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얇은 아우터

작년 가을날의 이야기

by 소연


오랜만에 동대문시장을 갔다. 날씨가 쌀쌀해져 지난번에 만들었던 셔츠가 쌀랑하게 느껴진다. 시장을 자주 가야 맘에 드는 원단을 저렴한 가격으로 가져올 수 있다. 양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청지를 샀다. 겉면은 무늬가 있는 해지 청지, 안면은 청지이다. 1마에 3000원씩 2마 구입했다.


어떻게 만들까? 원단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구상을 하느라 머릿속이 바빴다. 안에 패딩을 넣어 따뜻하게 만들까? 아니면 좀 더 다양하게 입도록 한 겹의 셔츠로 만들까?

길게 만들까? 짧게 만들까? 안면과 겉면을 섞어 만들까? 칼라와 단추 다는 곳만 안면을 사용할까? 등.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거울 앞에서 원단을 얼굴에 대 보았다. 원단은 나무랄 데 없이 예쁜데, 내 얼굴빛에는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사 왔으니 만들어야 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만들고 싶다.


이제 디자인을 정해야 한다. 칼라는 청지니 만큼 시크하게 셔츠 기본형으로, 주머니는 왼쪽에 한 개, 소매는 통을 조금 넓게(나중에 넓은 것이 부담스러우면 고무줄을 넣을 생각으로), 소맷단은 1.5cm 접어 박기, 단추 여임분은 1.5cm, 뒤판은 절개형, 뒤판 중심에 여유주름 5cm, 전체 기장은 평소길이 보다 조금 길게 70cm, 밑단 처리는 말아 박기로 한다. 심지는 윗칼라와 아래칼라 겉면, 앞여밈분, 주머니에 붙인다. 몸판 밑단을 말아 박기로 계획했지만 생각보다 두꺼워 1.5cm 접어서 박았다. 완성했다. 원단이 톡톡해서 칼라의 완성도가 훌륭하다. 그전에 사다 놓은 은색 단추가 원단과 잘 어울린다.


완성하고 보니 안감 없이 한 겹으로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다. 원단이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워 보였는데, 입어보니 신축성이 없어 뻣뻣한 느낌이다. 셔츠로 활용하기보다는 간절기용 아우터로 입어야겠다.

오늘 작업 Good job!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