙니다. 이것은 호세가 흙에서 시작하여, 아베베가 4년 6개월을 기다려 거두고, 사무엘이 물과 태양으로 영혼을 꺼내고, 엘레나가 침묵으로 성숙시키고, 마르코가 냉정하게 증명해 낸 4년 이상의 모든 가능성의 집약체입니다.


저의 임무는 '창조'가 아닙니다.

감히 제가 무엇을 창조하겠습니까. 제가 할 일은 '번역'입니다.

이 청록색 씨앗 안에, 흙과 시간과 노력이 써 내려간 그 위대한 원고를, 마침내 '불'의 언어를 빌려,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한 잔의 이야기'로 번역해 내는 것입니다.


저는 생두를 로스터기의 뜨거운 드럼 안으로 쏟아붓습니다.

'촤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위대한 번역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건조(Drying)'입니다.

불의 힘이 더해지자, 씨앗은 그동안 품고 있던 마지막 수분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작업실은, 풋풋한 생두의 냄새가 아니라, 마치 따뜻한 빵이 구워지거나, 곡물을 볶는 듯한 고소한 냄새로 채워집니다. 이것은 씨앗이 불의 언어에 적응하며, 자신의 속살을 열기 시작했다는 '첫 번째 신호'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변화(Maillard Reaction)'입니다.

씨앗의 색이 연둣빛에서 노란빛으로,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아는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순간, 씨앗 안에 잠들어있던 '당분'과 '아미노산'이 서로 만나고 반응하며, 수백 가지의 복잡한 향기 분자들을 탄생시킵니다.


이것은 경외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순간입니다.

저는 이 순간,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최종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 씨앗이 품고 있는 섬세한 꽃향기와 밝은 산미를 투명하게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더 깊이 볶아, 진한 과일의 달콤함과 묵직한 바디감을 전면에 내세울 것인가?

이 순간, 저의 1초의 망설임, 1도의 오차가... 아베베가 4년 6개월간 쏟은 그 모든 땀과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무거운 책임감이 저를 깨어있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균열(Crack)'입니다.

씨앗이 더 이상 불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마지막 속살을 드러내며 외치는 소리.

'타다닥!'

우리는 이것을 '첫 번째 균열(First Crack)'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고통의 비명이 아니라, '탄생의 환호'입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생두'가 비로소 '원두'로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이 환호가 시작되고 단 1분, 혹은 2분... 이 짧은 시간이 이 커피의 최종 운명을 결정합니다.

저는 초 단위로 원두의 소리와 색깔, 그리고 향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번역하고자 했던 그 '이야기'가 완성되었다고 직감하는 바로 그 순간...

저는 망설임 없이 '배출구'를 엽니다.


'와르르!'

폭포수 같은 소리와 함께, 짙은 갈색의 원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연기 사이로 피어오르는 그 향기는, 바로 '커피' 그 자체입니다.


드디어, 저는 그들의 위대한 원고를 '갈색의 원두'로 번역해 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읽히지' 않았습니다. 이 원두는 완벽한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이 이야기를 '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해 줄, 마지막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위대한 원두를 받아 들고, 그 안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한 잔의 커피로 추출해 내는, '바리스타(Barista)'의 이야기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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