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外, 같이 읽자는 고백
편지를 좋아한다. 그게 누구에게 쓰여지고 보내진 글이든 간에 편지라는 매체의 형식을 띤 글에 유난히 집착(?)한다는 건 꽤 여러 곳에서 드러났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도 10대 시절은 물론이고 20대까지도 친구, 선후배들과 주고받은 손편지는 여전히 낡은 종이 상자에 빼곡하다. 수신인이 내가 아니어도 편지글에는, 그곳에만 담길 수 있는 고유한 정감이 있어서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편지로 못된 말을 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한 자 한 자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웬만한 격한 감정은 차분히 가라앉기 마련이어서 대부분의 편지는 단정해진다. 안타깝게도 메일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메일 역시 편지의 특수한 속성을 어느 정도는 반영하고 있어서, 업무상 주고받는 메일마저 의례적이나마 다정히 안부를 묻는 인사가 곁들여지게 마련이어서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옛 시절의 좋았던 점은 조금 되살려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 메일도 나쁘지 않지만, 우체통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그 감수성이 조금은 그립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129130
이 책은 순전히 우연으로 발견했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책방을 차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렇구나, 책방이 또 하나 생겼구나 정도의 소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유명인이 책방을 차리는 일은 제법 흔해진 일이기도 한 까닭에 그랬다. 그 책방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했단다. 매달 책 한 권을 고르고, 그 책을 고른 이유를 구구절절 적은 편지를 동봉해서 발송하는 북클럽을 운영했다고.
그런데 그 프로젝트가 소위 대박이 난 것이다. 이 북클럽의 도서로 선정되면 판매부수가 어마무시하게 훌쩍 뛰어오를 정도로. 그렇게 엄청난 대박을 친 북클럽을 이어오던 김소영 사장님은 어느 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일종의 '자가복제의 늪'... 그러니까 반복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과 자괴감이다. 그리하여 찾아낸 돌파구는,
저의 책 추천에서 벗어나 각계각층의 명사분들께 책과 편지를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보다 더 넓은 시야와 감각을 가진 분들이 함께 책을 고른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책과 출판업계뿐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분들도 함께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쪽
그런데 그가 붙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베스트셀러는 당연히 안 되고, 추천사를 쓴 책도 안 되고, 다른 데서 말한 책도 안 되며 반드시 널리 알리고 싶은 책이어야 하며 그 책을 소개하는 편지까지 (가능한 넉넉하게) 써주어야 한다는 실로 과중한 미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요청에 화답하는 명사들(!)의 놀라운 호응으로 인해 이 프로젝트는 10만 권에 가까운 책을 소개하는 데 이르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프로젝트 성과 보고서일수도 있겠다. 건조하게 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한 통의 편지로 그 편지를 쓴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오만과 망상에 가깝다. 그러나 말했듯 이토록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한 권의 책은 그들의 삶과 결코 유리되어 있지 못해서, 우리는 도리없이 그들의 삶 한 자락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알게 되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시대, 낯선 장소에서 쓰여진 글이 동떨어진 시공에 존재하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호소력이 있음을, 위로가 되어줌을.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기꺼이 나누는 너그러움에 기대어 우리는 이토록 아름다운 진심을 읽는다.
저는 문학의 천재란 기교의 천재가 아니라 인생의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29쪽
저는 최근에 집에서 재미없는 영화를 보았는데, 그때 깨달았어요.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기적이라는 것을. -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