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이미 이야기
하하하하~~
드디어 현재 진행형 추이미이다.
지금까지 10여 년간 이어가고 있는 추이미는 바로 '옷 만들기'이다.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예쁘고 세련된 친구가
"내가 미싱을 샀는데, 공짜로 수강할 수 있는 one-day class에 가 볼래?"
"응~. 좋아. 갈래갈래."
하고 신이 나서 대답했다.
우리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시댁에 있는 미싱이 눈에 띄었다.
나 어릴 적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는 가정&가사 시간에 수놓기, 주머니 만들기, 앞치마 만들기, 블라우스 만들기 등의 과제가 많았다.
나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버거운 과제들이었다.
그럴 때 솜씨 좋은 엄마께서 조금씩 도움을 주신 덕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나도 내 딸에게 도움을 줘야 할 시기가 곧 다가왔다는 생각에
"어머니, 이 미싱 쓰세요?"
"아니, 왜? 잘 안 쓰는데~"
"아 ~ 네~. 지은이 중학교에 올라가면 과제할 때, 제가 배워서 도와주려고요."
"그래? 당장 가져가서 써라!"
손녀라면 그 무엇도 아까워하시지 않던 어머니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무턱대고 집으로 가져왔다.
그 친구가 one-day class를 제안했을 때,
나의 미싱 사용 능력은 왕초보.
겨우 직선박기만 그것도 아주 느린 속도로 할 줄 아는 단계였다.
one-day class가 열리는 그날.
친구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나는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나 혼자라도 가보겠다고 하며 공짜 수강증을 받아 '한국문화원'으로 갔다.
직장에 갔다 와서 아이들과 저녁밥을 후딱 먹었다. 식곤증이 몰려와 많이 피곤한 상태였지만, 혼자 가는 것이 많이 떨리고 쑥스러웠지만,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했고, 집에 그냥 떡~하니 버티고 있는 미싱을 사용하고 싶었던 마음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것 같다.
one-day class의 주제는 '민소매 원피스 만들기'였다.
선생님은 꽤 유쾌하신 분이었다.
본인 사이즈의 패턴을 모조지에 베끼고, 가위로 오리라고 하셨다. 그 오린 패턴을 원단에 올려 그대로 그리고 자르라고 하셨다. 그다음 각각 미싱을 정해주고, 봉제 순서에 따라 봉제를 하라고 하셨다.
하하하~. 멘붕! 무척 당황스러웠다.
"나는 여기에 있는 미싱 사용법도 몰라요~."
"나는 겨우 직선박기 정도의 수준이라고요~."
선생님은 당연히 괜찮다며 잘 가르쳐 주셔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옷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목둘레와 팔둘레의 바이어스 치기는 선생님이 다 해 주셨다.
다른 수강생들도 바이어스 치기는 힘들어해서 선생님이 다 해 주셨다.
드디어 완성!
뿌듯 뿌듯~
내가 한 게 거의 없었지만 옷이 내 몸에 잘 맞았고 잘 어울렸다.
눈이 반짝 빤짝!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자랑을 하며 신났었다.
다음날 바로 직장에 입고 가서 또 자랑.
그 친구에게도 자랑.
옷 만들기 추이미생활은
한국문화원 양재 초급과정에 등록하면서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