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바일스,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가족 중 한 사람이 재작년에 프랑스에 갈 일이 있었다. 파리에는 아주 짧게만 있을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는데(게다가 자유시간이 거의 없는) 나는 내가 가는 것도 아니면서 셰익스피어&컴퍼니 서점을 꼭 다녀오라고, 다녀와서 어땠는지 말해달라고 반 강요에 가까운 부탁을 했다. 다녀오신 그분의 소감은,
-어휴,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들어갈 수도 없어. 한 시간은 서 있어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시간이 없어 ㅠ.ㅠ- 였다. 언제 가볼 수 있으려나, 셰익스피어&컴퍼니(어쩌면 이번 생엔 글렀는지도). 뭐랄까, 다른 서점들도 그렇지만 이곳은 이름만으로도 책벌레의 로망 구석구석에 불씨를 지피기가 일쑤다. 어쨌건 이런 건 전부 나의 사족이고(하지만 발이 달린 뱀은 제법 귀엽다),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인터뷰들은 무려 팟캐스트로(!) 들을 수도 있다. 영어 인터뷰인 듯한데, 프랑스어가 아닌 게 어딘지...
https://www.shakespeareandcompany.com/podcasts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고유한 컨텐츠를 개발하는 건 요즘의 서점주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재능이자 업무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이만한 역사와 유명세를 가진 서점도 이렇게 부지런하게 행사를 기획하고 컨텐츠를 만들기 바쁜데 다른 독립서점들이야 말해 뭐 하겠는가.
총 스무 명의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름을 처음 듣는 작가도 있고 반가운 작가도 있다. 책으로 엮을 때 당연히도 편집부의 고심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인터뷰가 이 책에 실리지 못해 굉장히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했다(그러니까 에밀리 세인트존 멘델이라든가...). 가장 인상적인 인터뷰는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던 조지 손더스(의 책에 대해서 언젠가 쓸 수 있기를, 너무 거대하고 위대한 책이어서 차마 말을 얹을 수 없어서 한 마디도 적지 못했었지만)와의 대담이었고, 그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카를로 로벨리의 인터뷰다. 다정한 물리학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은 몇 안 되는 물리학자 중 한 분으로 손꼽고 싶은 사람. 뭐 어쨌든 이 분은 소설가는 아니지만, 아무튼 제목에 대해서 잠깐 말하자면 세상에 대고 말하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 책의 제목에서 '소설' 대신 '글'을 집어넣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한 계기 중 하나는 고독을 개인의 잘못이라는 사적 경험으로 쓰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54쪽
그래서 처음엔 사랑을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이 유일한 관계를 탐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 이 관계에 내재된 두려움과 폭력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었거든요. -167쪽
아주 개략적인 초고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저는 이것이 죽음에 관한 책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죽음으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209쪽
이렇게 자신이 무엇을 쓰고 싶은지, 무엇을 써야 할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쓰는 작가가 있는 반면 이런 말을 하는 작가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책이 어떤 책이면 좋겠다는 아주 약간의 생각만 있어도 그건...... 결코 괜찮은 책이 될 수 없다는 것, 혹은 그냥 내가 계획한 책, 그래서 그저 그런 책이 나온다는 것을 저는 오래전에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생각의 씨앗만 가지고 시작합니다. -99쪽
재미있지 않은가. 나름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조차 이렇게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여미기는 쉽지 않다. 달리 말해 글을 짓는 방식에는 어떤 정도正道라는 게 없다는 거겠지. 그저 자신에게 잘 맞는 방식이 있을 뿐이다.
바일스가 인터뷰한 작가들은 자신이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는지, 자신이 그 주제에 천착하게 된 연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 작업에 어떻게 임하는지도 성실하게 이야기한다. 달리 말해 이 책은 한 권의 유용한 작법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가 행했던, 거의 우연히 저널리즘의 혁명을 가져온 일은, 그냥 시나트라 주변 사람들을 모조리 인터뷰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시나트라와는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시나트라의 놀라운 초상화를 그려 냈지요. 그 작업은 제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76쪽
그래서 일단 이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얼개를 충분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일종의 틀이 만들어지니까요. 그런 다음에 자신이 겪는 현상을 가져오는 겁니다. 저의 경우 아이들에 대한 저의 사랑, 자기 의심, 야심 같은 거였죠. 그걸 전부 녹여서 젤리를 만든 다음 그 틀에 부어 넣습니다. -87쪽
셰익스피어&컴퍼니 서점에 관심이 많았던 분도, 소설가들의 창작법에 궁금증이 있었던 분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일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