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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변인 Apr 27. 2016

대변인, 발기인이 되어줘! <하>

35살 대변인의 발기부전 투병기

병원에 가기로 마음은 먹었으나 나이 35에 

비뇨기과를 찾아간다는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이러저러해서 병원을 갈까 해


수화기 너머로 내 증상을 듣던 친구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렸다.


심인성(心因性)이군, 병원 가서 처방받고 약 먹으면 좋아질 것이야!

목소리에서 약 먹으면 된다는 강력한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걸로 보아 

이 친구도 약을 먹었었군... 생각이 들었다.

뭐... 물증은 없지만... 그런 기운이 들었다.


우선 집 근처에 비뇨기과를 찾기 위해 녹색창에 검색을 해봤다.

왠지 검색은 녹색, 

메신저는 노란색을 자주 쓰게 된다.

집 근처에 가까운 비뇨기과가 눈에 띄었다.


진료과목: 피부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진료과목이 너무 많다 보니(?) 존중받아야 할 

그곳이 소홀히 대해지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

한 때 강력한 마법력을 뽐내던 소중한 매직스틱을 매직스틱 전문의에게 맡기고 싶었다.


결국 녹색창에 검색된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이름부터 강한 자신감! 이 뿜어져 나온다.

(광고로 오인받을까 봐 이름은 블러 처리했다)

진료과목도 비뇨기과! 단 한 가지! 

그래! 나도 이제부터 멋진 남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모델의 외모가 그리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뭔 상관이겠는가!

이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멋진 남성이 될 텐데...


힘차게 문을 열고 병원 접수대로 향했다.

접수대에는 왠지 눈에 익은 사람이 접수를 받고 있었다.


어...?! 

이 형, 좀 전에 병원 입간판에 있던 형 아닌가?


병원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인가 보구나~

좋아! 나도 이 형처럼 강해지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접수를 했다.


대기 중인 환자가 없어 바로 진료실로 안내받았다.

그리고 자리를 안내해주던 마스코트 형은 진료실 맞은편의 의사 자리에 앉았다.


......


어떤 일로 오셨어요?

병원의 마스코트 형이 물었다.

 

......


살짝 망설이다 말했다.


(형처럼) 멋진 남성이 되고 싶어요.



모델, 접수, 진료, 수술까지 일인다역을 하는 멋진 형이 말했다.

(저처럼 멋진 남성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일단 그곳이 정상인지 확인하는 혈류량 체크 등의 검사를 해봅시다."


비록 내 매직스틱에 매직이 잘 일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기능상 문제가 없다는 것은

(자체 야동 검사로) 알고 있었다. 평소에 매직이 간헐적으로 일어나서 그렇지...

추가 검사가 시간, 비용만 더해진다는 것을 느끼고 멋진 형한테 말했다.


"형... 저는 기능상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심리적 문제라는 강한 기운이 느껴져요"


이 말을 듣고 멋진 형아는 살짝 실망한 듯했지만 곧바로 나에게 물었다.


'몇 알 처방해 드려요?'


나는 숫자를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일단 답했다.

'5알? 정도면 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멋진 형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접수, 수납 창구로 이동해 말했다.


만원입니다


수속부터 수납까지 환자의 모든 것을 책임진 멋진 형아를 뒤로 하고 병원을 나왔다.

처방전은 받았지만 기분이 딱히 개운한 느낌은 없었다.

내가 잘 온건가...? 라는 생각뿐...


그 때 받은 처방전;;;


그래도 만원짜리 처방전인데 이 마법 알약을 쓸지 안 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뭐랄까... 보험이랄까...?

보험금 10억 정도가 보험금 수령인 앞으로 나오는 그런 보험.

나한테 딱히 좋을 건 없지만 그래도 있으면 마음 든든한 보험 말이다.




처방전도 만원이나 내고받았는데 약은 받아두자 생각하고 주변 약국을 찾았다.


'저희는 이 약은 없어요~'


주위의 약국 두세 곳을 더 둘러봤지만 

모두 처방전의 약은 없다고 한다.

매직포션 구하기가 이리 힘들다니...


이미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처방전을 들고 

약국 투어를 하는 것도 지쳐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그때 받은 처방전은 서랍 속에서 그 생명을 다했다.

(처방전은 발급 유효기간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비록 약을 먹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나의 마법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회사를 나와 2년간 백수로 지내면서도 이런 문제는 전혀 없었다.

돈은 없어도 테스토스테론 뜯어먹고 살만큼 남는 게 남성 호르몬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내가 병원을 다녀왔다는 사실에 나뿐만 아니라 

나를 아는 주위 사람들이 놀랐다.

비단 결혼 때문이 아니라 자영업을 시작하고 겪는 스트레스와 현상황에 대한 불만들이 겹쳐서

작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최근엔 정신적인 압박감과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일을 계획하고 있다.

운동도 정기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장사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인터넷으로 글도 쓰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나를 표현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머릿속으로 바래왔던 작가가 되기 위한 초석일지도 모른다.




나 뿐만 아니라 남편, 가장, 아빠라는 삶의 무게에 

고개를 잘 들지 못하는 이 땅의 남자들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주변에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을 대표해 좋아요, 공유,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는 대변인이 겪은 아르헨티나 이민 시도 경험을 반추하며

'실패하지 않는 이민'에 대해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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