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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Dec 04. 2018

죽어가던 브랜드가 살아나는 기적  

다신 없을 것 같았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브랜드들


빵 안에 버터와 팥앙금을 함께 넣어 만든 '앙버터'를 처음 먹었던 건 벌써 4-5년도 더 된 오래 전의 일이다.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 좁은 골목에 작게 문을 열었던 베이커리 - 지금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베이커리 05' - 에서 주문 즉시 빵 안에 버터와 팥을 발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던 게 내가 기억하는 앙버터와의 첫 만남이다. 처음 앙버터를 입에 넣었던 순간의 황홀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독특했던 맛을 잊지 못해 흔치 않은 앙버터 파는 빵집을 찾아다니고는 했었는데.


그랬던 앙버터가 2018년을 뒤흔들었다. 이제 대부분의 빵집에선 각자의 레시피를 가미해 앙버터 메뉴를 내놓는다. 심지어는 출시된 지 40년이 된 '빠다코코낫'의 매출을 30%나 끌어올렸단다.



어릴 때 아빠는 한결 같이 빠다코코낫(아니면 맛동산)을 잔뜩 사 오셨는데 덕분에 스무 살이 지난 후로는 빠다코코낫은 입에도 안 댔었다. 그 추억의 빠다코코낫이 올해 들어 앙버터를 만들어먹는 과자로 리브랜딩 됐다. 소비자들이 앙버터를 즐기는 과정 중 빠다코코낫을 발견했고, 덕분에 마흔 살 빠다코코낫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렇게 앙버터와 빠다코코낫의 앞글자를 딴 앙빠가 탄생했고, 인스타그램에 #앙빠 를 검색하면 천 개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소위 말하는 '올드한 브랜드'는 우리가 없던 시절 혹은 우리의 어린 시절, 이미 한 번의 전성기를 거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고 그 시기를 버티지 못해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고는 한다. (내가 7-8살 때 밥보다 좋아했던 과자 사또밥은 어디에 갔을까?)


평생 잘 되기만 하는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할까? 많은 회사와 브랜드, 그리고 그 안에 속해 있는 직원들은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 되는대로 늘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고민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예인이 시간이 지나면 추억의 스타가 되듯이 브랜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브랜드, 쇠퇴하던 브랜드의 부활은 반갑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브랜드들은 무엇 때문에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일까?



올 초부터 연말까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브랜드 이슈는 휠라코리아의 부활이 아닐까.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휠라는 한물 간 아재 브랜드였다. 톱배우 김수현과 최고의 아이돌 빅뱅을 모델로 앞세우고도 과거의 인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랬던 휠라가 2018년 가장 경영성과가 뚜렷한 브랜드이자 1020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핫한 브랜드'가 되었다. 미국 슈즈 전문 미디어 풋웨어뉴스(Footwear News)가 올 한 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 신발로 ‘휠라 디스럽터2(FILA Disruptor2)’를 선정했을 정도다. 더군다나 패션 브랜드가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다시 '힙한 이미지'를 가졌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위에 소개한 두 브랜드는 상품의 카테고리도 성격도 너무나 다르지만 2018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을 꼽자면? 두 브랜드 모두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반응에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것이 아닐까.


사실 휠라는 2016년 해외에서부터 시작된 레트로 열풍과 FILA 로고의 유행을 감지, 이를 활용하여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인 로고 플레이를 시작했다. 또 스포츠 브랜드의 성장동력인 '신발'을 트렌디하면서도 가성비 있게 제안하여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어린 세대들에게 선택받았다. 그 민첩하고 유연한 판단과 실행 덕분에 휠라는 아재 브랜드라는 오명을 시원하게 벗어던졌다.


빠다코코낫도 앙버터의 인기에 힘입은 제2의 전성기를 적극 활용했다. 패키지 앞뒤에 '앙빠 레시피'를 소개하는 등 앙버터라는 디저트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앙버터의 대체재 혹은 대안으로써 작용하고자 했다. 한 조각의 달콤한 추억이, 현시대를 관통하는 트렌드로 다시 떠오르기까지 브랜드 담당자들의 고민은 깊었을 것이다.  


그 밖에도 많은 브랜드들이 다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들은 새로운 불닭볶음면 출시 소식을 자발적으로 홍보한다. (2018.12.03 기준 인스타그램 #불닭볶음면 해시태그 검색량은 16만 개를 육박한다! 엄청나다!)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반응, 회사의 민첩한 대응이 함께 화학작용을 일으켜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적. 셋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진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브랜드 마케터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속해 있는 브랜드의 전성기를 꿈꿀 것이다. 또 이미 인기 브랜드라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그 인기가 영영 식지 않길 바랄 것이다. 나는 전자와 후자에 모두 속하는 경우다. 2016년 11월, 휠라코리아아에 입사할 당시 많은 이들이 내게 물었다.


"내가 아는 그 휠라? 휠라에 간다고? 도대체 왜?"


2년 전 내게 그런 질문을 했던 이들은 이제는 휠라의 인기비결을 묻는다. 운이 좋게도 나는 휠라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기에 입사했다. 브랜드의 부활을 회사 내부에서 체감했다는 건 브랜드 마케터로서는 너무나 값진 경험이었다. 이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몫을 다해 이 브랜드가 정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 되는대로 늘 '앞으로'가 걱정인 마케터들의 씁쓸한 숙명. 하지만 빠다코코낫의 달콤한 부활처럼 듣던 중 반가운 소식들이 들릴 때면 마케팅하는 보람은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흔살의 빠다코코낫이, 백 살이 넘은 휠라가 그랬듯 멋진 화학작용을 통해 다시 멋지게 비상할 브랜드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나저나, 내년에도 앙버터는 계속 인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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