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을 찾습니다'를 쓰며....
아파트 동 대표?
뭔가는 낮설고, 좀 구리구리한 느낌!
자기가 사는 동에 대표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파트 생활을 하는 게 우리네 일상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어느 날, 우연히 한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다는 죄 아닌 죄(?)로 같은 라인 주민들에 의해 등 떠밀리 듯 동 대표라는 감투를 써 보았습니다.
살고 있는 곳은 `용(강남) 꼬리는 못 돼도 최소한 뱀(강북) 대가리는 된다.`고 주민들끼리 자평하면서 살아가는 중산층 아파트입니다.
주민들 구성원 대부분도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유난히 많아 수준도 그럭저럭 괜찮고요. 그런데 누구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역시 동 대표입니다.
동 대표 해보니 좋은 점도 많습니다.
우선, 평소 설렁설렁하는 경비원 아저씨께서 저만 보면 바짝 신경 쓰시며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저기요? 경비 아저씨!”하고 부르면 그야말로 총알처럼 달려와 귀를 쫑긋 세우고 듣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주차는 엉망!
다른 사람이 차를 앞뒤로 밀면 본척만척하거나 마지못해 어슬렁 다가와 밀어주던 분들이 제가 오면 차가 어디에 주차해 있는지 사전에 인지하시고 헐레벌떡 다가와 주차를 정리해 주십니다.
제가 기겁을 하며 제발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거의 애원을 해도 변함이 없습니다.
가끔 동대표도 권력은 권력인가 봅니다.
물론, 세상사 일장일단이 있듯, 불편한 점도 많습니다.
가장 큰 애로점은 역시 민원입니다.
특히, 노인 분들은 저만 보면 장시간 하소연에 시간 가는 줄 모르십니다. 길에서 수십 여분을 서 있는 경우가 태반이죠. 다리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그야말로 고문에 가깝습니다. 또한, 그 민원을 관리사무소나 연세가 많으신 경비원 아저씨들께 개선해 달라고 요구할 때에는 차마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죠.
쥐꼬리 만 한 동 대표 권력을 누린 값(대가)라고 생각하면, 역시 세상에는 공짜란 정말 없는 가 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동 대표하면서 느낀 가장 안타깝고도 놀라운 점은 아파트 주인인 주민들 무관심입니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고도 완벽한 무관심.
저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 그 무관심 대열에 동참했던 일원으로서 자신을 돌이켜 보면 누구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구조적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우리 사회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치열한 경쟁만이 강조되는 곳이라 그런가요?
참여나 공동체 의식, 뭐랄까... 그런 비스름한 단어들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살아왔었죠. 그런 것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 또는 나 아닌 누군가가 대신 해 줄 걸라는 막연한 의식이 오래전부터 우리 의식 속에 아주 깊숙히 내재되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야를 1인치만 넓게 보면, 그런 의식 구조가 비단 아파트 문제만도 아니고 사회, 정치에서도 일상화되어 있죠.
지금도 주인인 우리가 무심한 사이, 누군가가 우리 운명을 가지고 주머니 속 공기 돌처럼 주물럭주물럭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피땀 흘려 벌은 돈을 마치 자기 돈인 냥 선심쓰며 큰소리 치는 나랏님들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정말,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
오늘부터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더이상 '호구'가 아닌 '주인 대접' 제대로 받으려면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 내용들도 자세히 읽는 작은 수고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보면 볼수록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졸작이기는 하지만 동 대표라는 색다른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목에 있는 주인님이 과연 누구인지, 주인님의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보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