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며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업무에서의 변화를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유난히 짧게만 느껴졌던 이번 2025년을 보내며 간략하게 요약해 봅니다.
1. 신체적 역성장: 쉼표가 길었던 몸의 기록
작년의 나는 참으로 뜨거웠다. 양산하프마라톤과 영남일보 10km 대회를 준비하고 완주하는 과정에서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희열을 즐겼었다. 그리고 아파트 헬스장에서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하며 몸의 근육을 깨우는 일에도 신경을 썼었다. 하지만 올해의 신체 성적표는 솔직히 말해 '역성장'이다. 이사를 하며 단지 내 헬스장이라는 익숙한 환경이 사라지기도 했고, 산책로가 넉넉했던 거제에서 도심지 대구로 이사오면서 러닝 코스를 찾기 어려워지자 그나마 나를 버티게했던 운동 의지에도 균열이 생겼다. 환경의 변화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게으름은 그 틈을 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탄탄했던 근육 대신 느슨해진 체력을 마주하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아쉬움은 결코 포기가 아니다. 내년에는 다시 운동화 끈을 묶으려 한다. 오래 살려면 유산소 운동을, 건강하게 살려면 근력운동을 하라는 말이 있다.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라는 핑계를 뒤로하고, 집 앞 공원이라도 먼저 달리는 것으로 나의 신체를 다시 '성장'의 궤도로 돌려놓을 것을 다짐해 본다.
2. 정신적 성숙: 내면의 뜰을 가꾸는 시간
몸의 움직임이 둔해진 자리에는 대신 고요한 성찰로 대신했다. 올해 나를 지탱해준 것은 '감사일기'와 '명상', 그리고 '책'이었다. 외부로 향하던 에너지를 내부로 돌리자,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마음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밤 적어 내려간 세 줄의 감사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색채를 입혀주었고, 명상은 소란스러운 감정의 파도를 가라앉히는 닻이 되어주었다. 아침에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에 감사했다. 직장이 있어서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했음은 다시금 내 주변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삶과 지혜를 빌려오며, 나는 전년도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었다. 신체적 역성장이 '비움'이었다면, 정신적 성숙은 그 빈자리를 깊이 있게 채워준 '채움'의 과정이었다. 이제는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 나만의 내면 근육이 생겼음을 느낀다. 대표적인 책 몇 권만 꼽아보자면 다음 책들이 떠오른다. ⟨행복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루틴⟩(박상미 저, 저녙달)에서는 저자의 전작(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내용을 바탕으로 필사를 할 수 있으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단순한 문장들의 결합이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의지를 다지고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와 같은 책이었다. 다음으로는 ⟨소설 쓰고 앉아 있네 : 문지혁 작가의 창작 수업⟩(문지혁 저, 해냄출판사)이다. 제목 그대로 문지혁 작가의 글쓰기 수업을 토대로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당시에 유튜브에서도 글쓰기 관련 영상을 찾아서 보곤 했는데 읽고 있는 책과 작가의 유튜브가 우연히 같은 시점에 보게 되면서 반가웠던 기억도 있다.
3. 역량의 확장: 마흔다섯, 낯선 바다로의 출항
직업적으로 올해는 '도전' 그 자체였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다소 늦었다는 편견을 주기도 하지만, 나는 난생처음 '수출'이라는 거친 바다에 뛰어들었다. 복잡한 서류와 생소한 용어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나는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와 일하게 된 동료들도 부담이 컸을테고 나 역시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가득했고 부서를 바꿨던 지난 시간을 후회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일들이 쌓이면서 조직에 뿌리를 조금씩 내릴 수 있었다.
물론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낯선 업무에 허덕일 때 손을 내밀어준 동료들의 도움과, 그 도움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 밤낮으로 고민했던 나의 노력이 맞물려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 다행히 조직에 잘 녹아들었고, 큰 탈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결실을 얻었다. '나이는 핸디캡이 아니라 숙련된 적응력의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낸 뜻깊은 시간이었다.
맺음말: 다시 시작될 성장의 순환
올 한 해는 완벽하지 않았기에 내년의 다짐을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조금 뒤처졌을지 몰라도, 마음은 더 깊어졌고 일의 지평은 더 넓어졌기 때문이죠. 부족했던 부분은 내일의 동력으로 삼고, 성취한 부분은 내일의 자신감으로 삼으려 합니다. 2025년의 끝에서 이제 더 단단해진 발걸음으로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고자 합니다. 긴 주말부부를 끝으로 가족들과 하나된 터에서 힘들때나 기쁠때나 늘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며 어려움을 해쳐나가 보려 합니다. 우리가족, 그리고 저 역시도 2026년에도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지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