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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하는대로 Apr 06. 2019

익명을 빌린 독설가의 회사생활1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없다면 익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출근을 했다. 

언제나 나의 아침은 커피와 함께한다. 방금 사무실에서 갓 내린 아메리카노를 갖고 자리에 앉았다.


30분쯤 흘렀을까, 회사 동료 한 명이 나에게 묻는다

"혹시 *블라인드에 글 올라온 거 봤어요?"
"이거 완전 우리 팀 이야긴데"
*블라인드 : 익명을 바탕으로 한 앱으로, 직장인들만 가입할 수 있다.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 요즘 블라인드 안 한 지 오래됐어요. 뭐예요? 저도 좀 보여주세요"

팀 동료는 나의 반응을 보고는 '내가' 썼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우린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야기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었다.


일주일 전, 블라인드에 글을 하나 적었다. 팀에 일을 안 하는 부장님 한분이 계시는데, 주변에서 불평불만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부장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직접 가서 말할 수도 없고, 팀장을 통해서 돌려 말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익명을 빌려 일 안 하시는 '그 부장님'에 대한 글을 하나 올렸다. 물론 타깃도 익명이다.


내가 쓴 글에 대한 댓글은 매우 뜨거웠다. 그리고 댓글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희 팀인 것 같아요"
"이거 완전 우리 팀인데? 여기 그런 사람 너무 많아요"


서로 앞다투어 자신의 팀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익명성이 가진 힘을 나쁘게 활용해서는 안된다

물론 남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익명이라는 힘을 빌려 숨어서 저격하는 것은 더욱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익명'이라는 것은 어쩌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익명성이 가진 힘이고, 나는 그것을 필요에 따라서 활용하려 한다.


다시 블라인드 내용으로 돌아와서, 그 부장님의 행동이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그 글을 본인이 직접 볼 수도, 본인이 보고 '자신'을 이야기하는 건지 아님 '다른' 사람을 생각할 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는 없다. 댓글에 반응도 그러했다. 이런 글을 보고 '자신'임을 알아차릴 정도였다면 지금까지 그런 비판을 받지 않았을 거라고.


익명으로 쓴 글이라 해서 무조건 다 공감받지는 못한다.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뜨거운 호응을 받는 반면에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글도 존재한다. 뜨거운 호응이라 하면, 회사 내 만연해 있는 문제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그 누구도 목소리 내지 못한 것을 익명의 힘을 빌려 밖으로 소리쳤기 때문이다. 강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증거이다. 역공을 당하는 게시글은 개인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 내용을 썼을 경우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글을 게시했을 경우 되려 욕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첨언을 할 수 없다면 익명성을 한 번쯤 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려면 또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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