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는 기분 좋게 학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늘 했던 것처럼 가방을 방에 가져다 놓고, 손을 씻고, 식탁 위에 준비된 과일을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수학 학습지를 폈어요.
그런데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따가 해야지. 금방 하면 되니까!' 이렇게 미루고 요즘 친구들이 많이 본다는 유튜브를 보고 컴퓨터 게임도 했어요. 저녁을 먹으며 엄마는 콩이에게 “오늘도 잘 지냈니? 학교에서 재미있었어? 오늘 해야 할 일은 당연히 다 했겠지?”라고 물으셨어요. “오늘도 재미있게 잘 지냈어요. 당연히 할 일도 다 했고요.”라고 밝은 얼굴로 말했어요. ‘엄마가 오늘 수학 학습지를 하지 않은 것을 모르셔서 다행이야. 내일 오늘 것까지 하면 돼.’ 거짓말을 해서 마음에 조금 걸리지만,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어요. 내일 다 하면 되니까. 콩이는 다음 날에도 수학학습지 푸는 것을 미루고,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했어요. 그다음 날에도 수학학습지를 풀지 않았어요. 이 날도 엄마는 이 사실을 모르시고 넘어갔어요. 그다음 날에는 진짜로 밀린 학습지를 모두 해결하려고 학습지를 폈어요. 그런데 그동안 밀린 것이 많다 보니, 마음이 부담스러워지면서 학습지 푸는 속도가 너무 느렸어요. 콩이는 ‘하기 싫다. 정말 하기 싫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면 돼.'라고 생각하며 학습지를 덮었어요.
가족끼리 맛있는 저녁을 먹고 콩순이와 놀고 있는데, 갑자기 콩이 방에서 큰 소리가 났어요.
“콩이, 이리 와 봐.”
콩이는 “왜요?"라고 대답하며 방으로 갔어요. 엄마의 표정은 마녀 같았고, 엄마 손에는 수학학습지가 들려 있었어요. 콩이는 오늘도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도 불안한 마음도 없었는데~. 드디어 일이 터졌어요.
“콩이 너, 요 며칠 동안 나한테 할 일을 다했다고 말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엄마한테 거짓말을 한 거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우리 둘이 3장으로 정하고 약속한 거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콩이 너 이제부터 공부 안 해도 돼. 이렇게 하려면 이 학습지는 필요 없겠어. 버려야겠어. 아니면 두었다가 콩순이 줘야겠어.”라고 따다닥 엄마 말만 하고 학습지를 들고 콩이 방을 나가셨어요. 콩이는 엄마를 따라나서며 학습지를 달라고 했어요. 엄마는 주시지 않았어요. 콩이는 다시 한번 “내 건데 엄마기 왜 가져가요?”라고 울면서 말했어요. 그런데도 “너는 이제부터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라고 다시 말씀하셨어요. 콩이는 엄마가 정말로 공부를 안 시켜주실 것 같아 무서웠어요. 콩이는 방에 들어와서 일기를 썼어요. 일기에는 엄마가 화내신 것에 대한 것을 썼어요. 엄마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섰어요.
‘그럴 수도 있지. 그렇다고 학습지를 안 주냐~. 이 일로 엄마가 나를 포기하고 공부 안 시켜 주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되었어요.
그다음 날, 등교하자마자 선생님의 책상에 일기장을 가져다 놨어요. 일기 내는 날이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틈틈이 검사를 하셔서 집에 갈 때 일기장을 돌려주셔요. 학교 급식을 먹고 5교시 시작종이 울렸어요. 선생님이 교탁으로 오셨어요.
“공부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 어릴 때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오늘 너희들 일기장 검사하면서 그 일이 떠올랐거든.”
선생님의 이야기를 마다할 아이들이 아니지요.
“네. 어떤 이야기인데요?”
“좀 부끄러운 나의 과거 이야기. 때는 선생님이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을 거야. 그때는 너희들처럼 학원을 다니지 않았었지.”
“아우~. 좋았겠다.”
