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녘
매서운 바닷바람
파도...
보트 한 대가 쏜살같이
파도를 가릅니다
제비처럼 튀어 오르는 바다 물결이
전해주는 바이킹의 삶이
하얀 기포에 녹아
바람을 타고 귓가를 스칩니다.
그렇게 보트는 어딘가를 향합니다.
저 멀리 작은 돌 섬이 보입니다.
이윽고
섬에 다가 갑니다.
한 사람이 섬에 내리자
보트는 미련없이 돌아갑니다.
이곳엔 아무도 없습니다.
전화도,
가족도,
친구도 없습니다.
극한의 고독감
...
이곳에서는 아무도 내가 뭘 하는 지 모릅니다.
할 수 있는 건 60개의 영화 감상
그렇게
스캔디네비아 반도 지역 최대의 영화제,
예테보리 영화제 Göteborg Film Festival 가 시작됩니다.
아무도 없는
외딴 섬 Pater Noster에
단 한 사람의 영화애호가만 초대해서
7일동안
60개의 단편 영화를 볼 기회를 줍니다.
1만2천명이 응모했고,
그 중 한 사람이 선택되었습니다.
리사 엔로쓰 Lisa Enroth
지난 주 까지만 해도
그녀는
스웨덴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던 간호사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바다 한가운데 외딴 섬에서
네 목소리 조차 메아리로 전할 길 없는
이 적막감을 벗 삼아
일주일의 시간을 보냅니다.
영화는 등대 탑 안에서 상영합니다.
그녀의 일주일의 시간을 보낼
새 보금자리입니다.
푹신한 침대와 맛있는 음식이 있어
마음이 즐겁습니다.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한 머리 속 쭈삣함을 경험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돌아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매일 밤 겪는 칠흙같은 어둠의 섬찟함,
그리고 바람이 전해오는 낯 선 소음들이
잠을 설치게 합니다.
자신이 원치 않는 고독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들의 고립됨으로 겪는 엄청난 고통의 무게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일 주일을 보내고 리사는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일주일간 보낸 그 섬이 알려 준 삶의 지혜는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늘 가던 길
늘 만나던 사람
늘 먹던 음식
늘 쓰던 경험의 이기들, 공기청정기, TV, 노트북, 스마트폰, ...
일주일의 시간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무언가를 경험하며
나를 돌아 볼 시간을 가져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저에게도 새로운 버킷 리스트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