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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Dec 28. 2018

일 생각을 내려놓으면 생기는 놀라운 일들

뒤늦은 여름휴가를 보내며


몇 년 동안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그곳, 나는 지금 방콕에 와 있다.


나시차림으로 당당할 수 있어 좋은 해외여행


여름휴가를 이렇게 한겨울에 써보는 건 처음이다. 최강 한파, 극강의 추위라는 말들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전해지는 중에도 이 곳에서 나시 차림으로 여기저기를 누비고 있다. 지독히도 더웠던 한국의 더위를 겪고 난 뒤라 방콕의 더위는 생각보다 견딜만하다.


망고!


이미 방콕에 다녀간 지인들에게 “방콕에 가면 무조건 1일 1 마사지받아!” 소리를 여러 번 들었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매일 결리고 아팠던 곳들이 이곳에서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휴가 중엔 왜 아프지 않을까? 그럼 난 평소에 꾀병을 부리는 것일까? ㅋ


정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일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 비결 아닐까 싶다.


카오산로드의 낮


언제부턴가 노는 날엔 회사 생각도, 일 생각도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말이다. 휴식을 끝내고 회사에 돌아가서 할 일에 대해 잊어버리고 주어진 휴식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 사실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쉬는 중에도 늘 복귀 이후의 할 일들을 떠올리며 미리 한숨을 푹 쉬던 때가 있었는데 그땐 정말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사실 예전엔 내가 없으면 일이 잘못되진 않을까 지레 겁을 먹었었다. 쉬는 동안에도 일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게 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착각’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내 빈자리를 채워주는 팀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오히려 일과 관련된 건 다 잊으려 한다. 그게 나를 위해 남아있는 이들을 위한 예의라는 생각도 든다.


일 생각을 내려놓고부터는 확실히 몸과 마음에도 쉬어가는 구간이 생긴 것 같다. 늘 나를 따라다니던 두통이나 어깨 결림 같은 것들이 그 구간엔 나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물론 완치는 아니지만)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 왠지 모를 의무감으로 추천받은 스파에 다녀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에선 그렇게 받고 싶던 마사지가 방콕에선 그렇게 생각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회사에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지만 생각보다 싫지 않다. 올 한 해 고생한 나를 위해 모든 일 생각을 접어두고 ‘뭐하고 놀지?’만 생각한 휴식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1년 365일 일 생각만 하느라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꼭 쉬어가라고, 그 쉼이 다시 당신을 멋지게 일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

갑자기 이 당연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휴가 중에도 짬을 내어 글을 쓴다. 올 한 해 나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올 한 해 브런치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방콕에서 묵은 숙소는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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