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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장동 May 13. 2020

[서평]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가즈오 이시구로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계 영국 작가이다.

본인은 일본, 영국이라는 물리적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내셔널 작가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그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에 이어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일본 열도가 들썩이었던 걸 상기해 본다면,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문학적 뿌리는 일본으로부터 자양분을 받았다고 밝히는 걸 보면,

그에게 있어 일본이라는 나라는 역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코 그리고 일본인으로 유럽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다와다 요코와는 결이 다른 작품세계를 구현하는 작가이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개인적으로 나에게 있어 문학적 롤-모델이다.

 담백하고 절제된 표현 능력, 과장되지 않는 서술 전개 방식, 그리고 작품 전체에서 하나의 주제를 향하여 관통하는 집중력은 늘 따라가기 힘든 넘사벽이다.

 나는 그의 여러 걸작 중에서  특히 두 권에 주목한다.

 하나는 `녹턴(Nocturnes)`으로 다섯 개 단편이 음악, 인생, 그리고 황혼에 대해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여름휴가 시즌에 바다나 산이 보이는 근사한 휴양지에서, 은은한 트럼펫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 올 것 같은 곳에서, 읽으면 더욱 다가 설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이다.

평범한 젊은 남녀 간 사랑이야기를 복제인간이라는 SF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인간의 존엄,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작품 곳곳에서 명대사들을 만나 볼수 있다. 서재에서 꺼내 다시  읽고 싶고 가장 추천하고픈 수작이다.   



오늘 이야기하는 책은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이다.

 젊은 시절, 예술을 지향하는 스승을 넘어 전쟁과 천황을 찬양하며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던 화가 마스지 오노. 그가 인생 말년에 자신의 도전, 희망, 그리고 절망과 회한을 돌아보는 서사가 주를 이룬다.

 특히나, 과거 자신의 행위를 공개적으로까지 사과하는 한편 그래도 시도해보지 않으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며 평범을 넘어서 자신만의 예술적 신념을 고집스럽게 지향한 젊은 시절에 대한 자부심은 묘한 대조를 나타낸다. 불편한 기억과  마주한 자신이  과거와 화해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이야기  대부분은 일본 근현대사를 관통하지만, 주제는 시대 앞에 선 한 개인의 위선, 상실을 다루며 영국 문학적인 특징만들어  가는 독특한 조합도 흥미롭다.

세 작품 모두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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