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의 생각주머니
콩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걱정스러운 것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급식’이에요. 급식은 콩이 엄마의 걱정이기도 해요. 편식 습관을 고쳐 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었어요. 타이르고 야단치고 겁도 주었지만, 아직 못 고쳤어요. 콩이도 편식을 고쳐 보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시금치, 오이, 당근 같은 채소는 적응하기 어려운 음식이에요.
입학한 후 4주는 학교 적응 기간이라 급식이 없어요. 드디어 그날이에요. 급식 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생각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학교에 왔어요.
3교시의 수업을 마치고 4교시에는 급식에 관한 공부를 했어요.
처음에 학교에서 급식하는 이유에 대한 비디오를 봤어요. 내용은 모두 잘 이해가 되었고 재미있어요.
선생님 : 급식을 하는 이유가 뭐래요?
아이들 :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지니게 하려고요.
나는 어차피 음식을 골고루 먹어요.
“나도 나도” 하며 잘난 척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신경 쓰여요.
‘나만 편식을 하나?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걱정이 돼요.
선생님 : 잘 알고 있구나. 내 입에 맞는 맛있는 것만 먹으면 좋겠지만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려면 여러 가지 영양소가 필요해. 그 영양소를 공급해 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하지. 내 몸은 누구 거야?
아이들 : 내 것요.
선생님 : 누가 잘 돌봐야 할까? 누가 아껴 줘야 할까?
아이들 : 나요, 나요.
선생님 : 내 몸은 소중하니까 튼튼하도록 골고루 잘 먹고 아껴 줍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따라 말하라고 했어요.
“나는 음식을 골고루 먹겠습니다.”
“나는 음식을 골고루 먹겠습니다.”
엉덩이를 실룩이며 양손은 꽃받침처럼 턱 밑에 받치고 “나는 소중하니까.”
엉덩이를 실룩이며 양손은 꽃받침처럼 턱 밑에 받치고 “나는 소중하니까.”
콩이도 재미있어서 큰 소리로 따라 말했어요.
두 번째로 급식을 받으러 가는 순서를 알려 주었어요.
1 모둠부터 시작해서 6 모둠까지 끝나면 다시 1 모둠으로 가는 순서예요.
세 번째로 급식받으러 나가는 들어오는 길을 정해 주었어요.
선생님 : 나가는 길과 들어오는 길을 왜 다르게 하는 걸까?
아이들 : 정해진 길을 따라가면 충돌을 막을 수 있어요.
급식 판이 무겁고 뜨거운 국과 밥이 있어서 더욱더 정해진 길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콩이와 친구들은 책 한 권을 급식 판이라 생각하고 나가는 길로 나가서 들어오는 길 따라 들어와 자리에 앉는 연습을 여러 번 했어요.
네 번째로 급식에 나오는 음식을 받는 방법에 대해 알려 주었어요.
급식 판을 꺼내고 수저와 젓가락을 챙겨 떨어지지 않게 식판과 함께 잘 잡아요. 각자 배식대로 가서 각 급식 통에 놓여 있는 도구를 이용하여 음식을 먹을 만큼 집어서 자기 식판에 놓아요. 흘리지 않도록 조심해요. 식판 세 곳을 채우면 뜨거운 밥과 국은 선생님이 담아 주신대요. 식판에 음식이 다 담아지면 들어가는 길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맛있게 먹어요.
주의 사항도 몇 가지 있어요. 식판에 음식을 담거나 자기 자리로 돌아갈 때 흘린 음식은 스스로 치워야 해요.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 말고는 먹기 싫거나 힘든 음식도 1개 혹은 1방울이라도 받아야 해요.
이 과정도 3번 연습했어요. 유치원에서 경험하지 못한 거라 그런지 이것도 재미있어요.
다섯 번째로 다 먹고 난 후에 식판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어요.
식사를 다 한 후, 식판 내는 시간이 되면 식판과 수저를 들고 나오는 길로 나와 식판을 선생님께 보여주고 남긴 음식 없이 다 먹은 것을 칭찬받아요. 그리고 숟가락은 숟가락 통에 젓가락은 젓가락 통에 식판은 식판 통에 가지런히 놓고 들어가는 길로 들어가 자기 자리를 깨끗이 치워요.
여기까지 우리가 할 일이에요.
드디어, 급식 시간.
선생님은 콩이와 뚱이의 도움을 받아 급식차를 교실로 들여왔어요.
급식판과 수저통의 뚜껑을 열어 아이들이 가져가기 쉽게 놓고, 반찬통들과 밥통, 국통을 적절히 배치했어요. 그리고 각 통의 뚜껑을 열어 주걱은 밥통에 국자는 국통에 집게는 반찬통에 두었어요. 오늘의 메뉴는 밥, 소고기뭇국, 멸치볶음, 시금치, 감자조림이에요.
