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식사보다 안주로 더 익숙했던

뭐 그런 때가 있었던 두부김치

by 담화

내일이 드디어 대망의(!) 2026학년도의 첫날이야. 막내 빼고 위의 자매들은 각각 개강과 개학을 간절하게 기다리던데, 우리 막내도령께서는 그렇게 장장 세 달을 놀고도 어찌 부족함을 느끼시는지 엄마로서는 경이는 애초에 내다 버렸고, 경악스럽기 그지없을 뿐이야. 그만하면 놀다 지쳤을 법도 한데. 대단한 중딩이십니다, 진짜.


뭐랄까, 밥하고 치우는 걸 종종 아웃소싱을 한다고 해도 어찌 됐건 그게 하루 업무 중 가장 과중한 심적 부담감을 안기는 일인 것은 틀림없거든. 그러니까 세상의 어떤 엄마든 대개 한두 가지 정도는 필살기를 갖고 있어(이 얘긴 전에도 한 것 같지만).

거의 무념무상의 경지로, 손만 움직여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음식.


엄마에게 그중 한 가지는 두부김치인 것 같아. 그것도 우습게도, 너희가 각각 중학생, 초등학생이었을 때 잠깐 나가 살았던 때였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코스트코에서 언제든 **집 김치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엄마는 좀 이상한 식습관(?)이 있어서, 한국에 있을 때는 김치는 거들떠도 안 보다가, 물을 건너가기만 하면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곤 했으니까. 웃기는 입맛인 거 엄마도 알아, 종종 반성도 했어… 그렇지만 뭐 어떡해. 안 먹히는 건 안 먹히는 거지. 아무튼.


코스트코와는 반대 방향에 있던,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중국 슈퍼에서는 얇게 저민 목살을 대략 200g 전후의 무게로 포장해서 팔았어. 그게 참 요모조모 쓸모가 많았거든. 그래서 그 슈퍼로 장을 보러 갈 때면 항상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흰색 스티로폼 접시에 포장된 채 랩에 꽁꽁 감겨 있던 고기팩을 몇 개씩 사들고 왔던 기억이 나. 제육볶음도 해 먹고 쇼가야끼도 해 먹고, 또 넓게 펼쳐서 치즈도 넣고 겹겹이 쌓아 올려서 돈가스를 만들기도 하고… 뭐 그랬지.

그런데 그런 건 시간도 여유도 있을 때 해 먹던 거고, 밥은 하기 싫고 안 먹을 수는 없을 때는, 그땐 코스트코에서 사 온 김치통 하나를 열어서 웍에 모조리 쏟아붓고, 목살 팩을 하나 뜯어서 쏟아붓고, 고추장 한 스푼과 참기름 한 스푼을 덜어 넣고 싹싹 볶아서 두부김치를 만들곤 했어. 왜 있지, 이게 넓은 접시에 담아놓으면 굉장히 그럴싸하잖아. 끓는 물에 데친 두부를 예쁘게 썰어서 옆으로 쭉 둘러놓으면 보기는 좀 좋은가.


그럼 아빠는 물론이고 항상 한식에 목말라했던 너희는 ‘엄마가 힘들게 맛있는 걸 해줬다’고 좋아했지. 굉장히 손이 많이 간 것처럼 보였던 그 메뉴의 실상은 이거였어…. 세상 간단하고 갖은 생색은 다 낼 수 있는 효자메뉴였다고나 할까. 근데 우습지, 요즘은 엄마가 이거 잘 안 하잖아. 사람이 이렇게 웃기다니까.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조금 풀어서 다시 써볼까. 두부는 미리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에 물기를 빼두도록 하자. 그런 다음 적당한 두께… 1센티 정도면 괜찮겠지. 이 정도 간격으로 썬 다음 접시에 둘러서 깔든, 한편에 차곡차곡 쌓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 납작한 팬 말고 웍을 준비해서(전골냄비도 괜찮아) 달군 다음 기름을 아주 조금만 둘러.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손질해 둔 목살과 김치(목살 대 김치의 비율은 그야말로 개인 취향이지만, 보통 1:1.5~2 정도가 적당해)를 넣고 볶는 거야.

살짝 고기 겉면이 익어간다 싶을 때 김치국물을 작은 국자로 2 국자 정도 덜어서 넣어주면 적당할 텐데, 간이 부족할 것 같다 싶으면 고추장을 한 스푼 정도 넣어서 맞춰주면 좋고.


중약불에서 볶다가 김치국물까지 넣어준 다음엔 뚜껑을 닫고 약불로 줄인 다음 익혀줘도 되고, 오히려 조금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서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아. 이건 김치국물의 양에 따라 달라지긴 해. 재료가 푹 잠길 정도로 국물 양이 많았다 싶을 때는 뚜껑을 닫고 조금 시간을 두고 익혀주고,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싶으면 뚜껑을 열어둔 채로 센 불에서 차라리 빠르게 수분을 날려서 맛을 응축시키는 방향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고. 근데 사실 어느 쪽으로 해도 맛은 있어. 촉촉하게 배어든 맛을 선호하느냐, 깔끔하게 볶아낸 특유의 맛을 선호하느냐. 다 나름의 맛이 있으니까. 한 번은 이렇게, 또 한 번은 저렇게 해 먹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잘 볶아낸 김치볶음을 두부 옆으로, 혹은 위로 예쁘게 부어내면 플레이팅 끝. 젓가락을 들까, 숟가락을 들까?


맛있는 걸 해 먹기에 제일 좋은 계절이 오고 있네.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것도 많고. 그럼 담엔 또 뭐 해먹을지를 고민할까?

그러고 보니, 다음 끼니엔 또 뭘 해 먹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간격이 확 넓어졌다는 게 새삼 실감 나네. 올해도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학교생활 보내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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