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안드레아스의 항해

낯선 땅으로 향하는, 초록빛 씨앗의 긴 항해

by BREWOLOGY

제 이름은 안드레아스입니다.

제 손에는 흙도, 땀도, 기계의 기름도 묻어있지 않습니다. 대신 제 손은, 수백 개의 생두 자루가 실린 '컨테이너'의 차가운 철문과, 그들의 운명이 적힌 '선적 서류(Shipping Document)'를 늘 만지고 있습니다.

저는 '수출 관리자'입니다. 제 일은 마르코의 '심판'이 끝난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됩니다.


호세가 흙에서, 아베베가 기다림으로, 사무엘이 물과 태양으로, 엘레나가 침묵으로, 그리고 마르코가 저울로 쌓아 올린 이 위대한 '가치'... 이 모든 것이 삼베자루에 담겨 제 손에 넘어옵니다.

저의 임무는 단 하나입니다. 이 연약한 '생두'가, 고향을 떠나 낯선 대륙에 도착하기까지, 수 주일 간의 거친 바다 위에서... 그 가치를 단 1%도 잃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무엇보다 '습기'와의 전쟁입니다.

엘레나의 '요람'에서 깊은 잠에 빠진 생두는, 여전히 살아있는 '생명'입니다. 그들은 숨을 쉽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큰 적은 '바다의 습기'입니다. 만약 이 씨앗들이 항해 중에 다시 눅눅해진다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그저 곰팡내 나는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중한 생두에게, 바다를 건너기 위한 또 다른 '보호막'을 입힙니다.

우리는 삼베자루에 담길 생두를, '그레인 프로(Grain Pro)'라 불리는, 특수 기술로 만든 두꺼운 비닐 주머니에 한 번 더 넣어 밀봉합니다. 이것은 생두의 '우주복'과도 같습니다. 외부의 습기는 완벽하게 차단하고, 내부의 향기는 단 한 가지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것이지요.


이제 이 '우주복'을 입은 생두들은, 거대한 철제 '컨테이너'에 차곡차곡 실립니다. 저는 이 컨테이너가 배의 어느 위치에 실리는지 끝까지 확인합니다. 엔진실의 뜨거운 열기나, 적도의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갑판 위는 피해야만 합니다.


저는 선장에게 부탁합니다. "이 컨테이너에 실린 생두는 '승객'입니다. 가장 서늘하고 안정적인 곳에 모셔주십시오."

컨테이너 문이 '철컥'하고 닫히는 순간, 저의 불안한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배는 긴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수평선 너머로 사라집니다. 배가 바다로 떠나면 저는 수 주일 동안 제 승객들의 안부를 알 수 없습니다.


비록 제 몸은 이곳 항구에 남겨졌지만, 제 마음은 저 거친 파도 위를 떠가는 컨테이너와 함께 매일 밤을 지새웁니다. 저는 그저 위성으로 배의 위치를 추적하며, 태풍이 비껴가기를, 적도의 열기가 너무 뜨겁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그리고 수 주일 후, 마침내 지구 반대편에서 한 통의 '도착 완료(Arrival Notice)' 메일이 제게 날아옵니다.

"Container arrived safely. Quality perfect." (컨테이너 안전 도착. 품질 완벽함.)

이 짧은 문장을 확인하는 순간, 지난 수 주일 간 굳어있던 제 어깨가 비로소 내려갑니다.


비록 제가 직접 그곳에서 컨테이너 문을 열지는 못했지만,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그 낯선 항구의 창고에는 퀴퀴한 곰팡내가 아닌,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지켜낸 '생두'의 풋풋하고 달콤한, '날것의 향기'가 폭발하듯 퍼져나가고 있을 것임을요.


제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4년 9개월과 60일, 그리고 수 주일의 항해를 견뎌낸 이 위대한 생두를, 이제 다음 전문가의 손에 무사히 넘겼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여정은, 이 씨앗이 가진 '가능성'을 0.1%도 잃지 않고 지켜내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생두는 아직 '커피'가 아닙니다. 여전히 '초록색'일 뿐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생두를, 마침내 '불'의 힘으로 깨워 우리가 사랑하는 '갈색의 원두'로 탄생시키는, '로스터(Roaster)'의 이야기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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