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종종 생긴다.
아들이 어리고 말도 잘 통하지 않을 땐 아내가 혼자 아이 보는 걸 좀 부담스러워했었다. 그런데 여섯 살이 되니 아내가 아이만 데리고 잘 나간다. 유치원 엄마들과 공동육아 한다며 늦게 들어올 때도 있고, 방학 때는 아이만 데리고 처가에 다녀오기도 한다.
집이 비는 날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 “야 와이프 친정 간대” 하며 카톡 할 친구는 없다. 물론 있어도 난 혼자가 더 좋다. 배경이 예쁜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TV에 띄워놓고 소파에 앉아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다. 아내와 취향이 맞지 않아 못 봤던 진지한 영화도 보고(아내는 로코 취향이다), 밤에는 와인 한 잔 마시면서 글을 쓴다. 혼자서 잠이 잘 안 오는 것만 빼면 너무 좋고 소중한 시간이다.
분명 좋은데, 집에 돌아온 아내가 “좋은 시간 보냈어?”라고 물으면 그렇다는 말이 잘 안 나온다. 둘이서 지지고 볶으며 고생했을 걸 알기에 혼자 좋았다고 하기가 참 미안하다. 생각해 보면 아내 입장에서는 본인이 수고하면서 만들어 준 자유시간이니 잘 지냈다고, 여보 고생했으니까 이제 좀 쉬라고 말해주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근데 또 너무 좋다고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어렵다. 적정선을 잘 지켜야 한다. 하하.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아내가 태권도 마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갑자기 생긴 짧은 자유에 마음이 괜히 초조하다.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며 책을 조금 읽고, 유튜브도 잠깐 보다가, 블로그를 열어 글도 써본다. 어느 하나 집중하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사이,
“띠, 띠, 띠, 띠”
키패드가 울린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짧고 달콤했던 시간이 막을 내렸다.
“고생했어 여보~”
약간 피곤해 보이는 아내가 와인이 먹고 싶단다. 사 둔 와인이 다 떨어져서 그냥 다음에 마시자고 했다. 근데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사 와야겠다. 잘해드려야지. 소중한 내 자유시간을 만들어주시는 분이 아닌가. 아, 물론 그런 거 아니어도 잘해드려야죠. 사랑합니다 여보. 충성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