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 만들기
*김호 님의 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를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시도해 본 일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의 제목은 저자의 표현을 인용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새해가 되면 회사 동료들과 꼭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만 다닐 게 아니라 올해는 진짜 뭔가 해야 하는데…”
하지만 연말이 되면 매번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어요. 그동안 만족할 만큼의 충분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알게 됐습니다.
저자는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도만 가지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의도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필요한 자원(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모아도 좋지만, 비교적 긴 시간을 권하고 있어요.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는 ‘작가에게는 두루마리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직업을 발견하는 일에도 그런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도 철저하게 '선약’으로 못 박아두고, 계획에 없던 만남을 제안받았을 때는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적절하게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세상에 ‘비어 있는 시간’이란 없으며, 그런 시간이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소중한 자원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제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 왔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을 읽은 날 밤, 아내를 앞에 앉혀놓고 평일 저녁에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두 시간이 아니라 세 시간 이상의 덩어리 시간으로요.
저희는 다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엔 월/화요일 육퇴 후 제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목요일엔 퇴근 후 바로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오히려 아내가 월요일도 바로 카페로 퇴근해서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고 들어오라고 말해주었어요.
아내와 제가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요. 저는 이렇게 시간을 내기 전에는 새벽을 억지로 깨워가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곤 했었습니다. 얼마 전 브런치 메인에 걸렸던(감격...) 조직문화를 주제로 한 저의 첫 번째 브런치 북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어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온 아내는 제가 직업인으로 살기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충분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일 중에 이틀은 아이의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을 혼자 감당하면서까지 제가 제안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물론! 아내의 훌륭한 인품과 넓은 아량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요. (딸랑딸랑)
분명 저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만드는 데 있어 주변인의 배려가 필요한 분들이 계실 텐데요. 타인의 생활 패턴을 바꿔가면서 까지 내 시간을 만들어낸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럴 땐 처음부터 다짜고짜 요구하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진정성을 평소 모습을 통해서 충분히 보여주세요. 그런 과정을 먼저 거친다면 좀 더 갈등이 적고 자연스러운 설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