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의 생각주머니
콩이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아요.
오늘은 부모님들이 학교에 오셔서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러 오는 ‘공개 수업’ 날이에요.
콩이의 엄마는 회사에 다니세요. 회사의 사정으로 오늘 휴가를 내실 수 없대요. 콩이 엄마는 속상한 콩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콩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침부터 콩이의 눈치를 살피며 미안한 마음을 많이 표현했어요. 그래도 콩이의 마음은 풀어지지 않아요.
콩이 엄마는 콩이의 옷을 다른 날보다 더 깔끔하게 챙겨주셨어요. 콩이는 엄마에게 고개만 까딱하는 인사를 하고 학교로 향했어요. 오늘도 등굣길에 뚱이를 만났어요. 뚱이도 다른 날보다 멋있는 옷을 입고 있어요. 길에서 뚱이를 보면 콩이는 항상 반갑게 인사를 했지요. 그런데 오늘은 뚱이에게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콩이의 마음을 모르는 뚱이는 다른 날보다 신이 나는 것처럼 보여요.
콩이의 마음과는 달리 교실 안은 들뜬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더 활기찬 분위기예요.
선생님은 1교시부터 2교시까지 공부 시간 내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콩이의 모습이 신경 쓰였어요. 선생님은 콩이의 어머니가 공개 수업에 참여하시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어요. 2교시가 끝나고 우유를 마시는 시간에 콩이 자리로 슬며시 가서 콩이에게 말을 걸었어요.
“엄마가 못 오시게 되어 아주 속상한가 보구나.”
콩이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어요.
“콩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엄마 마음은 더 속상하실 것 같은데…….
선생님은 우리 애들 공개수업에 한 번도 못 가봤어. 선생님이라 학교 가는 날에는 콩이도 알다시피 휴가를 낼 수 없잖아?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 ‘엄마가 공개수업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속상해서 하루 종일 우울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많이 힘들었어. 비록 직접 공개 수업에 참여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아마도 콩이 엄마 마음은 온통 콩이에게 집중되어 있을걸? 콩이의 속상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엄마의 사정도 이해하는 콩이가 될 수는 없을까?
엄마가 멋지게 공부하는 콩이의 모습을 직접 보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공개수업에 못 오셨는데도 "콩이의 공부하는 모습이 아주 훌륭했고 멋지게 발표도 잘했어요."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기쁘실까?
콩이야, ‘엄마는 내 옆에 바짝 붙어 나를 응원하신다.’라고 생각하면서 기분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
선생님은 오른손을 들었다 내리면서 콩이를 격려하셨어요.
콩이의 기분은 아주 쬐금 좋아졌어요.
점심을 빨리 먹고, 공개 수업에 참여하시는 어머니들을 맞이하려고 청소했어요. 콩이는 5교시 수업을 하지 않고 집에 가고 싶었어요. 한 분 두 분 어머니들이 교실로 들어오셨어요. 어머니들도 멋지게 차려입고 오셨어요. ‘우리 엄마도 저기 엄마들처럼 예쁜데…….’ 콩이 마음속에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친구들은 교실에 들어오신 자기 엄마와 눈을 마주치고 기분이 좋은 듯 환하게 웃어요. 콩이 눈과 뚱이 엄마의 눈이 마주치자, 뚱이 엄마가 따뜻하게 웃어 주셨어요. 콩이는 입꼬리만 살짝 올려 아는 척했어요.
드디어 공개 수업이 시작되었어요. 과목은 읽기 수업이에요. 선생님은 공개 수업을 위해 평소보다 수업자료를 더 준비했어요. 주제는 낱말을 보고 떠오르는 것을 이야기로 꾸미는 것이에요. 아이들은 뒤에 서 계시는 엄마를 의식하며 최대한 바른 자세로 손을 들었어요. 콩이는 친구들이 발표하는 것을 들으면서 선생님이 해 주신 말을 생각했어요.
‘엄마가 여기에 못 오셨지만, 엄마 마음은 여기에 있을 거야. 좀 더 멋진 콩이가 돼야겠어.’
콩이도 친구들처럼 손은 번쩍 들고 선생님이 기회를 주기를 기다렸어요. 선생님의 눈과 콩이의 눈이 마주쳤어요.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콩이의 이름을 부르셨어요.
콩이에게 주어진 낱말은 ‘엄마’.
콩이의 발표는 시작되었어요.
“엄마는 나를 많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회사에 다니셔서 늘 내 옆에 있지 않아도 마음만은 항상 제 옆에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엄마는 없지만, 발표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나도 엄마를 많이 사랑합니다.”
발표가 끝나자, 콩의 마음을 이해라도 한다는 듯이 친구들과 교실 뒤에 계신 어머니들께서 손뼉을 쳤어요. 섭섭하고 속상했던 콩이의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할 생각을 하니 뿌듯했어요.
콩이의 등굣길과 하굣길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엄마도 늘 내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나처럼 속상하실 거다. 엄마는 항상 나를 사랑하니까 옆에 없다고 기죽지 말고 오늘처럼 씩씩해야겠다.'라는 것을 생각 주머니에 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