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풀이엽편 | 편집

어떤 방향성 아래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작업들

by 담화

처음으로 소위 악플이라고 하는, 그런 뾰족한 댓글이 처음으로 등장한 날 나는 결국 울어버렸고 옆에서 나를 흘깃 쳐다본 언니는 그러게 왜 일없는 짓을 해서는, 인터넷에 얼마나 승냥이들이 많은데... 하고 보란 듯이 혀를 쯧쯧 찼다.

언니에게 대거리할 힘도 없고 의욕도 없어서 그냥 폰을 집어던지고 침대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스마트폰이 약한 진동과 함께 삐릭, 알림음을 내보낼 때마다 으쓱해지던 기분 따윈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익숙한 알림은 누가 무슨 말을 남겨놓고 간 것인지 보고 싶다, 궁금하다는 마음을 한 편으로 지어주고, 괜히 봐서는 또 마음의 상처나 입을 것을 뭐 하러 보느냐고 뜯어말리는 마음과 싸움을 붙여놓고 누가 이기는지 어디 보겠다는 듯 얄밉게 늘어져 있을 게 틀림없었다.


볼까.

아니야, 보지 말자.

그래도 궁금한데...

보면 100% 후회한다, 너.


마음에서 전쟁이 일어나려고 했다.


삐릭.

줄기차게 울려대는 수신음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을 때도 된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았다.

또 무슨 소리를 들을까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둥둥 뛰는 것도 무섭지만, 머릿속에서 이 생각 저 생각이 날뛰어서 나를 짓누르는 것도 무서웠다. 슬쩍, 눈앞이 흐리멍덩하게 보일 정도로만 가늘게 눈을 뜨고 화면을 들여다봤을 땐 뜻밖의 메시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siyoony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엔 훨씬 더 많아요. 다정한 사람들이 원래 얌전해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해서 조용한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상처받지 말아요.]


처음엔 겁이 나서 일부러 흐리게 보려 했던 내용이 정말로 눈앞이 부옇게 흐려지는 바람에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액정을 고정하고 있던 엄지 밑이 미끌거렸다. 다정한 사람들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 나를 대놓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크게 떠들어서 많아 보이는 것뿐 실제로 그렇게 수가 많은 게 아니라는 그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말하고 싶어도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나는 그렇게 말을 잘하지도, 글을 잘 쓰지도 못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 조언에 긍정적인 응답을 보내기로 했다.


누가 뭐라건 상관없이 그냥 하던 대로 주기적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올렸다. 거기서 조금 마음이 동해서 내가 디자인 그림을 그려 올리기도 했고 거기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칭찬과 격려를 쏟아주었다. 그게 내게 더 용기를 주었다. 일종의 선순환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나름대로 내가 즐겁게, 잘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이 마구잡이로 던지는 욕도 먹었고 비난도 당했다. 그것도 몇 번을 당하니까 마음에 굳은살이 배겼는지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이 되어갔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상냥한 인사가 남아있는 날에는 내내 꽁꽁 얼어있던 마음에 온기가 돌며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내가 조심조심 사지를 뻗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런 순간들과 뒤섞어 쌓아 온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그러니까, 그 ‘인기 많다’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내심으로 울컥해졌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인기가 많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성취해야 하는 무슨 레벨이 있는지, 얻어야 하는 아이템이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방문객 !@#$%^&*()_+명의 데이터가 쌓여 있어야 하는 건지, 그런 건 전혀 모르겠다. 분명히 어떤 목적이 있어 영리하게 계획해서 그 목표를 비교적 빠르게 달성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것도 알지만, 정말 나처럼 아무런 특별한 의도 없이, 그저 나를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분명히 그럴 거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닌 사람도 있을 거라고.





[표제어_편집/모티브_오실드 칸스터드 욘센 「쿠베가 박물관을 만들었어요!」]

사진: UnsplashGrant Ritc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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