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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더

by 소연

지난주에 딸이 사위와 함께 왔다. 지난번 만들어 주었던 빨간 민소매 원피스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더 오래전에 만들어 주었던 분홍색 짧은 바지와 긴 재킷 한 벌과 흰색 트위드 원단으로 만든 치마와 재킷도 가지고 왔다. 또 푸른색 계열 트위드로 만든 치마와 재킷도 가져왔다. 이것은 지인들의 결혼식에 입고 갔었고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꽤 괜찮은 평을 받았다는 나의 작품이다. 이제 이 옷은 치마가 짧아서 입기가 불편하단다.


딸은 이 옷들이 담긴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이제 이것들은 잘 안 입게 돼서 가져왔어. 내가 버리려다가 엄마가 단추라도 뜯어 재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가져왔지. “

“잘했어. 단추 부속품들이 은근히 비싸거든.”

내 옷 만들 때보다 딸의 옷을 만들 때에는 단추 등 부속품이 조금 비싸도 예쁜 것을 골라서 사용했었다.


딸은 자기가 원한 적은 없었어도 내가 만들어 가져다준 옷을 입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옷 봉투를 내밀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했다.

“엄마, 이번에 내가 퍼스널 칼라 진단을 받았는데, 완전 엄마와는 반대였어.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겨울 딥'타입이래. 그러니 주황에 가까운 빨간색은 완전 안 어울렸던 색깔이었던 거지. 나는 쿨 톤 일 거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겨울 딥'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못해서 정말 의외였어. 그러니까 엄마가 좋다고 사는 원단은 나한테는 좀 안 어울리는 거지. 결혼식 하기 전에 이 진단을 받아 볼 걸 하는 후회를 했어."

“아니, 왜? 결혼식 날 무척 예뻤는데……”

“나는 아이보리 계열보다는 아주 흰색이 더 어울리는 타입이어서 부케도 파스텔 톤 보다는 와인계통의 꽃을 들었어야 했는데……”

아쉬움을 진심으로 표현했다. 결혼식 드레스도 부케도 다 예뻤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은 좀 아쉬웠나 보다.


식사와 즐거운 수다로 시간을 보낸 뒤 딸과 사위가 집으로 돌아간 후, 쇼핑백에 들어 있는 옷들을 꺼냈다. 짧은 바지, 치마 2벌에서 훅을 제거했다. 그리고 분홍색 마직 재킷과 흰색 트위드 재킷은 일단 내 몸에 들어가니까 일단 내가 입기로 결정하고 잘 손질하여 옷장에 넣었다. 푸른색 트위드 재킷은 워낙 타이트하게 만든 거라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사이즈이다. 여기에 단 단추는 그때 개당 5000원을 주고 샀었다. 나중에 사용할 생각으로 단추를 잘 떼어내고, 소맷단과 앞 섶, 주머니 위치에 장식했던 트위드 테이프를 제거하여 보관하는 상자에 잘 넣었다.


다음은 빨간색 민소매 원피스를 꺼냈다. 그럭저럭 예쁘다.

‘이것을 어떻게 고쳐서 입을까?'

일단 허리 사이즈가 많이 작으니까 주름을 잡았던 것을 다 뜯었다. 그다음은 뒷지퍼를 뜯었다. 그리고 상체와 하체(치마 부분)를 분리했다. 고치는 것이 만드는 것보다 좀 더 힘든 작업인 것 같다. 잘못 뜯으면 원단이 구멍이 나기 때문에 조심히 뜯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시력이 좋아도 쉽지 않은 작업인데 심지어 노안이 심한 나로서는 많이 힘든 작업이었다.

상체 부분은 다시 사용하기 힘드니까 버렸다.

‘상체 부분을 어떻게 할까? 남은 제 원단이 있으니 사이즈 변경만 해서 만들까? 민소매는 겉옷을 걸친다 해도 조금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상체와 하체가 모두 빨간 것도 조금 신경 쓰이네.'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상체와 하체를 다른 색깔로 하자. 상체를 흰색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빨강과 흰색의 조화는 깔끔하고 단정해 보이지만, 이 또한 너무 쨍한 느낌이라 조금 마음이 쓰였다. 흰색 면 원단에 아이보리 얇은 레이스 원단을 올려 보았다.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다. 소매는 어깨를 조금 감춰 주는 프렌치 소매로 결정했다.


가지고 있던 프렌치 소매 상의 패턴을 꺼내어 허리라인에서 5cm 올려 하이웨스트 라인으로 흰색 면 원단을 마름질했다. 아이보리 레이스 원단 위에 흰색 면 원단을 올려놓고 똑같게 오렸다. 흰색 면 원단과 레이스 원단의 가장자리를 재봉의 가장 큰 땀으로 박았다. 2겹이 되었다. 먼저 지퍼대신 뒷 몸판에 트임을 만들었다. 어깨선을 박고 오버록으로 시접처리를 했다. 그다음은 프렌치 소매의 끝부분을 바이어스로 마감했다. 뒤 몸판에 트임을 만들었어도 목둘레가 너무 작으면 입고 벗기가 불편할 것 같아서 목둘레를 조절을 하고 바이어스로 정리했다. 그리고 옆선을 박았다. 치마에 약간의 셔링을 주고, 상체와 치마 부분(하체)을 연결했다. 시접은 오버록으로. 그다음 그 시접 부분에 약 1cm 정도의 고무줄을 허리에 맞게 박았다.

다림질로 마감했다.


완성의 기쁨을 안고 입어봤다. 잘 맞았다. 소매 부분도 단정해 보였다. 허리에 고무줄을 넣었어도 내 몸매 탓에 허리가 두리두리 해 보였지만 펑퍼짐해 보이지는 않았다. 평소에 입기보다는 여행지의 바닷가에서 입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건데, 조금 투박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레이스 원단을 대어서 그런 것 같다. 얇은 레이스라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2겹이라 그런지 좀 더운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또다시 뜯고 만들지도 모르겠다. 조금 아쉽다.

그래도 Good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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