“선생님 엄마는 선생님이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일공부’라는 학습지를 시켜주셨어. 신문처럼 하루에 1회씩 학습지가 오면, 그것을 풀어서 요즘 우유 배달 주머니 같은 곳에 넣어 두는 거야. 그다음 날 학습지를 배달하는 분이 선생님이 푼 학습지는 가져가고, 새 학습지를 넣어 두고 가는 거지. 그다음 날 배달하는 분은 그전에 풀었던 채점이 된 학습지와 함께 다른 새 학습지를 넣어두고, 내가 전날 받아서 풀은 학습지를 다시 가져가는 방식이야."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일매일 공부하는 거라 ‘일일공부’라는 이름이 붙은 거지. 선생님은 워낙 모범적이라 매일 학습지를 잘 풀었지. 그런데 어느 과목인지 생각은 안 나는데, 학습지를 풀으려고 봤더니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그래도 주머니에 문제 푼 것을 넣어 두어야 하니까, 아무렇게나 풀었어. 결과는 당연히 엉망이었지. 그런 결과를 받으니 기분도 안 좋고, 모르는 문제를 풀으려니 시간도 많이 걸려서 짜증이 나더라고. 우리 엄마는 내가 ‘스스로 잘하니까 잘하고 있으려니~’하고 일일이 점검을 하시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학습지를 숨기기 시작했어. 신발장 밑에, 장롱 밑에, 신발장 뒤에 등 주로 신발장 근처에 숨겼어. 다행히 배달하는 분도 가져가야 할 다 푼 학습지가 없는데도 우리 엄마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 얼마동안 나는 학습지를 풀지 않는 편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대청소를 하셨어. ‘그런가 보다~’하고 있는데, 엄마가 왼손에는 학습지 뭉터기를, 오른손에는 먼지떨이를 들고 계셨어. 그때 ‘아~들켰구나!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지. 엄마의 표정이 안 좋고 먼지떨이가 나를 때릴 매로 보여 일단 도망을 가야 했어. 신발을 못 신어서 밖으로 잽싸게 피하지는 못하고 부뚜막으로 도망을 갔는데 엄마에게 잡혔어. 우리 엄마는 자주 때리시지 않았는데 한 번 혼날 때는 무섭게 혼을 내셨어. 공부 안 할 거면 하지 말라고 하셨지. 선생님은 울면서 일일공부를 하지 않고 숨긴 이유를 말씀드렸어. 학교 선생님의 진도보다 일일공부의 진도가 빨라서 모르는 것 투성이라 학습지를 풀지 못한 거였다고. 엄마는 학습지를 모아 두었다가 학교에서 배우고 난 후에 한꺼번에 풀어서 주머니에 넣어 두라고 하셨어. 그런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야지, 숨기면 안 된다고 하셨어. 또 그런 행동을 하면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을 시킨다고 하셨어. 어린 마음에도 공부를 안 하면 잘못 큰다고 생각했나 봐. 그 이후로 학습지를 엄마 몰래 숨기는 일은 하지 않았어. 그날 선생님이 눈물 콧물 쏙 빠지도록 혼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선생님으로서 있을 수 있었을까?”
“아뇨~. 혼나기 잘한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 엄마는 잘못해서 혼내실 때 진짜 무서워요?”
“그럼. 얼마나 무서운데. 그렇지만 평소에는 잘해 주셨어. 선생님도 집에 있는 우리 애들이 잘못했을 때는 눈물 콧물이 쏙 빠지게 야단을 친단다. 내가 너희들 야단칠 때도 무섭잖아. 그치?"
“맞아, 맞아. 우리 선생님은 친절하고 재미있지만 무서울 땐 짱 무서워.”
아이들은 선생님도 어릴 때 엄마에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어했어요.
콩이는 선생님이 자기의 일기장을 보고,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주셨다는 것을 눈치챘어요. 콩이도 선생님처럼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잘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엄마가 진짜로 공부를 안 시킬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어제는 자기가 잘못한 것에 대해 겉으로만 잘못했다고 했어요. 더 혼나기 싫고 또 자기를 혼내는 엄마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오늘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 거짓말한 것을 진짜로 반성한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처럼 콩이도 엄마에게 수학학습지 안 푼 것을 들키지 않았다면, 계속 거짓말을 했을지도 몰라요. 선생님의 과거 이야기를 떠올리며 엄마한테 들켜서 혼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콩이는 할 일을 미루고 싶을 때, 잘못한 것을 숨기려고 거짓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들을 때마다 어제 집에서 있었던 일과 오늘 선생님의 이야기를 생각주머니에서 꺼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집으로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