이제 아이들 차례예요. 연습한 대로 1 모둠부터 나가는 길로 나와 수저와 식판을 챙겨 들고 반찬을 스스로 담았어요. 밥과 국은 선생님이 퍼 주었어요.
콩이는 싫어하는 시금치 앞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복잡한 생각이 스쳐 갔어요.
‘받지 말까? 안 돼. 일단 1줄기만 가져가자.’ 밥과 국까지 받고 정해진 길 따라 흘리지 않고 무사히 자리까지 갔어요. 밥과 국, 멸치볶음, 감자조림은 맛있게 먹었어요. 시금치가 문제예요. 콩이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 앞으로 갔어요.
콩이 : 선생님, 급식 다 먹었는데 시금치는 남기고 싶어요.
선생님 : 시금치가 먹기 싫구나.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집에서 시금치를 잘 못 먹었어도 학교에서는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오늘 시금치를 먹게 된다면 콩이는 더 멋지게 보일 텐데. 어려울까? 안 될까?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먹어봐~.
선생님은 엄격함이 포함된 친절한 두 표정으로 말했어요.
콩이는 ‘안 통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시금치와 한 판 붙기로 결심하고 자리에 들어갔어요. 마치 전투장에 나가는 무사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물통을 옆에 가져다 두고 젓가락으로 시금치를 집어 입속으로 넣고 씹는 둥 마는 둥 하고 물을 마셨어요. 시금치가 목구멍으로 넘어갔어요. 시금치를 먹은 거예요. 힘들었지만 급식판에 있는 음식들을 모두 먹은 거예요. 뭔가 뿌듯함과 당당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상해요. 집에서 시금치를 먹어보려고 시도했는데, 그때마다 삼키지 못하고 비위가 상해 뱉었거든요. 비록 시금치 한 줄기였지만 학교에서는 어떻게 시금치를 먹을 수 있었을까요?
자신 있게 다 먹은 급식판을 들고 검사를 받으려고 선생님 앞으로 갔어요. 콩이의 급식판을 보신 선생님은 “얘들아, 조금 전에 시금치를 못 먹겠다고 한 콩이가 시금치를 먹고 깨끗한 급식판을 들고 왔네. 이제 콩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 더 늘었어. 참 잘했지? 우리 콩이에게 박수 한 번 쳐 주자.”라고 말했어요.
선생님의 칭찬과 친구들로부터 받은 박수로 콩이의 어깨는 더 으쓱했어요. 몇몇 친구들은 급식 시간이 거의 끝날 때까지 급식판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급식판에 있는 음식을 다 먹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콩이가 그 친구 옆에 가서 자기가 성공한 방법을 얘기해 주었어요. 그래도 힘든가 봐요. 선생님은 그 친구들에게 내일 다시 도전해 보자고 하시며 급식판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멸치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은지 시금치와 멸치가 반찬통에 많이 남았어요. 선생님은 비닐장갑을 양손에 끼시더니 밥통에 멸치를 다 넣고, 시금치를 가위로 잘게 잘라 밥에 넣었어요. 그리고 ‘수리수리 마수리 더 맛있는 밥이 돼라.’라고 주문을 외웠어요. 밥통 앞에 모인 아이들도 함께 주문을 외웠어요.
“수리수리 마수리 더 맛있는 밥이 돼라. 얍!”
선생님은 양손으로 조그맣게 밥을 뭉쳤어요. 멸치, 시금치 주먹밥이 되었어요. 먼저 식성이 좋은 아이들이 먹으려고 줄을 섰어요. 1개 받아먹고 맛있다며 또 줄을 섰어요. 콩이는 그 맛이 궁금했어요.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니 호기심이 더 생겼어요. 먹어보고 싶었어요. 시금치가 들어 있어서 망설였지만, 호기심이 망설임을 이겼어요.
콩이는 용기를 내어 입을 벌렸어요. 선생님은 반가운 표정으로 “주먹밥아, 콩이의 입속으로 들어가랏!” 말했어요. 주먹밥은 콩이의 입속으로 들어갔어요.
‘이상하네. 나는 시금치가 싫은데……. 이 주먹밥에는 분명히 초록색 시금치가 들어 있는데……. 왜 맛있지?’
콩이는 큰 소리로 말했어요.
“선생님, 주먹밥이 짱 맛있어요.”
선생님의 양손에 끼워진 비닐장갑 속의 엄지 두 개가 올라갔어요.
콩이의 입에는 맛있는 주먹밥이, 콩이의 마음엔 ‘뿌듯함’이 자리 잡고 있어요.
콩이는 하굣길에 생각했어요.
싫다고 먹지 않았던 음식을 먹도록 도전해 봐야지! 맛이 없다고, 먹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음식이 시금치처럼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먹기 두려웠던 시금치를 먹었으니 더 잘 자랄 거야. 못 먹던 음식을 하나 줄였다. 앗싸~~. 다음엔 당근 먹는 것에 도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