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다가가는 길
하늘과 땅이 서로 사랑하듯, 함께 있되 약간의 거리를 두며 사랑하겠습니다.
바람이 우리 사이에서 춤출 수 있도록-
하늘과 땅 사이에 수많은 존재가 뛰어놀 수 있도록-
서로가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사랑하겠습니다.
결코 쉽지 않다.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큰 마음을 품고 자주 떠올리면 사랑이 나를 힘들게 할 때에 내 사랑의 고도를 높여준다.
살면서 바다보다 더 깊이 누군가를 아주 깊게 사랑해 본 적이 있을까? 없다. 그런 누군가를 이미 놓쳤고, 또다시는 그런 이가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여기가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이라고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다음 회차에서 그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더라. 흔히 상상하는 바닷속의 풍경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화산은 끊임없이 폭발하고 커다란 바위와 부서진 잔해들이 뒤섞여 돌아다닌다. 와! 정말 놀라웠고, 조금은 두렵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두 팔로 내 몸을 감싸 안으며 살짝 전율을 느꼈다. 이런 기분이면 아마도 일상을 잘 살아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나는 너를 아주 깊이 사랑해'라는 표현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라는 표현에 더 가깝다. 그저 네게 다가가는 일을 지속할 뿐이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세원이를 나는 벤치에 앉아 시선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일이다. 그러한 편이 오히려 사랑하는 이의 세부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고 더 사랑하는 일이 된다.
나의 사랑이 당신에게 큰 자유를 주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