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ather Nov 24. 2018

디렉션과 피드백

나와 당신, 회사와 브랜드에게 중요한 두 가지. 


일을 할 때, 함께 일하는 사람을 판단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디렉션과 피드백. 


내 기준에서, 디렉션은 상대방 - 같은 팀원, 유관부서, 대행사의 누군가가 모두 해당된다 - 에게 명확한 업무 협조를 구하거나 그에 대한 방향성을 전달하는 능력이고 피드백은 상대방의 요청에 대한 답변이나 결과물에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는 능력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디렉션은 '정확하게 던지는가', 피드백은 '정확하게 받는가'에 대한 문제랄까. 


얼마 전,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적응기를 가지는 중인 친한 동생 A와 만나 밥을 먹었다. 아직 이렇다 할 메인 롤이 없어 선배들의 다양한 업무를 서포트하는 중인 A는 특정 선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킨 일을 해서 보내주면 일절 답이 없단다. 메신저로 "선배, 그 자료 보냈는데 보셨어요?'라고 대놓고 물어도 답이 없다가 나중에 최종 완성된 자료를 보면 A의 작업물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상황, A가 아니라 누구였어도 그 선배에 대해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며칠 전에는 이노레드가 주최하는 'Next 2019'라는 주제의 디지털 광고 세미나에 참석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모빌리티 브랜드인 '타다'와 전 세계가 사랑하는 '에어비앤비'의 CMO들이 무대에 올라 강연을 하는데 묘하게 겹치는 공통분모가 하나 있었다. 


"저희는 고객들의 피드백에 촉각을 세우고 늘 그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려 노력합니다. 그게 지금 이 브랜드가 잘 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그렇다. 고객들의 소리에 얼마나 깊이,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느냐는 모든 회사와 브랜드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문제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고객들의 목소리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타다와 에어비앤비는 시작점도 규모도 많이 다르지만 고객의 피드백을 혁신의 본보기로 삼아 나아간다는 것에서 많이 닮아 있었다. 


브랜드의 SNS를 운영/관리하는 나로서도 우리가 올리는 콘텐츠에 반응하는 이들의 좋아요/싫어요 수나 댓글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이 남긴 한마디가 지나가다 그냥 써본 흰소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브랜드(상품)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남겨진 댓글이나 페메를 보면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들을 거리도, 생각할 거리도 많었던 Next 2019의 아젠다. 연사들이 쟁쟁하다.



한편, 나의 사회초년생 시절엔 늘 디렉션이 불분명한 선배 B가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일도 야무지게 잘하는 B는 딱 '홍보녀'다운 모습으로 많은 후배들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지만 유독 내게 일을 시킬 때는 디렉션이 모호했다. 한 번은 퇴근 무렵이 되어서야 자신에게 필요한 장표가 있으니 그걸 만들고 퇴근하라고 해서 그녀의 지시를 기다리는데 디렉션이 자꾸 이랬다 저랬다 바뀌는 바람에 30분이면 만들 장표를 3시간이나 걸려서 만들었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하면서 '난 나중에 저러지 말자' 하며 어금니를 꽉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이제는 광고주의 편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 대행사와 일을 할 때 늘 주의하는 건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두세 번 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물론 그런 마음을 먹고도 어쩔 수 없이 삽질(?)을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회사의 커다란 방향성 자체가 바뀌거나 처음에 했던 결정을 번복할 때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늘 마음먹은 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제일 부러운 사람은 바로...

마미손이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반복하는 이 자신감 넘치는 외침. 요즘 마미손보다 마케팅 잘하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