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모델이 두른 목도리
내 취미의 한 부분인 동대문종합시장에 가기. 여전히 즐거운 나들이이다. 친구들과 함께 가도 좋고, 혼자 가도 즐겁다.
늦은 여름 어느 날!
시장을 구경하고 점심으로 국수 한 젓가락 하려고 돌아다니다가 길바닥에 윈단과 부자재를 널어놓고 장사하는 곳을 발견했다. 뭔가 뒤적이며 물건들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금세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물건들은 길에 널려져 있었고 잘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숨은 보석을 찾기라도 하듯 제법 진지한 자세로 원단과 부자재를 뒤적였다. 선뜻 사고 싶은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다. 길 가 한 곳의 상자에 좁은 폭의 니트가 보였다. 그 니트를 보고 있는 나에게 어떤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저 것은 무조건 사요. 1000원에 2묶음이라잖아요."
"싸긴 하지만, 양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뭘 만들어요?"
"사다가 놓고 겨울이 되면 목도리 만들어서 필요한 사람 주면 돼요. 어서 사요. 금방 없어질 거예요. 나도 샀어요."
"뭐 사셨어요?"
"나는 이거 샀어요."
그 아주머니는 자기가 산 아이보리색 2묶음을 보여주며 얼른 사라고 재촉하셨다. 그분이 고른 2묶음은 매우 예뻐 보였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무엇을 고를까?'
맘에 드는 것이 1묶음 밖에 없어서 망설였다.
"뭘 망설여요. 아이보리색과 연분홍색이 제일 좋아 보이는구먼. 이것으로 사세요."
참으로 적극적이신 분이었다. 하하하.
그분의 기세에 눌려 얼떨결에 내 장바구니는 1000원어치 니트원단으로 꽉 찼다. 그래서 그날의 쇼핑은 그렇게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장바구니에 담긴 니트 2묶음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싸다는 이유로 사서 공연히 쓰레기만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가?'
'그 아주머니 덕으로 횡재를 했나?
어떻게 보면 잘 산 것 같고, 어떻게 생각하면 짐이 될 것 같았다. 워낙 싼 가격으로 사서 돈이 아깝다기보다는 장바구니에 가득 가져가는 노고가 헛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 후 니트 원단들은 나의 원단 보관함에 얌전히 들어앉았다.
늦가을 어느 날.
'오늘은 무엇을 할까? 아하! 그것이 있었네.'
전에 시다가 보관했던 니트 원단이 생각났다. 얼른 꺼냈다. 아이보리색 니트는 긴 목도리 1개 만들 수 있는 길이였고, 연분홍색 니트는 조금 짧은 목도리 2개 만들 수 있는 길이였다. 새삼 1000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두 가지를 내 얼굴에 대어보니 은은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촉감이 어떤지 보느라 목에 두르고 문질러보았다.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울이 아니라 조금 무겁고 따뜻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것으로 목도리를 만들면 사용하게 될까?'
'원단이 있으니 일단 만들어 보자.'
연분홍색 니트는 반으로 접어 가위로 잘랐다.
식서 부분은 마감이 잘 되어 있으니까 푸서 부분을 풀러 그 실을 이용하여 코바늘로 떠서 예쁘게 마감을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푸서 부분을 가위로 조금 잘라내고 실을 풀려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실을 잡아당기면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집어 뜯고 긁어내려도 실이 풀리지 않았다. 두 가지 원단 모두 푸서부분의 실을 푸는 것은 실패. 참 이상했다. 할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생각 끝에 바이어스 처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냥 원단으로 바이어스 처리를 하면 너무 이상할 것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이것저것을 뒤지다 레이스를 발견했다. 레이스로 마감을 하면 좀 특이할 것 같았다. 니트 원단에 대어보며 어울릴 만한 2종류의 레이스를 골랐다.
니트원단과 같은 색깔의 밑실과 윗실을 골라 재봉틀로 박았다.
'아! 이건 아니어도 너무 아니다!'
예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늘어나고 고르게 박아지지도 않고 너무 이상했다. 미싱을 사용하지 말고 손바느질로 살살 꿰매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손바느질로 레이스를 푸서쪽 밖과 안을 꿰매어 한쪽을 마무리를 했다. 나름 괜찮았다. 예뻤다. 확신을 갖고 푸서부분 6곳을 레이스로 마감을 해서 3개의 목도리를 만들었다.
시장에서 만난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면서 친절한 아주머니 덕에 폭과 길이가 넉넉한 3개의 따뜻한 목도리를 만들었다. 오늘처럼 바람이 불고 추운 날에 이 목도리는 너무도 좋은 아이템이다. 이 목도리를 만들 기회를 마련해 준 그분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연분홍색 목도리 1점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하하.
(목도리를 착용한 나의 모습을 올리고 싶지만, 여러 사람들의 눈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았다. 목도리 착장 사진은 AI가 만들어준 인물 + 내가 만든 목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