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앱 리멤버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입니다. <인사이트> 커리어/리더십 란에 게시한 글을 옮겼습니다.
세 사람에게 직장생활이 행복한지 물었습니다.
A는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마음이 맞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원하는 일을 하면서 매일 성취하고 성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알고, 그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B는 불행하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에서 인간관계, 일에 대한 적성, 보상에 대한 불만 같은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말할 정도인 걸 보니 아마도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불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C에게도 행복하냐고 물었습니다.
“음… 아니.."
C가 답했습니다. 그럼 불행하냐고 물었습니다.
“… 아니"
반대되는 두 개의 질문에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하는 일도 익숙해졌고, 관계 문제도 딱히 없고, 월급이 많진 않지만 그럭저럭 먹고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기 안의 무언가를 잃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 안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세상 밖에서는 할 줄 아는 게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은, 고립되고 있는 느낌. 또 그 느낌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상태였습니다.
A와 B는, 상태는 정반대이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에 있어서 강력한 동기가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의 행복을 지켜내려는 동기, 또는 지금의 이 불행을 벗어나야겠다는 명확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C에게는 그런 동기가 없었습니다. 변화와 성장을 위한 시도가 멈춘, 혼자서는 어떤 새로운 일을 일으킬 의지가 생기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어쩌면 고민과 노력을 통해 조만간 더 나은 직장생활을 쟁취할 B보다도 더 위험한 상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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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장생활의 권태감이 심해지는 시기가 찾아올 때면 스스로에게 행복한지, 불행한지 묻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분명 불행한 건 아니었지만, 행복하다는 대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마도 C의 상태에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직장생활은 어떠신지 묻고 싶습니다.
도망치듯 이직을 할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그게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당장 해야 할 숙제를 미루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러진 못했습니다. 요즘은 삶에서 ‘일’이란 무엇인지, 내가 다녀야 할 직장이 아니라, 가져야 할 직업이 무엇인지 미뤄왔던 고민들을 치열하게 마주하고 있습니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과 직장이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생각, 관점, 시도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그런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볼 생각입니다.
운 좋게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을 달게 됐지만, 저 역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한 직장인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여정을 함께 하고 싶어서입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 또는 애써 외면하고 계신 분들이 이 공간에 분명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직장이 주목을 받고, 누군가는 똑똑한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도 하는 요즘 저의 이야기가 미련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저 9년 차 직장인의 설익은 생각과 서툰 여정을 흥미롭게 지켜봐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혹시나 제가 던지는 화두에 마음이 끌려 간간히 고민에 동참해주는 분들이 생긴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인사를 겸해 첫 번째 글을 남겨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원문 링크
https://app.rmbr.in/2BWJphwv8q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