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by 소연

가방이란?

"물건을 넣어 들거나 메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용구. 가죽이나 천, 비닐 따위로 만든다."라고 국어사전에 쓰여있다.

아마도 가방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용도에 따라 여러 개의 가방들이 있을 것이다. 나만해도 작은 크기부터 큰 크기까지 많은 가방들을 가지고 있다. 가방의 모양도 크기만큼은 아니어도 다양하다. 또한 가방의 가격도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가면 원단 값도 안 나올 정도의 가격으로 예쁘고 실용적인 가방을 살 수 있다. 반면 그 지하상가를 지나 신세계백화점에 가면 엄청난 가격의 가방들이 귀한 대접을 받으면 잘 전시되어 여자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가방은 무엇이었을까? 유치원은 다니지 않았으니까, 국민학교 1학년 때 갖게 되었던 책가방과 신발주머니였을 것 같다. 책가방은 약간 딱딱한 형태로 책과 공책, 필통을 넣고 그 위를 덮어 내리는 모양의 가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신발주머니는 엄마가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신 것을 사용했다. 신발주머니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친구들과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며 하교하다가 집에 도착했을 때 신발주머니가 내 손에 없다는 것을 여러 번 깨달았었다. 다시 말해 여러 개의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엄마가 잃어버릴 때마다 새로 예쁘게 만들어 주시다가 나중에는 "왜 이렇게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리고 오니? 안 되겠다. 정성스럽게 만들지 말고 대충 만들어 줘야겠네."라고 하셨었다. 그 신발주머니 이후로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리고 집에 오는 일은 없었다. 무슨 조화인가?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일이다.


그 이후 여러 개의 다양한 가방들은 나를 거쳐 갔다. 그리고 '퀼트'라는 세계를 알게 되면서 내 가방은 모두 천과 인조가죽으로 만든 가방들이었다. 친구들의 명품 가방들 속에서도 직접 내가 만든 가방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아서 만족했다.

필요에 맞는 새로운 가방들을 만들어 잘 사용해 오던 어느 날.

'어? 가방은 많은데, 왜 이렇게 들고나가기에 적당한 가방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 "엄마가 요즘 들고나갈 가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명품 가방 하나 살까?"라고 했다. 딸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래, 하나 사. 뭐 살 건데?"라는 반응을 했다. 나는 "샤넬"이라고 했다.

평소에 친구들의 명품가방들을 보면서 '오리지널 샤넬가방이 예쁘네! 내가 만약 명품가방을 산다면 저것을 사야지!'라고 생각했었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 준 딸과 함께 처음으로 샤넬 매장으로 갔다. 금장과 은장 중에 금장 중간 사이즈를 봤다. 가방을 메고 거울을 보니 당연히 잘 어울렸다. 가격이 많이 올라 비싸기도 했지만 이것저것 가지고 다녀야 할 잡동사니가 많은 나에게 너무 작은 것 같아 망설였다. 고민이 되었다. 그때 딸이 자기가 엄마의 취향을 생각하며 봐 둔 것이 있다는 매장 두 군데를 들렀다. 그중에 양산과 파우치, 지갑과 핸드폰이 들어가기에 조금 넉넉한 크기의 휘뚜루마뚜루 좀 더 많이 사용할 것 같은 가방으로 정했다.

난생처음으로 명품가방을 샀다. 기분이 아주아주 좋았다. 더 기분이 좋은 것은 샤넬 가방 하나 살 금액으로 딸과 아들에게도 명품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딸에게는 색깔만 다른 내 가방과 같은 핸드백을 사 주었다. 아들에게 줄 반지갑도 샀다. 아주아주 기분이 좋았다. 내 가방도 마음에 들고 딸과 아들에게도 선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것이 돈 쓰는 맛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핸드백을 들고나가는데 남편이 '씩~' 웃으며 말했다. "명품 들고나가니까 좋아?"

나는 웃음으로 화답하며 외출했다. 기분 좋았다. 그 후 결혼식과 친구들을 만날 때 몇 번 들고나갔다. 내가 평소에 들고 다니던 가방보다 가죽이라 그런지 무거웠다. 그리고 내가 자주 가는 곳에는 이 가방을 들고 다니기보다는 내가 만든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항상 가성비를 추구하는 내가 웬 바람이 불어 이 가방을 샀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과연 나의 이 가방이 그 값어치를 하고 있는가?'이다. 특히 내 나이에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이제는 퇴직한 상태라 주부로 살고 있고 사회생활 반경도 줄었고 대인관계도 줄어들었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기에는 어깨도 아프다.

'가방 하나 살까?'라는 생각의 시작이 정장을 입었을 때 마땅한 가방이 없다는 생각에서 온 것이니 만큼, 정장에 어울리는 가방을 잘 만들어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결론이 난다.


그러면 그 가방을 산 것을 후회하는가?

아니다.

한번 사서 경험을 했기에 유혹을 받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샀을 때의 행복감이 컸으므로 만족한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도 없을 것 같다. 명품 가방들이 많이 올라 이것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명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내 지인 중의 1인은 "살 때 기분이지. 별 거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한다. 내가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 돈이 아주 많고 명품가방을 가짐으로써 많이 행복하면 명품을 많이 사도 좋겠지만, 남을 의식하거나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는 수단으로 명품가방을 사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만든 허접한 가방을 들고 다니며 가성비를 추구하는 그냥 나로 살련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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