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내 책, 거창한 타이틀은 사절이지만
그렇지만 역시 올 한 해 이런 책들이 좋았다고 기록해 둘 필요성은 느껴져서...
힘겹게 스무 권을 먼저 골라내고 그 안에서 다시 세 권을 추렸다. 물론 어마무지하게 훌륭했던 책들이 많았지만, 열혈 독서가로 유명세를 떨치시는 분들이 고르셨던 책들을 모조리 제외하고 남은 후보들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내 기준에서, 내 취향에서 좋았던 책들이라는 점.
마지막 다섯 권의 후보 중에서 아깝게 보내줬던 두 권은 아래와 같다.
그리하여 올해 내게 가장 많은 울림을 남겼던 세 권을 최종적으로 남긴 결과는...
올 한 해 읽었던 책들 중에서 최고로 꼽고 싶은 책이었다. 경외심이라는 정서의 본질이 무엇인지, 경외심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경외심 덕분에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으며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상하고 상세한 가이드가 되어줄 책이다. 경외감이야말로 갖은 현대적 질병에 가장 월등한 치료제가 되어줄 수 있다는 (당연한) 덤도 함께.
죽으면 좀비로 인생 2회차를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인간들은 좀비로 재탄생한 인간을 혐오하고 배척하며... 심지어 착취한다. 어쨌든 되살아난 그들은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며 심지어 노동을 할 수도, 도덕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좀비는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한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세상엔 수많은 독서에세이가 존재한다. 이 책도 그러한 독서에세이 중의 한 권이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운명인지 인연인지 모를 우연으로 나는 이 책을 손에 쥐었고, 얼마나 좋았으면 이 책을 다 읽은 날 다이어리에 책 제목 옆에 올해의 책 후보 1순위,라고 써두고 옆에 느낌표를 세 개나 찍어두었다.
사람과 책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책의 좋음을,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오래도록 손 잡고 걷기를 바라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다정한 이 글이 부디 오래도록 살아남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