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궁금해하지만 8

짧은 이야기의 아쉬움과 난감함, 다 주워 담을 수 없었던 것들

by 담화
#36. 설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설렜던 순간이 언제였을까를 돌이켜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이 긴장과 기분 좋은 기대로 두근거렸던 때가 제법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아있는 한, 가장 설렜던 순간은 든든했던 보호자였던 부모님 없이 홀로 여행을 떠났던 바로 그 순간이 아닐까 싶네요. 강릉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자, 그곳에 갈 때마다 반드시 들르는 곳을 배경으로 귀여운 아이들을 앉힌 짧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쓰다가, 이건 조금 이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회차를 연결된 이야기로 적어가게 됐죠.


#37. 호기롭다

그때는 다 컸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불과 10여 년도 지나지 않아 그때 여전히 어렸구나,라고 피식거리며 돌이켜 보게 됐던 그 시절엔 믿을 구석도 없고 자신도 없는데 그럴싸한 배짱만으로 버텨야 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실패로 끝났든, 의외로 기대치 못했던 성공으로 맺음 했던 그 경험이 나를 한 뼘 자라게 해 주었던 순간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웃을 수 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군요.


#38. 골똘하다

생각에 매달려 있기 어려운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가지 주제에 진득하게 매달려 파고들어 봤던 게, 혹은 위로 피워 올려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요. 시간을 들여 고민해 보고 싶은 문제들을 다이어리 빈 곳에 구석구석 끼적여 놓았는데도 이후로 깊이 있게 생각해 본 것이 있기는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시간에 치여 사는 기분이거든요. 아마 일상생활에서 잃어버린 단어 목록을 만든다면 상위권에 올라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득하게 하나에 매달려서 생각하는 것도 이제는 능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39. 미진하다

사실 이건 짧은 이야기 속의 윤수를 빌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겁니다. 하루 지나서 보면 매일같이 어제의 부족함(을 넘어서 허술함과 미흡함 기타 등등)이 너무 여실하게 보이거든요. 그럼에도 매일같이 지속하지 않으면 그나마 현상유지조차 못 하는 게 세상에는 너무나 많아서 열심히 살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매일같이 나의 미진함을 마주하면서 사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고 때론 무참하고 또 부끄럽고 하여간 세상의 모든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다 불러일으키는 고된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런 시간을 갖는 것과 모른 척 넘어가는 일이 마지막에 닿아 벌어지는 간격은 더더욱 부끄러운 일이어서.


#40. 북돋우다

앞서 쓴 것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일으켜 세워줄 작은 처방들을 찾게 될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갖고 있으면 그런 순간을 이겨내기가 훨씬 쉽다는 걸, 그러지 못할 때 너무 뼈저리게 겪은지라 이제는 대여섯 가지의 자가처방전을 손에 쥐고 있죠. 나한테만 효과가 있는 줄 알았던 것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었음을 알게 됐을 때의 뿌듯함이란 것도 있고. 오래전에 지나간 기억이지만 기억을 더듬어서 당시에 어떻게 말했더라, 하면서 썼군요.



사실 요즘도 여러 가지로 인생의 슬럼프랄까 고난이랄까 그런 것을 줄줄이 겪고 있습니다만, (특정 종교인은 아닙니다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텍스트에 파묻혀서 종종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지는 건 썩 바람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위안을 얻고 싶은 때가, 살다 보면 있더라고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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