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들을 위해 칼럼을 쓰는 작은 활동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몇몇 채용 플랫폼과 미디어에서 필진으로 활동하며 직장생활과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렇게 특정 주제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불과 2021년 연말 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무엇에 대해 써야 할지 마음을 잡지 못하고 거의 반년이 넘도록 방황을 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건 2021년 2월이다. 작가 심사를 한 번에 통과했다는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자랑했다. 금방 책을 내고 유명한 사람이 될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에 한껏 설레고 들떴다.
처음엔 '나다움'을 주제로 삼았다. 매일 비슷한 하루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평범한 일상을 풍성하게 살아내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었다. 틈날 때마다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써내렸다.
하지만 금방 길을 잃었다. 글을 올려도 읽어주는 사람은 10명 남짓. 사내 칼럼니스트 활동을 하며 갖게 된 내 재능에 대한 확신은 좀처럼 늘지 않는 브런치 조회수 앞에서 너무나 무력했다. 라이킷이 몇 개 찍히면 잠깐 기분이 좋았다가도, 그게 자기 브런치를 홍보하기 위한 다른 작가분들의 품앗이라는 걸 알게 되면 이내 김이 빠지곤 했다. 더이상 글을 쓰는 게 즐겁지 않았고, 글감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글쓰기와 멀어졌다.
6개월 정도 지났을까. 회사 교육과정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교수님이 계신데, 오랜만에 주고 받는 안부 메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전략) 요즘은 어떤 생각들 하고 있는지요?
저는 매니저님 연배 때 더 넓은 바깥세상을 그리고 있었네요. 진정한 자기다움은 자기 세계에 갇히지 않고 세상과 연결될 때 명징해 지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위해 아내 하고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때이기도 해요.
30대... 말만 되내어봐도 싱그럽네요. 멋지게 채워가시길... (후략)
알듯 모를 듯 아리송한 메일을 여러 번 곱씹었다.
그간 내가 브런치에 남겼던 열 편 남짓한 글들을 돌아봤다. 그럴듯한 수사와 사유는 담겨있는 듯 했지만, 자기 세계에 갇혀 '내 잘난 생각과 글솜씨를 좀 알아달라' 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교수님께서 글쓰기를 염두하고 해주신 조언은 아니었지만, 나의 글도 어쩌면 '세상과의 연결'이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퍼스널브랜딩 코치 드로우앤드류 님은 자신을 브랜딩 하는 방법을 딱 한 줄로 정의했다.
아주 간단하죠. 자신의 일을 하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
너무 성의없는 이야기 아닌가 싶었는데 이제는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나는 나를 월급쟁이라는 이 밋밋한 정체성으로부터 분리시켜 줄 특별한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나의 일'은 좋든 싫든 직장생활이었다. 내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내 대부분의 경험과 생각들은 평범한 월급쟁이의 삶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며 느끼는 권태와 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기록해보기도 하고, 가까운 동료들의 이직을 지켜보며 든 생각들을 남겨보기도 했다.
내가 쓰는 글에 진짜 내 이야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경험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쓸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진정한 자기다움은 세상과 연결될 때 명징해진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됐다. 내 글을 주목해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회사 밖에서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들도 조금씩 늘어갔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그것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